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다양한 경험을 허락해주심에 감사
또가폴
여행을 가고 싶은 분들에게는 참 망언에 가까운 말이지만 싱가포르를 자주 와서 또가폴이라 부른다. 참 매력 있는 나라지만 물가는 전혀 매력이 없다. 약간의 과장을 더하면 한국보다 1.5배는 더 비싼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점점 컵라면과 친해지는 중이다.
이놈 참 색다른 놈이네?
‘승무원 하길 잘했네, 우리 항공사 들어오길 잘했네’ 등, 3개월 동안의 비행을 하면서 그리고 현지에 체류하고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된다. 대한민국 그리고 전 세계를 통틀어서 레이오버(Layover, 승무원이 현지에 체류하는 것) 7일을 주는 항공사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부정기편이긴 해도 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경험인가!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전 직장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하지 못했기에 아쉬운 마음도 든다. 재밌는 경험을 가진 날 생각하면 참 색다른 놈인가 싶기도 하다.
제2의 박지성을 꿈꾸던 놈이 ‘한국엔 나보다 축구 잘하는 사람밖에 없구나’를 깨닫고 체육 교사라는 플랜 B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교사의 삶에 회의감을 느껴 무엇을 할까 방황하던 찰나, 이왕 체육교육과라는 전공을 가진 김에 기간제로라도 교사를 경험해보자는 생각으로 교사를 시작했다. 경험 한번 해보자라는 취지에는 맞지 않게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코로나라는 전염병과 함께 교사라는 직업과 이별했다.
가르치는 일은 참 재밌다. 잘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르게 때문에 어쩌면 학생보다 교사에게 더 많은 학습량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학생보다 교사가 더 많이 배우게 된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최선을 다했다. 매년 모든 교사가 실시해야 하는 학부모 공개수업에서 체육 수업에 가장 많은 학부모가 찾아온 것은 이레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아이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았을까!
코로나 19 덕분에 영상 편집 기술도 얻게 됐다. 얼마나 많은 영상을 찍었던지 학교 콤푸타 용량이 부족했었다. 일일이 수업 영상을 찍어 내 얼굴을 비추니 난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을 보지 못하지만 학생들은 날 꾸준히 본 덕분에 가끔씩 등교하던 날이면 내가 어색하지 않다고 했다.
출근 마지막 날, 참 기분이 이상했다. 좋은 일로 일을 그만둔다지만 헤어짐은 늘 적응이 어렵다. 매달 있는 교직원 회의에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코로나 19 덕분에(?) 모두 취소된 상태. 퇴근 전, “설레임” 아이스크림을 한 박스 사놓고 모든 교직원분들께 그동안 감사했다고 쪽지를 보냈다. 답장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고 교직원분들께 드릴 “설레임”을 정리 중이었다.
“띵, 띵, 띵, 띵, 띵!!!!”
뭔 놈의 쪽지가 이렇게 오는가 싶어 모니터를 확인했더니 거의 모든 교직원분들께서 나에게 오히려 감사했다고, 새 삶을 축복한다며 답장을 보내오셨다. 얼굴을 직접 보며 듣는 인사보다 어쩌면 더 마음을 울리는 내용들이 많았다. 참 감사했다. 많이 감사했다. 내가 뭐라고 이런 좋은 일들이 가득할까 싶어 마음이 정말 뜨끈했다.
교사의 삶에서 회의감을 느낀 가장 큰 부분이 바로 발전도 퇴보도 없는 공무원의 삶이었다. “가늘고 길게 살려고, 그러려고 공무원 하는 거지~”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었다.
많은 선생님께서 이런 답장을 하셨다. 사회에서 무엇을 새로 시작하기엔 늦은 나이,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더 힘들어진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도전하여 목표를 이룬 선생님이 부럽다고. 어쩌면 내가 드린 저 아이스크림이 단순히 아이스크림 이름이 아닌, 많은 분들에게 “설레임”을 드린 것이 아닐까!
겸손
감히 말하지만 내 힘으로 한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이 은혜였고 선물이었다. 다양한 경험을 가졌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고, 현재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자랑하지 말자. 내가 자랑할 것은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신 예수님 밖에 없다.
[잠9:10, 개역한글]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