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시기는 다 다르다
나는 8년 차 독서지도사다.
블로그에 책을 읽고 꾸준히 리뷰를 남겼더니 어느덧 도서전문인플루언서가 되었다.
사람들은 내가 책을 진짜 많이 보고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것도 맞는 이야기지만 사실 나는 어릴 때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먼저 엄마의 이야기부터 꺼내야 한다.
독서 환경을 이야기할 때 부모가 책을 보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어야 한다라는 속설이 있다. 부모가 책을 즐겨야 아이도 책을 좋아한다라는 말은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를 보자면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엄마의 젊은 시절 할아버지는 동네에서 서점을 운영했다고 한다. 바쁜 아버지를 대신에 자주 서점을 지켰는데 손님이 없는 시간에 딱히 할 일이 없다 보니 그때 책을 많이 읽으셨다고 한다. 엄마는 내가 읽어보지도 못한 고전 소설이나 명작 소설을 꿰고 있다. 내가 어릴 때도 화장실에서 가면 늘 엄마가 읽던 책을 있었다.
책을 좋아했던 엄마는 우리 남매를 위해 거금을 들여 전집을 들여놓기도 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노는 게 좋았지 책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부모가 책을 많이 본다고 해서 애가 책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이 되었다. 그러니 부모들이여 부담이나 죄책감을 갖지 말기를..
지금 생각해보면 좀 아쉬운 것은 만약 그때 엄마가 책을 많이 사주기만 하고 그칠 게 아니라 같이 읽어주고 책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럼 내가 책에 대해 좀 더 관심이 있었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다.
그래서 책을 사주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같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독서지도사가 되고부터 알게 되었다.
그럼 나는 언제부터 책이 좋아졌을까.
대학생이 되고부터였다.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간 나는 처음으로 대학교 도서관이란 곳을 가보게 되었다. 거기서 책을 정리하는 학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동네 작은 서점이 다였던 촌사람인 나는 그렇게 많은 책과 큰 도서관을 처음 본 것이었다. 책이 이렇게 많고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나는 책 냄새, 그 고요하고도 적막함이 좋았다.
책을 서가에 정리하는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서고에 서서 책을 꺼내 몰래 읽었다. 내가 알고 싶은 분야의 책을 봤고 유명 작가들을 그곳에서 만났다. 나는 그렇게 점점 책과 친해지게 되었다.
그 이후 인생의 고비마다 주옥같은 말들로 나를 일깨워 주는 책을 통해 나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늦은 나이에 책을 좋아하게 된 것이 안타까워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를 만들어주고 싶어 독서지도사가 되었다.
지금 아이가 책을 읽지 않는다고 혹은 책을 멀리하고 있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나 같은 늦은 나이에 책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저마다의 시간 속에 언젠가 책이 들어가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