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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리 Aug 26. 2024

언제나 나만,

혼자서 상처받는다.

경력 단절 후 일하고 싶어서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도서관에서 민간 자격증을 여러 개 따고 취직을 해보려 했지만 나이와 경험치가 발목을 잡았다.

사실은 사람 앞에 나서는 게  무서워서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아서인지 모르겠다.


집 밖은 나에게 또 다른 세계이다.

긴장을 풀 수 없는 곳  모든 신경은 곤두서고  주변을 살피고 사람을 피해 다닌다. 뭔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물건을 곁에 두어야 한다.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인형이나 반지  같은 것을 만지며 주문을 외운다.

"괜찮다, 괜찮다. 나는 상처받지 않는다."

현재 프리로 일하는 곳은 3개월 단기 알바였는데  장기알바가 돼버렸다.


가을이 되면 만 1년이 된다.  하지만 늘 초긴장 상태이다. 적응할 만도 한데  못하고 있다.

왜? 눈치를 보는 걸까? 나만 챙기면 되는데 굳이 다른 사람을 살피지 않아도 되는데...

사람들의 거리 두기가 너무 서운하다.


나도 같이 얘기하고 웃고 싶은데 어느 순간 보면 내가 없는 곳에서 이야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들이 딱히 의도하지 않았는데 상황이 늘 그렇게 돌아간다. 팀을 짜서 하는 일조차 나는 혼자 하고 있다. 내가 불편한 걸까? 날 싫어하나?

물어볼 용기는 없다. 물어본들 해결도 안 되고... 회사에서 내가 나이가 제일 많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나이 때문에 안 뽑으려고 했다고 '헉' 충격이었다. 초창기 때 자주 실수해서 자르려고 했다고 한다. 알고 있었지만 그 말을 면전에서 듣다니 그것도 회식 자리에서 놀라긴 했지만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사실이니까.

나는 그런 것에는 상처받지 않는다. 되려 사소한 것에 상처받는다.


없는 용기 있는 용기 다 끄집어내서 한마디 내뱉었다가, 칼날처럼 날아오는 답변에 마음이 철렁 내려앉아 바닥을 기어 다닌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한마디가 하루종일 날 괴롭힌다. 

그 말을 한 당사자는 그냥 한 말인데...

아무 의미 없는 말에 혼자 동요되어  다시 자신을 들볶는다.


우연히 사람들이 나와 거리를 두는 이유를 알게 됐다. 경우가 너무 밝아서였다.

"감사합니다, 미안해요, 고마워요, 죄송해요"

존중해 주고 깍듯하게 하는 건 좋은데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꼬박꼬박 격식 차리지 말라고 불편하다고 편하게 하라고 나는 이대로 편한데...

'아주 오래전 회사 다닐 때 생긴 버릇인데 어쩌지? 어떻게 해야 하지?'이것밖에 모르는데...

쉽게 하는 말은 아닌데...


처음에는 납득이 안 가고 서운하기만 했다. 시간이 지나며 그럴 수 있겠다 생각은 들었지만 상처받는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유독 나에게 불친절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나에게 스치듯 한 말

"뭐가 그렇게 감사하고 미안하고 죄송해요. 이해할 수가 없네!"

난 이해해 달라 한적 없는데... 도와줘서 감사하다 했고 실수해서 사과한 건데 그게 그렇게 이상한 걸까?

지나가는 말은 나를 지나 치치 않고 '훅'하고 마음에 꽂혀 버렸다. 처음엔 감당할 수가 없어서  집에 가서 통곡했다. 남편은 놀라서 왜 그러냐고 그런 이상한 사람 말 마음에 담지 말고 버리라고 나도 그러고 싶지만 안된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려고 애쓴다.

사람은 싫지만 일이 재밌어서 관두고 싶지 않다.

나이가 많아서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고  오랜만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지금은 일도 인정받고 있는데 내가 포기할 수는 없지. 더 이상 물러 날 때도 없다.


그래서 출근 전 나를 다잡고 간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박자에 따라 발을 앞으로 옮긴다. 리듬감 있게 춤추듯 걷다 보면 회사 앞, 음악을 끄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문을 외운다.

"괜찮다, 괜찮다, 나는 할 수 있다."

다짐을 여러 번 하고 최면을 건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또 다른 내가 임무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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