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어야 할 여행이 걱정투성이로
새벽에 일어나서 너무 불안하니 다이어리에 긍정확언을 썼다. 우리는 안전하고 행복한 여행을 할 것이고 날씨요정이라 문제가 없을 거라는 내용이었다. 긍정확언 덕분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우리는 홍수를 피해 안전하게 여행했고 비도 한 번 오지 않아 9일 내내 일정을 잘 마무리했다. 감사일기와 긍정확언의 힘을 그렇게 또 확신하게 된다.
걱정을 안고 계속 인터넷으로 글들을 확인하며 출발한 공항 가는 길!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첫 숙소가 홍수피해로 체크인을 할 수 없다고 취소를 하라는 메일을 받았다. 어린 두 아들과 함께 가기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불안하고 걱정되지만 한편으로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일단 공항에 도착해서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 시간까지 여유가 있기에 그 시간에 다시 알아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타요 키즈룸에서 노는 동안 남편과 숙소를 알아보았다. 다행히 아고다로 검색하니 당일에 이용가능한 숙소들이 있었다. 원래는 주요 관광지인 올드타운과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았었지만 홍수가 걱정되어 평강과 반대방향에 조금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다. 그렇게 무사히 치앙마이로 가는 비행기에 탔고 당일 예약으로 무사히 체크인까지 마칠 수 있었다.
가장 걱정되었던 마지막 리조트는 불안해서 가기 전 우리가 가려고 하는 날짜에 이용할 수 있는지 메일로 문의해 놓은 상태였다. 그들도 처리하느라 바쁘니 바로 답장이 오지 않고 며칠 뒤에 이메일이 왔다. 우리가 11일에 체크인하는데 10일까지 복구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용할 수 있다는 답장이었다. 그래서 안심하고 여행을 보내고 있었다. 중간에 치앙라이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아직 복구가 안 되어 취소를 하거나 자기들이 연계해 주는 호텔을 이용하는 것 중 택하라는 아고다 메일이 왔다. 그때부터 또 폭풍검색이 시작되었다. 치앙라이에서 마지막 호텔을 예약했다. 어찌 되었든 급작스레 예약한 호텔들에서 잘 머물고 오게 되었다.
생각지 못한 홍수로 치앙마이에서 1순위로 꼽히는 관광지인 평강과 나이트바자는 보지 못했다. 여행 마지막쯤 올드타운에서 그랩을 타고 다닐 때 홍수복구의 잔해들을 보며 마음이 좀 좋지는 않았다. 카페에서 어떤 글을 보니 여행객들은 핑강 근처의 야시장이 언제 복구되는지, 여행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지가 걱정이지만 현지 사람들은 생계의 문제라 다니면서도 마음이 좋지 않다고 하였다. 서로 다른 환경의 차이에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사람의 환경들을 알려주고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늘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나에게 주어진 조건들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이번 치앙마이 홍수로 느낀 점들이 있다. 어찌 되었건 나에게는 여행이 중요하구나였다. 아이와 함께 가는 여행객 중에는 취소한 사람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난리일 때도 우리는 2월에 예약한 세부여행을 주변 눈치를 받으며 다녀왔다. 이번에도 걱정은 되지만 무사히 다녀왔다. 그리고 행복했다.
필강 홍수는 치앙마이에서는 비가 많이 온 것보다 중국에서 댐을 방출해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기후변화가 여행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도 작년과 올해 날씨가 너무 다르고 앞으로도 예측이 어렵다. 특히 자연재해가 우리나라보다 많은 동남아시아를 갈 때는 앞으로 더 예측할 수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신은 없지만 나의 긍정확언도 우리의 무사한 여행을 영향을 끼쳤을 거라 믿는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여행지의 홍수가 우리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