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은 없다
‘당연하지’ 게임이 생각난다. 상대방의 짓궂은 질문에 대해 내가 동의하지 않아도 게임에 이기기 위해 “당연하지”라고 대답하는 게임이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이 있을까? 부모의 사랑은 당연한 것인가? 연인의 사랑은 당연한 것인가? 효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가? 내가 대한민국 여권을 가진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은 당연한 것인가?
터키 비행
벌써 여섯번째 비행이다. 튀르키예라는 명칭으로 바뀐 터키 비행을 다녀왔다. 약 10~11시간의 장거리 비행이라 가기 전부터 긴장을 했다. 내 듀티가 판매 듀티였기 때문에 더 긴장을 했던 것 같다. 여행사에서 우리 비행기를 전세기로 사용하는 비행이라서 단체 관광 손님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힘든 비행이 될 것이라고 많은 동기들이 경고(?)했다.
아니나 다를까 기내가 도떼기 시장으로 변했다. 여섯번째 비행만에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어 좋은 경험이 됐다. 더군다나 내가 판매 듀티였기 때문에 정~말 바빴다. 약 300명의 승객분들께서 엄청나게 주문을 하시는데 정말 10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하면서 비행을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기절 승객
여섯번째 비행만에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다. 때는 첫번째 식사가 나간 후, 판매의 중간 결산을 위해 기내 가장 뒷쪽 갤리에서 정리를 하고 있었다. 가장 뒷쪽에는 양쪽에 화장실이 두 개가 있기 때문에 승객분들이 쉴새없이 이동하는 공간이다.
그때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별거 아니겠거니 생각했지만, 바로 한 승객분께서 “여기 사람이 쓰러져있는데요!”라고 하셨다. 승객분을 바라보니 정말 여자분께서 바닥에 기절해계셨다. 갤리에 총 5명의 승무원이 있었지만 내가 가장 먼저 튀어가(?) “손님 괜찮으세요?”를 외쳤다. 내가 무슨 용기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정말 다행인 것은, 내가 손님의 양쪽 어깨를 두드리며 안부를 물으니 손님께서 깨어나셨다. 또한 정말 다행인 것은 간호사 출신 내 동기가 있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손님을 맡겼다. 건강이 호전된 후 손님께서는 자리로 돌아가셨고 정말 감사한 순간이었다.
당연하다 생각할 땐 감사함이 없다.
전세기였기 때문에 단체관광손님들의 여행이 끝날 때 같이 귀국하는 비행이었다. 일정은 총 7박 8일. 즉 승무원의 레이오버, Layover(해외에서 승무원들이 체류하는 것을 말함) 역시 7박 8일이었다. 여행 계획 세우는 것을 스트레스로 여기는 나로서는 터키 비행이 나의 로스터, Roster(승무원들의 비행 스케줄)를 본 순간 당황했었다. 하지만 당황도 잠시, 같이 비행 가는 동기 2명이 날 다시 행복하게 했다. 이들과 함께 가는 비행이라서 행복했다. 얼마나 감사한지. 25명의 동기 전부를 사랑한다고 자부하지만 그 중에서도 나와 성격이 다르고 결이 다른 동기들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번 동기들은 이름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동기들이었다.
동기들이 계획해준 여행 스케줄대로 터키 비행을 행복하게 마쳤다. 음, 과장하자면 완벽한 여행이었다. 하와이를 가든 몰디브를 가든 아무리 좋은 여행지를 가든 혼자 가는 것이 아닌 이상 함께 하는 사람이 그 여행의 행복을 좌지우지 한다는 ‘이론’은 이번 여행을 통해 나에게 ‘실제’가 되었다.
좋은 동기들을 만난 것은 당연한걸까? 동기니까 잘해주는게 당연한가? 세상에 우연은 없다. 내가 우연히 돈을 주워도 의미가 있고, 우연히 길을 가다 친구를 만나도 이유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연은 없다. 우연한 것이 없다고 믿는 것이 나를 겸손하게 한다. 겸손은 감사와 깊게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감사함은 행복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 행복하고 싶다면 감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믿는다.
잠언 19장 21절
사람이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어도 오직 여호와의 뜻이 완전히 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