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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Nov 05. 2024

역시 여행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나름의 변수도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미리 항공과 숙소를 예약을 다 해 놨는데 갑자기 이사가 결정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에 온전히 신경을 쓰지 못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이동이 어려우니 주로 수영을 하고 반나절투어를 하는 식으로 하여 준비해 갈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투어도 알아보다가 결국 예약하지 않았다. 여행을 일주일정도 앞두고 걱정이 되어 책과 카페를 오가며 나름 계획을 잡았다. 처음에는 일정만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맛집까지 나름 알차게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이대로만 가면 문제없겠지 하면서~ 하지만 누가 홍수를 예상했으랴? 결국 두 개의 숙소가 취소되며 우리의 일정은 다 의미가 없어졌다. 그래도 지나고 보면 이러한 이벤트들이 가장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다낭에서는 첫째 머리가 찢겨서 병원 갔었던 것, 세부에서는 코로나가 심한데 눈치를 받으며 다녀왔던 것, 방콕에서는 비행기 출국날짜를 잘 못 해서 남편과 따로 갔던 것 등 여행에서 이러한 이벤트들이 그 장소와 함께 떠오른다.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지만 나름의 묘미를 가지고 있는 여행이 나름 재미있다.


 아이와 동남아 해외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수영이다. 우리나라 풀빌라나 워터파크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마음껏 수영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아이들이 힘들지 않게 무조건 반나절은 수영, 반나절은 관광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공항에서 예약한 숙소는 인터넷에서는 수영장이 그럴듯하게 되어 있어서 선택했지만 손님이 없어 방치하고 있었다. 녹조가 있고 전혀 수영을 할 수 없었다. 직원에게 물어봐도 답이 돌아오지 않아 결국 3일을 아이들과 풀로 관광을 하게 되었다. 조식은 호텔에서 먹는다 해도 점심, 저녁 등 아이들과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데 조금 외진 곳에 있다 보니 도보거리에 식당도 없었다. 어쨌든 밥을 먹기 위해서도 나가야 하니 우리는 아침에 나가서 거의 저녁때 들어오는 일정을 보내게 되었다. 이 역시 우리가 계획했던 여행과는 많이 벗어난 일정이었다. 대신에 원래는 올드타운 위주로 보려고 했지만 북서쪽까지 알차게 관광을 하고 오게 되었고 그 당시에는 더운데 걸으며 힘들었지만 기억에 남는 것들이 많았다.


 치앙마이에서 관광지라고 해야 거의 다 사원이다. 어른들이야 신기하고 새롭지만 아이들은 지루하고 재미없을 수밖에 없다. 특히 날씨가 더우니 땀을 흘리며 걷는 것을 힘들어했다. 그래서 하루 일정 안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코스를 하나씩 꼭 넣었다. 첫날은 나이트사파리가 그 역할을 했다. 오전에 사원을 둘러보면서도 힘들어할 때 나이트사파리를 기대하며 참은 아이였다. 둘째 날은 아이들을 위한 코스를 모르겠어서 검색을 해 보았더니 치앙마이대학교 근처에 레드판다라는 카페가 있는데 아이들이 놀 것들이 조금 있었다. 역시 오전에 사원하나 보고 이리로 가서 시원하게 태국 아이와 닌텐도도 하고 보드게임도 하며 3시간 정도 시간을 보냈다. 그러니 아이들도 힘들다는 말을 덜 하게 되었다. 셋째 날은 엘리핀팜에 가서 코끼리에게 먹이도 주고 진흙목욕도 보았다. 이렇게 중간에 아이들을 위한 코스를 넣으니 아이들도 어른도 만족하는 여행이 된 것 같다.


 큰 틀은 세워가지만 막상 여행동안 변수도 많기 때문에 구체적인 것은 전날 세우는 것이 낫다. 특히 아이와 여행에서는 더욱더.. 아이들이 컨디션이 안 좋을 수도 있고 날씨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주로 하루일정을 마치고 씻고 나면 책자를 펴서 내일 무엇을 할지 정했다. 그러면서 장소 하나하나 검색하여 아이들과 갈만한지 검색해 보았다. 또, 남편과 괜찮은지 의논해 보았다. 요즘은 해외에서도 인터넷 검색이 쉬우니 일정을 굳이 미리 세우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어른 둘이 여행하면 계획한 대로 알차게 보겠지만 아이들과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하나의 장소를 보고 나서도 아이들의 컨디션에 따라 계획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또, 식사시간을 놓치면 군것질로 때우기 쉽기 때문에 중간에 밥 먹는 시간도 꼭 고려를 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할지 큰 틀을 정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목적에 따라 여행코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강 틀만 잡고 세부적인 것은 여행하면서 조율하는 것이 낫다.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고 그걸 지키지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막상 여러 군데 보는 것이 힘들었을지라도 나는 가능한 하루에 몇 개라도 보는 것이 남는 게 있다는 생각이다. 나중에 여행을 다녀와서 사진을 보았을 때 그래도 걸으며 둘러본 곳이 사진도 많고 기억에도 남는다.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은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추억이고 소중한 경험이다. 어쩌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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