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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피 Oct 28. 2022

S#1. 드라마를 알려드립니다

한국방송작가협회교육원 드라마과정 강의를 듣다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쓸 줄 알아야 한다. 소설과는 다르게 방송기호와 각 씬마다 지니는 역할, 연출 등 정말 다양한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데 초보들에게 특히 입문하려는 이들에게는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이제 소위 말하 K드라마 전성시대가 왔다.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쓰려고 하는 만큼 학원이 많이 생겼다. 그 중에서도 관심이 있던 곳은 한국방송작가협회교육원이었다.


문예창작과 수업으로는 드라마를 배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한국방송작가협회교육원에 등록했다. 대학생 때였기에 아르바이트로 받은 월급 50만원을 아끼고 아껴 모아둔 돈으로 수강료를 내곤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선택한 용기 있던 순간이었다.

방송작가협회교육원은 어떤 곳일까


방송작가협회교육원 강의 과정으로는 크게 드라마 / 비드라마(구성)로 나뉜다. 구성은 한 과정밖에 없고, 들은 바에 의하면 소질이 있다면 선생님의 추천으로 방송국 취직까지 이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드라마 과정은 이와 같은 과정이 쉽지 않다.  (개인적인 경험일 수 있다) 그래도 보조작가 면접을 볼 때에 중요한 경력이 된다. 드라마작가 강의의 과정은 4개의 반으로 나누어진다.


기초반 - 연수반 - 전문반 - 창작반

드라마 과정은 각 5개월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다음 반으로 진급하고 마지막 창작반까지 수업을 받게 되면 거의 2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 뿐인가. 수강료도 만만치 않다. 물론 직장이 있고 수입이 있는 경우라면 그리 부담스런 금액은 아닐 수 있겠지만. 



기초반


기초반을 들어가기 전에 원래 면접을 보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면접을 대신하여 드라마에 대한 에세이를 작성해 첨부하는 식으로 심사를 진행하였다. 그때 에세이 주제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속 캐릭터'였다. 필자는 드라마 <보이스>, 그 중에서도 이하나 배우님이 맡은 강권주 센터장 캐릭터에 대해 한 글자씩 적어내려갔다. 


오래전부터 마음에 들었던 드라마는 보고 또 보는 습관이 있다. 그 중 한 작품이 <보이스>였다. 잔혹하면서도 절대 감정선을 놓치지 않는, 묵직한 힘이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에 대한 메시지도, 범인의 심리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힘. 특히나 형사물에서 여자 주인공이 빛나는 드라마는 처음이었다는 이야기를 주절주절 떠들었다.


합격 여부가 발표되고 난 뒤에는 곧장 강의가 개강된다. 1주차 오티를 포함하여 10주간은 드라마 이론을 배우게 된다. 드라마란 무엇이며, 지문과 대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지. 씬마다 어떠한 목적을 지니고 보여줘야 하는지 등 기본적인 작법을 익힐 수 있다. 그 다음 차시부터는 한 사람 당  한 작품씩 단막극을 창작하여 제출하게 된다. 선생님 그리고 동기들이 작품에 대한 합평을 하는 시간으로 진행된다. 


합평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늘 그렇듯 합평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는 않다. 까인다고 표현하는 비판을 걸러 듣고 소화해내는 능력도 경험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반면 합평이라는 시스템을 처음 접하는 비전공자의 경우에는 처음 자신의 작품을 내놓는 자리이기 때문에 긴장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함께 이제 막 시작한 기초반 동기들이니까!


연수반


연수반은 기초반 이후 진급을 통해 이루어진다. 기초반에서 여러 기준으로 점수를 내게 된다. 주로 출석, 과제, 단막극 작품으로 담당 선생님이 평가를 내린다. 점수를 토대로 순위를 매기게 되고, 커트라인이 존재하게 되는 것. 기초반부터 창작반에 이르기까지 점점 인원이 줄어드는 만큼 진급을 하면 할 수록 어렵다는 것 정도만 알고 가면 된다.


연수반 강의를 듣게 되면 이론에 대한 강의는 잘 다루지 않는다. 이미 기초반에서 습득을 하고 오기에 이론보다는 실전에 집중한다. 그게 기초반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개강을 하고 나면, 한 사람 당 2개의 작품을 합평해야 한다. 작품 총알을 확보한 사람이라면 조금은 수월하겠지만, 마감에 허덕이며 완성하는 편이라면 조금은 서둘러 준비하는 게 좋겠다. 기초반 때보다는 작법을 어느 정도 익힌 상태인 건 분명하나, 강의 기간 2작품을 쓴다는 건 부지런하지 않고서야 촉박하기 마련이다.



연수반을 마치며



개인적인 후기를 남기자면 확실히 혼자 '아, 작가가 되어야지'하고 독방에 갇혀 지내듯이 외로이 쓰는 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된다. 내 작품이 어떠한지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고, 또 결국 공모전이라는 최종 목표가 있는 만큼 보다 공모전이 원하는 단막극이 무엇인지도 터득할 수 있다. 그건 즉,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인지 배워가는 과정이라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니 결국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눈'을 가지는 것 같다. 


사실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은 교육원이다. 무언가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아올랐다면, 혹은 드라마를 꼭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면 교육원으로 가는 것도 좋겠다. 현재도 글을 쓰는 행위를 고민하고 함께 나아가는 선배이자 선생님에게 배워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임은 틀림없으니.


그럼에도 아쉬운 점을 적어보자면, 사람이다. 어떠한 조직이든, 어디를 가든 다 그러겠지만 결국 모든 곳은 사람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좋은 스승님을 얻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평생 함께 글을 쓸 동료를 찾게 되기도 한다. 필자는 비록 코로나 때 줌으로 강의를 하는 탓에 쫑파티를 하지 못했다. 그게 제일 아쉬운 점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어디서든 만나게 될 사람들이니 조금 더 사람을 얻는 것에도 초점을 두면 좋겠다. 아무래도 같은 꿈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니 거기서 얻을 수 있는 힘도 매력적이다. 


교육원을 꼭 다녀야 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교육원을 꼭 다니지 않아도 괜찮다. 교육원에서 대체로 단막극에 대해 강의를 하는데 사실 지금은 단막극보다 숏폼, 미니시리즈 공모전이 늘어나는 추세다. 결국은 글을 배우고 쓰는 행위는 기관도 전공도 아닌, 쓰려는 의지와 마음에서 시작된다.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결국 끝까지 쓰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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