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길 01코스 : 시흥 - 광치기 올레 (2020.04.22)
어제 코스를 끝내고 유작가와 몇 가지 논의를 했다. 여행 일정과 숙소에 관한 것으로 우선 호텔을 '코업시티호텔 성산'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코업시티호텔 성산은 20코스를 끝내고 이동 중 약간의 문제로 가지 못했던 호텔이다. 10:35분. 이틀 묵었던 더 베스트 제주 성산호텔에서 퇴실한 후 올란도 택시를 타고 코업시티호텔 성산으로 이동했다.
호텔로 이동한 이유는 숙소를 미리 정해 숙소 선정의 부담을 줄이고 배낭을 호텔 로비에 맡겨 도보 시 무게를 줄이기 위함이다. 호텔 로비에 배낭을 맡기고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1코스가 21코스로 연결되는 형태가 아닌 별개의 시작점이기 때문에 약간 번거로운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시흥리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정류장에 1코스 시작점으로 찾아갈 수 있는 안내가 붙어있어 어렵지 않게 시작점을 찾을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시흥초등학교를 지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간세는 제주 조랑말을 표현한 제주올레의 상징이다.
간세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머리 방향을 향해 걷게 된다.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친절한 조랑말.
스탬프 간세에서 시작 스탬프를 찍고 오늘의 코스인
시흥리 이름은 100여 년 전부터 불렸으며, 옛 정의현의 처음 마을이라는 뜻에서 시흥리라고 불렸다. 제주도에 부임하는 목사가 도민과 얼굴을 마주하기 위해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아볼 때 시흥리에서 시작하여 종달리에서 끝냈다고 한다. 5년 전 유작가와 난 제주도의 부임하는 목사인 양 바로 이 1코스를 시작으로 제주의 곳곳을 누비며 올레길을 완주했었다. 1코스는 제주올레에서 가장 먼저 열린 길이다. 2007년 9월 1코스를 개장한 이래 5년 2개월 만에 제주도를 한 바퀴 걷는 최초의 도보여행길이 완성되었고 지속적으로 코스가 개발, 개선되어 2020년 현재의 올레길이 되었다.
1코스부터 출발하는 초보 올레꾼은 시작점 표지석을 잘 보고 시작하면 좋다. 휴대폰 사진을 찍어도 좋고 관심이 없더라도 중간 스탬프 지점 정도는 숙지하고 출발하자.
펄럭이는 리본을 따라 말미오름을 향해 1km 정도 이동하면 제주올레 공식 안내소가 나타난다.
안내소에 들어가면 패스포트와 가이드북은 물론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제주올레 굿즈 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안내사에게 물어봐도 좋다. 친절히 답변을 해줄 것이다.
5년 전 올레길을 돌았을 때는 구제역이 확산되던 시기였다. 구제역이란 돼지, 사슴과 같은 우제목 동물에서 발병되는 바이러스성 가축전염병을 말한다. 말미오름을 5년 전에 당연히 올라갔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록을 보니 아니었다. 우회하여 알오름으로 진행했던 것이다. 당시엔 얼마나 속상해했을까. 기나긴 올레길의 첫 코스 첫 오름인데 우회라니...
두산봉은 말미오름의 다른 이름이다. 126.5m로 정상까지 10여 분이면 올라갈 수 있다.
소와 말과 같은 동물은 못 나오도록 되어있는 출입구(명칭을 모르겠다)를 지나면 얼마 가지 않아 산불초소가 나온다. 확 트인 풍경을 배경으로 정상의 완만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저 멀리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시원하게 보였다.
21코스에서 실컷 봐온 성산일출봉과 우도였지만 말미오름에서 보는 모습은 색다르다.
바람에 펄럭이는 리본을 따라 걷는다. 나무다리와 저수지를 지나 숲을 빠져나오니 시원한 초원이 펼쳐졌다.
말미오름 정상에서 건너편 오름의 벗겨진 부분이 보였는데 거기가 알오름의 정상이었다. 벗겨진 만큼 방해물 없이 주변이 탁 트인 공간이 나오는데 성산포의 들판과 일출봉, 우도는 물론이고 한라산과 제주동부의 오름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말산메라고도 부른다. 알오름의 이름처럼 새 알을 닮은 오름.
정상에서 찍은 사진 중 초상권 문제로 올릴만한 사진이 없어 아쉽다.
탁 트인 공간에 마음껏 사진을 찍고 12:45분 하산한다.
종달리 사람들은 바닷물을 가마솥에 끓여 소금을 만들었다고 한다.
제주는 염전 만들 갯벌이 귀했고 소금 역시 귀했다.
종달리에서 난 소금은 유난히 질이 좋아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은 논으로 개간되어 그 모습을 찾기 어렵다. 퐁낭투어란 마을마다 자리 잡은 커다란 나무(퐁낭)아래서 어르신들로부터 옛이야기를 들으며 마을 정취를 느끼고 마을 곳곳을 둘러보는 형태인 거 같았다.
소금밭을 지나 걷다 보면 해안 도로가 나오고 익숙한 스탬프 간세가 나온다.
21코스의 종착점인 종달바당이다.
아쉬운 마음에 종달바당에서 사진을 찍고 출발하니 21코스에 이어 1코스를 시작하는 느낌이 든다.
저 멀리 성산일출봉 바라보며 종달리 해안 도로를 걷는다. 걷다 보면 바닷바람에 건조되고 있는 오징어를 볼 수 있는데 준치라고 해서 오징어에 껍질만 벗겨서 반만 건조한다고 한다. 준치를 보며 걷다 보면 조그만 안내판이 중간 스탬프 지점을 알려준다.
시작 지점인 시흥초등학교에서 목화휴게소까지의 거리는 8.1km이다.
11:30분에 출발해 14:07분에 스탬프를 찍었으니 2시간 37분 소요되었다.
오소포연대를 지나 성산갑문교를 건너 성산리에 들어왔다.
휠체어 구간은 4.6km로 성산갑문 입구까지 진행된다. 길은 조금 바뀐듯했다. 갑문교에서 성산포항 종합여객터미널을 둘러 가는 게 아니었고 성산초등학교 앞을 지나 오는 길이었다. 제주올레 사이트에 확인 결과 이 구간은 조경 및 도로 공사로 3월 27일부로 임시 우회되고 있었다.
코앞까지 다가온 성산일출봉. 일출봉 입구를 향해 다시 이동한다.
올레 1코스는 성산일출봉의 입구를 지날 뿐 일출봉으로 가지 않는다. 성산일출봉을 보려는 올레꾼은 코스 시간에 관람시간만큼의 여유를 만들어 둬야 할 것이다. 성산일출봉이 제주도 관광에서 빠지지 않는 명소이다 보니 스타벅스와 카페, 편의점과 같은 시설이 많고 사람도 많고 차도 많다. 일출봉은 예전에 가보긴 했지만 이번 일정에선 미정이다. 근처에서 숙박할 때 갔다 와야 하는데 게으른 편이라 갈 수 있을지...
수마포란 조선시대 제주에서 기른 말을 육지로 실어낼 때 말들을 모아서 내보냈던 포구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이 일출봉 서쪽 퇴적층의 절벽을 뚫고 20여 개의 동굴을 파 놓았다. 세계 자연유산에 뭔 짓을 해놨는지 생각할수록 분노할 수밖에 없다.
수마포를 지나면 터진목 4·3 유적지가 나온다. 성산포 터진목 해안가 모래밭은 1948년 제주 4·3사건 당시 무고한 양민들이 군인과 경찰에 끌려와 무참히 학살된 곳이다. 이런 역사의 현장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조그만 4·3사건 추모공원을 지나 1코스 마지막 지점인 광치기 해변을 알리는 간세가 나왔다. 입에 착 달라붙는 광치기의 뜻은 제주어로 빌레(너럭바위)가 넓다는 뜻이다. 뭔 뜻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지만 썰물 때 드러나는 암반이 드넓고 광야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광치기 해변에선 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승마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곳이다.
광치기 해변에서 스탬프를 찍고 나니 16:20분이었다. 1코스 종료.
11:30분에 시작했으니 4시간 50분이 소요되었다.
1코스는 여기까지지만 이 날은 좀 더 걷기로 했다.
2코스 시작 스탬프를 꾹 찍고 유채꽃을 보며 2코스를 시작한다.
두근두근~ 덩실덩실~
총 길이 : 15.1km
소요시간 : 11:30 ~ 16:20 약 5시간 소요 (공식 4-5시간)
난이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