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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드림 Sep 24. 2022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독서지도사

비타민 같은 너희들


독서지도사로 여러 아이들을 만난다.

가장 어린 6세부터 13세 아이들까지 다양한 아이들과 만나고 또 헤어졌었다.


사실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 자녀만 겨우 예쁘게 봐줄 뿐 다른 아이들은 그냥 아이다. 처음 계획했던 대로 두 아이를 낳고 나는 더 이상 아이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1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어떻게 독서지도사 선생님이 되었을까 싶기도 하다.


아마 나는 아이들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뭔가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가치 있는 것들을 소통하며 가르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런 목적이라면 독서지도사는 정말 나에게 맞는 직업인 셈이다.


그래서 힘들게 하는 아이들을 다루는 일에 여전히 서툴다. 수업에 대한 거부감이 있거나 책에 대한 흥미가 전혀 없는 아이들은 어쩔 도리가 없다. 수학이나 영어처럼 뭘 가르칠 수 있는 수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규모로 하는 그룹 수업임에도 아이들이 정신 사납게 굴면 힘들다. 어쩌지 못하고 한숨만 푹푹 내쉰다. 내가 아이들을 다루는 스킬이 부족해서인지 그룹 수업이 오래 간 적이 거의 없다.


아마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리라. 스스로 위안을 삼아 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것을 더 선호한다.


한 아이는 그나마 컨트롤하기 좋고 그 아이의 이야기도 깊이 있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아이에게 밀착해서 수업을 한다는 느낌이 더 좋다. 내 아이는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지만 남의 아이는 가능하다. 남의 아이이기에 좀 더 객관적으로 보고 인간적으로 그 아이를 대하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반말을 하지 않는다.


그들을 존중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작은 인간일 뿐 어린이가 아니다. 그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어 어쩔 때는 더욱 어른스럽게 여겨진다. 언제나 나는 아이들과 동등한 위치라고 되새기며 수업을 한다. 절대 내가 무엇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는 함께 성장하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많은 수업을 거쳤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것도 가르친 적이 없는 것 같다. 책을 읽고 아이들과 솔직하게 나누었으며 아이들의 말을 들으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에 반응해주는 아이들이 있었기에, 그들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나를 존중하고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었기에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이 일을 놓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의 생각의 성장이 눈에 보일 때 가장 뿌듯하다. 책을 깊이 있게 읽고 내가 느끼는 감정을 똑같이 느끼며 내가 깨달은 바를 서로 이야기할 때 그들은 결코 어린이가 아니었다. 그런 순간이 왔을 때 희열을 느낀다. 그 맛에 독서지도사를 한다.


그들의 어린 시절에 나라는 존재는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될까 그런 생각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영양가라고는 없는 나 같은 선생에게 비타민 같은 아이들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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