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사람에게는 강하게 약한 사람에게는 약하게
몇 달 사이에 인간관계에 심각한 딜레마를 겪고 나서 나는 한동안 어질어질한 상태로 지냈다.
그동안 사람을 대할 때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하려고 했고 해코지당한 적도 없이 무난한 인간관계를 가져왔다고 생각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웬만하면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게 좋다고, 괜히 따지고 불만을 터트려봐야 내 정신 건강에 문제만 생긴다 싶어 참고 넘어간 적도 여러 번이다.
그런데 요 몇 달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수모를 당하고 난 뒤 과연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어떻게 비췄을까 의문이 들었고 내가 그냥 사람 좋게 대해준 것이 잘못된 거였을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앞에서와 뒤에서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까지 과연 친절과 다정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기 전에 똑똑하게 빈틈없이 따지고 들고 하나라도 손해보지 않겠다는 자세와 태도로 그들을 대했어야 옳았나 싶기도 하다.
나의 웃는 모습은 그들에게 약한 존재로 보였고 그래서 좀 무례하게 해도 네가 뭘 어쩌겠냐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나 만만하게 생각해도 되는 사람으로 여겨졌나 싶어 울분이 터졌다. 한동안 그 울분이 어디로 튈지 모를 정도로 나의 마음을 헤집어 놓았다.
살면서 지금까지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이 곱다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착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남에게 피해되는 일은 하지 않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착한 사람은 만만한 사람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만만하게 보여서 착한 선생님들은 고통을 받았고 결국 스스로 쓰러져 갔다.
그동안 그러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사람을 가려야겠다는 제대로 사람을 보고 나도 행동을 달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속이 편치가 않다. 꼭 그래야 되는 걸까... 나쁜 마음을 악한 마음을 먹어야 되는 걸까 씁쓸하기만 하다.
세상이 흉흉하니 마냥 착하고 좋게 굴면 부당한 대우를 당한다는 것을 세상에서 일어나는 숱한 뉴스에서도 보아왔지만 내가 당하니 실로 어이가 없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나의 바람은 결국 이상주의적 허상일 뿐인가
약한 자에게 더 강하게 강한 자에게 약하게 구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강한 자에게 더 강하게 약한 자에게는 한없이 약해지는 사람이고 싶다.
나의 가치관까지 뒤흔드는 일련의 사건 덕분에 나는 정신을 다시 차리고 마음을 추스리고 더 쎈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나를 지키기 위해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더이상 친절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