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둥이 : 2016년생, 첫째(남아), 둘째(남아), 막내(여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나, 같은 걸 먹고,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양육자가 키웠건만 각각의 개성으로 빛나 늘 엄마, 아빠의 뒷목을 잡게 하는 그들. 삼둥이들은 옷 매무새도 제각각이다. 일단 기본값은 부모의 영향으로 옷을 예쁘게 입진 않는 삼둥이들. 여기서는 그들의 옷의 디자인을 논하지 않고, 그들의 매무새와 맵시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막내>
막내는 배가 몹시 나왔다. 몹시 나왔다. 요즘 초딩 여학생들이 입는 크롭티를 입었다가는 크롭티 아래로 배가 까꿍하기 일쑤다. 바지를 배 위로 입어도 이상한데, 얘는 바지를 위로 올리는 걸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바지를 둥글게 나온 배 아래로 내려 입는데…. 이것은 마치 배가 많이 나와 있는 중년의 사장님들이 배 밑으로 허리띠를 매고 있는 모습 같다. 이것은 만7세 여아가 쉽게 낼 수 없는 노련한 분위기다.
<둘째>
얘는 얘대로 이해할 수 없다. 답지 않게, 내 자식 답지 않게 너무나 깔끔하게 옷을 입는다! 일단 바지의 단을 접을 때 엄마가 접어주는 것에 만족하지 못 한다(다들, 내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긴 한다…. 손재주가 메주….) 바지 양쪽의 접히는 단의 높이가 딱 맞아야 하며, 그것을 맞추기 위해 집중하여 바짓단을 노려본다. 왜? 그거 누가 본다고? 양말도 취향이 있어서 긴 목의 양말은 싫어하며, 좋아하는 감촉의 양말이 있는 것 같다. 근데 막상 옷의 디자인 등에는 거의 관심이 없는 편이다. 그저 셋 중에 유난인 정도. 어디 나가면 유난,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의 유난.
<첫째>
막내와 둘째의 옷 매무새에 대한 이야기는 첫째 이야기를 하기 위한 예고에 지나지 않다. 첫째는, 우리 첫째는 옷에 관심이 없으며 옷 매무새에 대한 관심도 정말 지나치게 없다. 그가 옷을 입은 꼴을 보자 치면, 일단 티셔츠 속의 런닝은 당연히 바지 밖으로 나와 있다. 아, 그건 좋다 치자. 근데 문제는 런닝의 일부는 배 속에 들어가 있고, 일부는 배 밖에 나와 있다. 그리고 올려 입은 바지의 허리 부분은 매일, 어쩜 그렇게 한결같이 돌돌 말려 있다. 바지의 길이는 어떻게 입은 건지 밑단의 높이가 항상 다르며, 양말도 제대로 신은 적이 없다. 방정하기가 이를 데 없다. 무엇을 상상하면 되냐면, 만취한 아자씨가 거리에 노상방뇨를 한 후 옷을 추켜입은 모습. 딱 그거다….
그 아이는 더위를 많이 타고 특히 머리에 땀이 많이 나는데 좀만 뛰어도 머리가 땀에 푹 절어버리는 아이다. 이런 아이가 한겨울에 히터가 틀어져 있는 차에서도 두꺼운 겨울 점퍼를 벗지 않는다. 차가 달리고 한참 지나 첫째를 보면 얘 몸에 김이라도 날 듯 점퍼 안쪽이 뜨끈하고, 머리는 역시나 땀이 푹 절어있는데. 그래도 점퍼를 벗을 생각을 안 한다. 매번 그런다. 그리고 매번 이유를 물으면 말한다.
“엄마아~ 어차피 차에서 나갈 때 다시 입어야 하잖아~”
세상에, 내가 이렇게 융통성 있는 아이를 낳았어!
이 와중에 이 아이의 아빠는 아이들이 감기가 걸릴까 노이로제가 걸린 사람으로 항상 한 단계 옷을 덥게 입힌다. 더웠던 4월 어느 날, 실내에서 열린 어린이들을 위한 콘서트에서 다른 아이들은 반팔을 입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만 약기모가 있는 옷을 입고 있다. 내 옆에서 콘서트를 보고 있는 첫째의 몸을 만져보니 옷 안이 땀으로 가득 차다. 위에 입고 있는 맨투맨 티셔츠를 벗겨주려고 하니 아이가 말한다.
“아빠가 싫어하면 어쩌지?”
이녀석, 이녀석을 어쩌지? 뭐 그럼 엄마가 옷을 챙겨주지 그랬냐 하면 내가 할 말이 없긴 하지만….
언니에게 첫째가 차에서 나갈 때 다시 입어야 해서 귀찮으니까 그냥 땀을 흘리면서도 점퍼를 안 벗었단 얘기를 했더니, 언니가 말한다. “나 이거 어디서 들어보던 소린데, 아, 너 어렸을 때 네가 그렇게 말했어!”
아니에요, 아니에요! 저 안 그랬어요! 나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