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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톤투 Dec 24. 2022

남편의 예지몽과 마주한 순간

우리 복실이가 새끼를 낳았다

끼잉-낑-하는 소리가 복실이 소리인가?

진통 중인 걸까?

아니면 새끼 소리일까?

새끼를 낳은 거야???

새끼가 태어나자마자 저렇게 큰소리를 낼 수 있나??



아이 셋을 자연분만으로 낳은 경험이 있는 나는

강아지의 임신과 출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동물병원에 전화해서 수의사선생님께 지금 개집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봐야 하나, 복실이집 앞에 서서 눈비를 맞으며 어쩌지를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내가 그러고 있을수록 개집 안에서는 끼잉-끼잉-하는 소리가 더욱 애처롭고 크게 들려왔다.



내가 어쩌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이유는

출산 중일지도 모르는,

출산을 한 뒤여서 새끼가 나온 상태일지도 모르는,

이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상황에 내가 개입을 하는 게 복실이와 새끼한테 위험한 짓이지 않을까 싶음이었는데 너무도 애처롭게 들려오는 저 신음소리를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다.



용기 내어 울타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복잡 미묘한 낑낑 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졌다.

지체하지 않고 무거운 개집 뚜껑을 들어 올렸다.



지금도 그 당시 상황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뚜껑을 들어 올려 어두운 개집 안을 살펴보니

새끼강아지 한 마리가 축축 한 몸으로 구석에 얼굴을 박은채 끼잉-끼잉- 애처롭게 울고 있는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우리 복실이는 너무도 정신이 없어 보였다.

이제 막 출산을 한 듯 곁에 있는 새끼강아지 한 마리를 바쁘게 핥아주고 있었다.

또 다른 새끼강아지는 엄마를 찾는 듯 이불속을 계속해서 파고들고 있었다.



총 3마리의 새끼강아지가 보였다.

나는 그 순간 구석에서 꼼짝 못 하고 있는 새끼강아지를 구해줘야겠다 생각이 들면서도 선뜻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사람손 타면 새끼를 물어 죽인다거나 하는 어디서 간간히 주워들은 그런 짐승이야기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복실이가 저 가여운 새끼강아지를 얼른 자기 품으로 물어오기를 바랐지만 이제 막 출산을 한듯한 복실이 역시 경황이 없어 보였다.



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복실이가 새끼를 낳았어!!! 근데 지금 구석에

새끼 한 마리가 끼어서 울고 있는데 이거 어떡해? 내가 손대도돼? 나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겠어."



너무 긴박한 상황이었다.

나는 어쩌지를 못해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어?새끼를 낳았다고????무슨 색이야??무슨 색???!!"



아참. 새끼강아지 색깔!




"갈색..? 갈색 같은데?? 갈색이야!"



어두컴컴한 개집 안을 핸드폰 불빛을 켜고 확인했다.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양수에 젖어있어서 더 어둡게 보이는 듯했지만 핸드폰 빛을 비추어보니 갈색으로 보였다. 어둡게 보이는 갈색털을 가진 새끼도 보이고 완전히 갈색털인 새끼도 보였다.



"와! 대박!! 내가 꿈에서 복실이새끼 갈색으로 봤다고 했잖아!!!"


"와 진짜 그러네!! 신기하다!! 아니 근데 지금 저 새끼를 어떡해? 내가 손대도돼??"



남편의 예지몽을 차례대로 마주했지만 난 놀랄 겨를도 잠시.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저 새끼 강아지를 내가 어떻게 해야 살릴 수 있을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무턱대고 손을 뻗으면 예민한 복실이가 새끼를 내가 가져간다고 생각해서 혹시  손을 물거나 새끼를 물어 죽일까  너무 겁이 났다.



그런데  순간.

어미를 찾아 이불속을 파고들던 새끼가 이불속에 파묻히자 다른 새끼를 핥아주던 복실이가  새끼강아지를 자기 품으로 데려오려고 목덜미와 손을 물어 당기는 것을 목격하게 됐다.

혹시나 새끼가 아플까 봐 너무 조심스럽게 물다 보니 새끼를 자기 품으로 끌어오지는 못했다.

첫 출산이어서 아무것도 경험이 없었을.

복실이의 새끼를 지키기 위한 모성애를 내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된 것이다. 그 순간 나도 불끈 용기가 났다.

복실이의 모성애를 확인한 순간 저 새끼강아지도 반드시 복실이 품에 안겨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복실이도 그걸 원할 거라고 믿었다.



남편과 전화를 끊고 조심스럽게 구석으로 손을 뻗어

구석에서 울고 있는 새끼강아지를 들어 올려 복실이 품으로 옮겨줬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복실이가 몸의 방향을 홱 바꾸더니 자기 몸으로 구석을 막고 머리로 이불을 마구 펼치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구석으로 새끼가 빠지지 않게 자기 몸으로 구석을

막은 것이었다. 또 이불속에 새끼가 파묻히는 걸 막기 위해서 머리로 열심히 이불을 펼치는 걸로 보였다.





새끼 세 마리가 온전히 자기 품으로 들어오자 집중하고 새끼들을 핥아주는 복실이.

다른 새끼들은 움직임이 활발했는데 구석에 끼어있던 새끼는 양수에 젖어있던 채로 너무 오래 방치되었던 걸까. 어미품을 찾으며 돌아다니는 새끼들과 달리 다리만 사방으로 뻗으며 여전히 울기만 했다. 그런 새끼를 가장 많이 핥아주는 복실이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한 것 같았다.

부디 복실이의 보살핌을 받아서 모두 온전히 건강하길 바라며 개집뚜껑을 닫고 울타리를 나왔다.



오늘 하루종일 진통을 겪으며 밥도 물도 먹지 않은 복실이를 위해 뜨끈한 미역국과 따뜻한 물을 개집 앞에 놓아주고 가게로 돌아왔다.



그리고 가게일을 마치고 자정이 넘어 새벽에 집에 돌아온 우리는 또 한 번 놀라운 상황을 목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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