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었던 덧칠을 부정하고
2025년 3월 25일
내가 몇 년 동안 가지고 있었던 소원을 드디어 이뤘다 생일 부근 제주도에서 누구와도 아닌 혼자 여행 가는 것
소원이랄 것도 없는 내가 몇 안 되는 소원 중 하나였는데 처음으로 바라고 바라던걸 이뤘다
그리고 도착하고 나서 에메랄드 빛 바다를 보기까지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
진짜 너무 행복해서인 건 확실한데 내 표정을 기억했을 때 기뻐서 울었던 것 그리고 서럽게 울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불과 몇 시간 전 일이라 생생하게 기억한다
여태 살아왔던 내 인생이 그렇게 불쌍하고 안타까워서인지 아니면 정말 단순하게 바라는 거 없는 삶에 유일한 소원을 이뤄서 행복과 벅참을 구분 못하는 거인지는 아직 정리가 되지 못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정리를 돌아다니다 눈에 보여 들어온 카페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어떤 상황보다 안정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너가 아니었으면 난 오늘 서울 강서구에서 이제 막 일어나 다음날 생일이기에 잡아야 할 거 같은 약속들을 잡고 필연적으로 맞이해야 할 생일을 억지로 축하를 받으며 연락이 되지 않은 사람들에 어색한 텍스쳐와 괴리감을 마음껏 느끼며 다음날 생일을 맞이했겠지
나에게 큰 단어와 문장을 던져준 것도 아니고 여행을 부추긴 건 아니지만 왜인지 모르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큰 용기를 얻고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도 걱정 없이 걸음을 할 수 있는
머릿속에서 단어와 문장으로 완벽하게 그 무언가를 설명하고 싶은데 결국 설명이 안 되는 그 "무언가"가 너가 가지고 있는 큰 힘이고 그걸 알아챌 수 있는 나여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내일도 모레도 다시는 오기 힘든 이 기회를 마음껏 누리고 그리고 다시 돌아갔을 때 사랑할 수 있는 누군가와 사랑할 수 있는 움직임들로 가득 채워서 다시 이 기회를 맞이했을 때 낯설지 않고 두렵지 않은 채로 온전한 감정을 느낄 수 있기를 그리고 나눌 수 있기를
벅찬 여행으로 시작하고 잔잔한 여행으로 마무리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