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하는 방법을 찾다
다시 일을 시작한 지 6년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몰랐다
그저 하루하루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을 잠시 멈춰 본다
이사라는 핑계로 나는 일을 그만두었다
어딘가에 메어있던 것들에서 풀려난 해방감을 느낀다
매일같이 시간에 맞춰 사는 일상이 갑자기 전원이 꺼지듯 정전이 된 듯하다
사실 너무 지겨웠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특히 아이들 집에 매일같이 나가서 시간 맞춰 방문해야 되는 준비과정이 특히 귀찮았다
일을 그만두면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 하나씩 해야지 하며 설레고 좋았다 그동안 억눌러 있던 욕구들이 마구 떠 올랐다 하고 싶은 일들이 잘 계획해서 놀아야지 싶었다
그동안 오후 시간에 일이 있으니 어딜 가보기도 편하게 친구를 만나 놀기도 쉽지 않다고 여겼는데 막상 시간이 생겨도 나는 그 일들을 하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더 이상 일이 없으니 밖으로 나갈 일이 없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집 안에 있어도 되니 씻을 필요도 화장을 할 필요도 옷을 갈아입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정말 지겹다고 여겨진 그 일들을 하나도 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티브이도 재미가 없다 시간이 부족해 보고 싶던 프로도 끝까지 못 보고 나가야 해서 짜증이 난 적도 있었는데 이제 맘 편히 볼 수 있는데도 왠지 심드렁하다
겨우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사람이 참으로 피폐해지는 것을 느낀다
아니면 진짜 지금이 편하게 쉴 시간인데 얼마만의 찾은 휴식인데 나는 왜 이렇게 편하게 즐기지 못하는 것일까
휴식을 하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나는 뭘 해야 할지 뭘 해야 되는 건지 조차 감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붕 뜬 기분으로 하루를 보낸다
며칠 동안 두문분출하며 먹기만 하는 것 같아서 어제는 그냥 밖으로 나가서 그동안 가보지 못한 동네 빵맛집을 돌아다녔다 빵도 사고 떡볶이도 사고 마트도 한번 들르고 이리저리 동네 구경을 했다 그냥 정처 없이 동네 한 바퀴를 쭉 돌다가 들어온 게 내가 한 전부였다
그동안 목적 없이 돌아다닌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 보니 없었다 어딘가로 가기 위해 바쁘게 발을 놀렸지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보지 못한 것들을 이제야 둘러보게 된다
또 좋은 것은 여유롭게 식사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상 점심 저녁 시간에 맞춰하기 바빠서 대충 해서 끼니를 때우는 편이었는데 또는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이의 식사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음식을 해야 해서 항상 뭔가 쫓기듯 식사를 준비했는데 지금은 여유롭게 이것저것 해보려고 한다
실로 오랜만에 다시 전업주부가 된 것이다
아직은 실감이 잘 나지 않는 것이 맞는 표현인 것 같다 편하게 쉬겠다는 생각만으로 일을 다 정리했는데 편하게 쉬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계속 뭔가를 계획하고 만들고 해볼까 싶지만 막상 막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아 또 그만둔다
그렇게 자꾸 하루가 지나가는 게 또 아깝다
어차피 쉬는 시간은 10분으로 정해져 있는데 다시 공부시간이 시작되는데 그 안에 진짜 제대로 놀아야 하는데 라며 나는 자꾸 조급해진다 도대체 나는 그동안 뭘 잃어버리고 있었던 걸까
하루하루 치이며 일과를 쳐내듯이 하루를 보내던 나는 도대체 뭘 놓치고 있었던 걸까
아무 의욕도 생기지 않으니 말이다
일단 그냥 놀고먹어 볼까 그러다 보면 생각이 의욕이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