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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벅차 두려운 날도

과분함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by 박관민

혼자 여행을 오며 느끼는 모든 시간들은 과거에 누군가와 함께 걸었던 흔적들도 흠뻑 젖어 밀도 있는 흙 안에서부터 올라와 진한 향기를 코에서부터 뇌 어느 한 곳까지 깊게 찌르는 순간이 온다

생일을 맞이하고 오는 연락들 이제는 어릴 때처럼 겉치레가 아닌 진심으로 나를 축하해 주기 위해 이상하게도 달려있는 10개에 손가락으로 정성스레 작은 상자 하나하나를 눌러 마음을 전하려고 노력해 주더라


육지에서 올라와 내려앉은 섬에서부터 너무 반가운 연락들까지 정말 사랑스럽고 감격스러워 내가 내 그릇에 모두 담아내려 하니 터질 거 같아 많은 것을 흘려보내고 있다

두렵다

과분함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랑만 받고 내가 내어줄 수 있는 마음만 받아왔던 사람이기에 불안이 그리고 보고 싶은 그리움이 그리고 널 맞이했을 때 터질 거 같은 눈물이 축복인지 저주인지 모르는 이 순간이 처음이기에 허물을 벗어내어 다시 깨어나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는 순간이 다가왔나 싶다


내 이름이 너가 죽는 날에도 적힌 채로 내가 한번 더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까 아니면 흩날리는 민들레처럼 나도 그렇게 날아가는 존재가 될까

나 또한 내 삶을 적어내어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날에 너 이름에 크기는 얼마나 될까 비석을 꽉 채워 다른 사람들 이름이 작아질까 걱정될까 너 이름을 적어내는 것조차 아까워 바닥에 잠깐 적어 비가 내리면 지워지는 그런 사람으로 남을까


지금 당장은 정말 고맙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지금 연락 오는 누군가들은 나에게는 정말 큰 이름 석자로 내 몸 구석구석 박혀있으니 누구 하나 빠짐없이 차별 없이 그리고 변함없이

내가 보답할 수 있는 날이 빠른 시간 내로 달려와줬으면 좋겠다 내 이 흘러넘쳐 못 이겨내는 과분함을 너에게 던져 너에 그릇에 내 색깔이 가득 담긴 액체가 흐르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는 그 그릇을 넓히길 바라 내가 얼마나 많은 감사함을 따를지 모르니 너는 꼭 과분함을 이겨내어 심장 깊숙하게 흘려보내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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