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해방 일지
엄마가 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는 모든 여자들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고생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더 배웠든 덜 배웠든, 돈이 많든 적든 똑같은 옷을 입고 조리원에 앉아있던 우리는 모두 공평했다. 어떠한 사회적 지위보다도 젖을 잘 먹이고 아기의 잠을 잘 재우는 엄마가 그곳에서는 권위자였다. 경험이 풍부한 둘째, 셋째 엄마들은 초보 엄마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아이를 잘 먹이고 잘 키우는 것이 갓난아기를 안은 그 당시 모든 엄마들의 소망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한동안 나를 잊고 아이만을 위해 살아왔다. 그것이 기쁨이었기 때문에 기꺼이 나의 모든 것을 바쳤다. 하지만 어느덧 아이는 훌쩍 커 더 이상 나의 손길을 바라지 않는다. 하루 종일 아이에게 시달리지 않게 되고 시간적 심적으로 여유가 생긴 후 나를 돌아보게 된다. 문득 ‘과연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면 당신은 생각이 많아질 것이다. 왜 자신은 여느 엄마와 같지 않은지 궁금할 것이다. 왜 평화로운 이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진정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엄마라는 역할에 갇히게 되는 우리는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는 것에 소극적이 된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무시한다. 엄마니까, 아내니까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그게 가정을 위한 것이라고 받아들일 때 그 역할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역할에 맞추어 사는 것이 평화로울 수 있다. 가정을 충실하게 돌보며 의미 있게 살고 있는 엄마들을 존중한다. 하지만 만약 자꾸 머뭇거리면서 그러한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내 길이 아님을 과감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인정하고 용기 있게 나설 때 길은 나타나기 마련이다. 안 되는 이유는 차고 넘쳤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해야 하는 이유를 끊임없이 찾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엄마라도 자신만의 일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것이 당신을 비로소 누구도 의지하지 않는 당당한 자기 자신으로 만들어 주고 당신의 정체성을 찾게 해 줄 것이다. 나는 그것이 당신이 다시 일을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경력은 단절되었을지 몰라도 당신은 아직 이 세상과 단절되지 않았다. 작은 것이라도 계속 시도하기를 바란다. 그 시도가 실패로 끝나더라도 그 경험이 당신을 성장시켜 줄 것이다. 세상을 향해 계속 문을 두드리고 과감하게 발을 내디뎌 보라. 당신이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계속 자기 자신을 객관화해서 보기를 바란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놓지 말아야 한다. 기회는 우연하게 오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끊임없이 탐색하고 찾을 때 기회와 용기도 찾아오는 것이다. 엄마가 되어 다시 내 일을 갖는 것은 쉽지 않은 길이 될 수 있겠지만 그 길을 버티고 굳건하게 땅 밑으로 뿌리를 내린다면 당신은 단단하게 세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