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n't we all allergic to...?

누구나 알레르기 하나쯤은 있잖아요?

by 건옥

영국 시인 T.S.Eliot은 그의 대표작인 'The Waste Land;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한다.

문학적 상징성이 아니더라도, 알레르기나 비염이 있는 사람들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 분명하다. 겨울에서 봄으로의 계절 변화로 인한 재채기, 콧물, 두드러기라 등의 여러 달갑지 않은 몸의 신호들을 견뎌내야 하는 시기가 반가울 리가.


감사하게도 환절기마다 알레르기로 매해 고통받는 일 없는, 꽤나 무딘 몸을 가진 나 역시도 약 두세 번인가 정확히 원인을 알 수 없는 무엇 때문에 심한 두드러기, 발진으로 병원까지 가야 했던 꽤나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 내 몸이 이렇게나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다니! 평소에 비하면 열렬하게 "난 반댈세!"를 외치는 몸의 소리가 낯설었다.


본래 Allergy, 즉 알레르기라는 단어의 어원은 그리스어인 allos "Other, different, strange" (타성, 다른, 낯선)와 ergon "work, activity" (작동, 작용, 활동)의 합성어로 "낯선 것에 대한 작용, 반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내가 아닌, 다른 것. 익숙하지 않은, 낯선 것들에 대한 거부 반응을 알레르기라고 한다면, 꽃가루나 날씨와 같이 외부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보이는 호의적이지 않은 신체 반응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마음속으로 "난 반댈세!"를 외치는, 심적인 알레르기 증상을 겪어본 적이 있을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내면에서 '아, 안 되겠다!'라는 반응이 올라오는 건 대게 너무 젠 체를 하는, 말하자면 끊임없이 본인을 '올려치기'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혹은, 사람과 사람 간 건강한 관계가 아니라 '간계', 즉 간만 보고 계산기를 두들기는 사람들. 이러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 본능적으로 마음 속에서 '으...'라는 소리와 함께 알레르기와 같은 반응이 올라온다. 대게 새롭게 만나게 된 상대방과의 몇 번의 접선을 거치면서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하다 보면 그들이 내 심적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인지 알게 된다.


마치 음식 재료들의 궁합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미역과 파. 이 둘 다 건강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식재료지만 합쳐지면 오히려 서로의 영양 흡수에 방해가 되는 것처럼 사람 역시, 각자의 성질에 따라서 어울리면 탈을 일으키는 관계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지니지 않은 타성에 대해 방어적이거나, 내게 익숙함을 주는 것에 한정적으로 호의적이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인간인 이상 우리는 모든 성질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것을 수용하지 않아도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인 이상 우리는 모든 사람의 가치관이나 사상을 받아들이는 게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지키기 위해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하는 신호를 보내듯, 만약 어느 순간 내 마음에서 격렬하게 "No"를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면 그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이 나 자신도 모르게 "심어진" 마음 알레르기 반응인지, 혹은 쌓은 경험을 통해 터득하게 된 분별력 있는 반응인지 질문을 던질 필요는 있겠다. 심어진 마음 알레르기의 경우, 그 리액션은 점차적으로 뚜렷해지고 강해져 '무차별적 증오'까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세뇌된 혹은 심어진 마음 알러지 반응은 개인 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꽤나 자주 나타난다.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그들이 보이는 특이한 행동들에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거나 거부반응을 드러낸다. 하지만 생각을 전환시킨다면 비정상적임이나 독특함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특성이고 개성이기도 하다. 개성이야말로 각자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차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우리 각자의 마음 알레르기 반응은 오히려 인간이기에 가지는 '차이'에 대한 자연스러운 심신반응이 아닐까. 생각보다 나 자신이 편협할 수 있다는 사실, 나와 '다른' 것들에 대해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면 다름, 낯섦, 그리고 외적 세계를 보는 시야가 미움이나 차별의 방해물 없이 환히 트일 수 있을거라 믿는다.


"It is not our differences that divide us. It is our inability to recognize, accept, and celebrate those differences."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차이가 아닙니다.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그러한 차이를 인식하고, 수용하고, 찬양하지 못하는 무능력입니다."


Audre Lorde (오드리 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