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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피 Oct 30. 2022

S#3. 정말 작가로 살 수 있을까요?

글을 쓰는 건 엉덩이가 아니라 책임감일지도

  글을 쓰다 막히면 초심으로 돌아가려 안간힘을 쓰는 버릇이 있다. 분명 처음엔 글로 위로를 주고, 위로를 받고, 조금은 따스한 세상을 기대하며 글을 썼다. 뭐 지금 쓰는 이유도 다를 건 없지만, 적어도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니 순수한 마음이 고스란히 글에 담겨졌고, 그 글이 가진 힘을 믿어주는 이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순수함이 없다. 어떻게 써야 인기가 많을까, 어떻게 써야 많은 이들이 글을 사랑해줄까, 하는 고민이 끝도 없이 늘어났다. 물론 혼자 책상에 앉아 푸념하듯 적어둔 글을 세상에 내놓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까지 이러한 고민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막상 정말 글로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우울해졌다.


"공모전이 아니라 진정으로 쓰고 싶은 글을 써 봐."


 최근 나의 고민을 들은 지인들의 공통적인 조언이었다. 그런데 이 질문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정작 무슨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해보았다.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정말 글 쓰는 게 좋아서 글을 쓴 게 언제였나 하고. 사실 가물가물하다.


  기억나는 건 중학교 시절 시화 전시를 마치고, 학의천을 거닐며 자연을 담고 글을 썼던 때 말고는 없었던 것 같다. 너무 애초부터 입시, 공모전을 위한 글을 썼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가끔 일반 고등학교를 가볼걸, 이라는 후회도 하지만 그래도 고등학교 때는 그래도 글 쓰는 게 힘들지는 않았다.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없어서 힘들었지, 글 쓰는 행위 자체에는 즐거움이 더 컸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입시를 거치고 나니, 열망은 사라졌고 동아리를 도피처 삼아 살았다.


  대학교에 가서는 할 수 있는 한 신나게 대학생활을 즐겼고, 생각없이 취해봤고, 쪽팔리게 고백도 차여보고, 고백도 받아보고, 데이트도 해보고. 모든 걸 했다. 하지만 정작 글은 쓰지 않았다. 조금은 소설과 권태기를 가졌다. 아, 그래도 드라마 수업에서는 소심하던 내가 손을 들고 발표까지 하는 정성을 들였다. 그제야 알았다. 모든 걸 겪고, 떄로는 버려도 보았지만 드라마만큼은 놓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졸업작품을 쓰고, 졸업을 하고 곧바로 보조작가 취업을 하고, 지금껏 시간을 흘려보내니 내가 정말 작가로 살 수 있나 하는 의문이 생겼다. 보조여도 작가로 돈을 벌고 있으면서 작가로 살 수 있다고 고민하는 게 누군가에게는 배부른 소리라거나 철없는 소리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근래 나는 고민이 깊어졌다. 내가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신감이 없어지고, 손 벌리고 마무리하지 못한 인물들의 인생만 질질 늘여놓고 있다.


  이제 와서 교과우수상을 한 번 받아보기라도 한 과학을 죽어라 해봐야 할까, 이제 와서 한참은 놓치고 살던 취직 준비를 해야 할까. 여전히 고민이 많지만 그럼에도 내가 여전히 행복한 순간은 드라마를 보고 쓸 때라는 건 변함이 없다. 아무래도 책상 앞에 앉아 엉덩이의 힘을 믿고 싶은 건 드라마가 전부다. 상대방과 대화를 잘하는 법도 잘 모르고, 겁쟁이라 안해본 게 더 많은 삶이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싶다. 지금 내린 결론은 '어떻게든 악착같이 해보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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