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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형 Jun 22. 2022

미아가 됩시다. 다 함께!, 지브리 박물관

일본 동경에서 차로 약 40분 정도 가면 미타카의 숲이 나타나고 그 안에는 지브리 박물관 또는 지브리 미술관으로 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건립한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 나타납니다. 이곳에는 〈이웃집 토토로〉, 〈미래소년 코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작품 쇼룸과 제작 스튜디오, 관련 캐릭터 상점이 있습니다.


지도 한번 보실까요.

지브리 박물관 가는 길의 지도 (출처 지브리 박물관 홈페이지)


건물도 약간 특이합니다. 복잡하고...  신비한 콘셉트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물도 보입니다. 전 관람할 때 몰랐는데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작품에도 나오는 우물이라고 나중에 듣게 되었습니다. 사실 전 여기를 방문하기 전까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했습니다. 미안하게도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작가도 잘 몰랐습니다. 그저 벤치마킹 출장을 일본으로 가는데 일정에 지브리 미술관 방문이 예약되어 있다는 정도만 알고 가게 됐습니다.




박물관 내부로 가 볼까요


일단 홀이 굉장히 크고 독특합니다. 2개의 층이 뻥 뚫린 공간으로 천정의 유리돔은 자연채광시설로 맑은 햇볕을 안으로 끌어들이기에 충분하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유리돔 일부에는 바다에서 수영하는 노란 고래와 여동생과 함께 수영하는 판요가 프린팅 되어 있고 큰 선풍기도 회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운데 원형 홀을 중심으로 사방에 다양한 요소의 구조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원형계단도 있고요.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봐야 할지는 전적으로 관람객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나 할까요.

 


일반 박물관과 같이 전시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작가의 방이라고 보여질 수 있는 전시실인데요, 아마도 미야자키 하야오가 작업하는 작가의 방을 재현한 것 같습니다. 이 작가의 방 외에는 일반 박물관과는 좀 다르게 전개된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영상실이 있고 아이들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방도 있습니다.


작가의 방, 영상실 등 (출처 지브리 박물관 홈페이지)
고양이의 방
기타 전시품



홀 중앙의 원형계단을 빙글빙글 타고 올라가면 옥상이 나옵니다. 여기에는 거대한 로봇 모형이 있는데, 지브리 박물관에 왔다면 여기서 사진 한 장을 찍고 가는 건 필수 코스인 것 같습니다.



딱 봐도 사진 한 장 찍어야 하는 곳으로 보입니다.


친절하지 않은 박물관, 지브리


우리나라 전시관은 굉장히 친절한 전시관이 대다수입니다. 전시실 배치에 있어 동선 순서대로 자연스럽게 관람할 수 있도록 배치합니다. 가급적 일방향 동선으로 유도하고, 혹여나 길을 잃지 않을까 하여 관람 방향이라는 표시(사인)를 가는 곳곳마다 스탠드 사인으로 안내하고 때로는 바닥에 화살표를 표기하여 최대한 순서대로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해줍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남녀노소 누구나 같은 방향, 같은 순서대로 전시를 관람하게 됩니다. 설명도 아주 친절하죠. 글이 빼곡한 설명패널에다가 자료영상으로도 모자라 QR코드 안내도 있고 외국인을 위하여 다국어 청취시스템도 제공합니다.


그런데 이곳 지브리 박물관은 정해진 동선이 없습니다. 심지어 가야 할 길이 여기저기 동시에 열려 있어서 관람객을 헷갈리게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이곳 지브리 박물관의 콘셉트입니다.



제가 지브리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받았던 한국어 리플릿인데요, 이렇게 쓰여 있네요.


"미아가 됩시다, 다 함께!"


그렇습니다. 이곳의 설립자인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률적인 관람동선보다는 관람객들이 알아서 전시실을 찾아다니세요 라는 재미있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정해진 관람 순서가 없어서 관람 방향과 순서 역시 방문객 스스로 정하는 곳. 출구가 어디인지, 옥상정원은 어디로 가야 올라갈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 곳. 이리저리 관람하다 보면 어느새 옥상에 다다르게 되고 거기엔 야생화 같은 풀숲을 지키고 있는 로봇 전사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곳. 세세한 설명보다는 스스로 느끼고 몸으로 놀 수 있는 곳을 만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 나쁘지 않았습니다. 획일화되지 않는 박물관. 놀이터가 될 수 있는 박물관.



나의 삶도 정해진 동선은 없다.


그리고 내게 조용히 속삭여 봅니다. 그래. 삶도 정해진 동선대로 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모두가 가야 할 길. 모두가 가리키는 곳. 모두가 있고 싶어 하는 곳.

줄 잘 맞춰서 왼발 왼발 구호를 외치며 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돌이켜 보니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가려 애쓰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제 모습이.


남들과 같은 목표는 정할 수 있어도,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갈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제 목표도 남들과 그다지 틀리지는 않습니다.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자. 하지만 그 목표점에 도달하는 길은 많고 많은 것 같습니다. 나나 우리 아이들을 정해진 길로 걸어가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행복이라는 내용물도 다를진대, 어찌 모두가 걷는 그 길로 갈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지브리 박물관의 홀에 들어선 순간 가야 할 길은 여러 갈래로 나뉩니다. 숨박꼭질 하듯이 다니다 보면 재미도 배가 되고 상상력과 즐거움도 한컷 업됩니다. 굳이 줄 서서 한 방향으로 우르르 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성도 좋아 보입니다.


인생의 길. 목표는 가지되 거기까지 가는 길은 조금 더 즐겁게, 유쾌하게, 재밌게 갈 수 있지 않을까.

남이 가는 길을 따라가기보다는 잠깐 길을 잃더라도 나만의 독특한 길을 개척해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가는 길에는 남이 보지 못하거나 남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혹여나 보고 느끼고 만지면서 갈 수 있고, 종국에는 내가 세운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조금 돌아가도, 조금 헤매도, 조금 늦더라도...  그래도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향만 맞는다면 그게 더 빠른 길일 수도 있고요... 아무도 모르는 게 삶의 길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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