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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톤투 Feb 02. 2023

남편의 예지몽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럴 수가.

복실이가 내가 아까 주고 간 밥을 먹지 않았길래

다시 따뜻한 밥과 물을 가지고 울타리로 들어갔다.

그제야 음식냄새를 맡고 개집에서 나오더니 밥을 먹는 복실이었다. 복실아 고생했다 애썼다 하며 쓰다듬어주고서는 개집 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



어?

어어??

저게 뭐야???



울타리 밖에 서서

복실아 고생했어~!! 하며 복실이를

만져주고 있던 남편은 내 반응에 놀라서 왜 그래?? 하고 물었다. 나는 내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여보!!! 새끼가 또 있어!!!!"



아까 내가 보았던 새끼 3마리 외에

다른 새끼가 또 보였다.

그런데 더욱더 놀라운 건.



남편의 꿈 내용처럼

그 다른 새끼는 바둑이였다.



새끼 강아지 바둑이



"꺅!!!!"



내 남편은 평소에 예지몽이란 걸 꿔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신기도 뭣도 없는 그냥 평범한. 둔탱이 남편이다.



그런데....



간밤에 복실이가 새끼 낳는 꿈을 꿨다고 하더니

그날 우리 복실이가 새끼를 낳고.

꿈에서 본 새끼 색깔이 갈색이었고 바둑이도 보였다고 했는데.. 복실이가 낳은 새끼들이 정말 갈색과 바둑이었다.



와. 내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바둑이까지 맞춘 건 정말 너무하다 싶었다. 이런 능력이 있었으면서

그동안 로또는 왜 한 번을 못 맞춘 거야 여보..?



바둑이가 있다는 내 말에 놀라 남편도 울타리 안으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와 함께 본인 눈으로 직접 새끼들을 확인했다.


바둑이 두마리를 더 낳았다


내가 아까 돌아간 뒤에 복실이는 바둑이 두 마리를 더 낳았던 것이었다. 그 사이에 새끼를 두 마리나 더 낳고도 새끼들을 얼마나 잘 보살폈던 건지 다섯 마리가 모두 털이 보송보송했다.

털이 잘 마른 새끼들을 보니 정확히는 갈색 1마리 그리고 약간 갈색과 검은색이 섞인 검갈색 2마리, 바둑이 2마리였다.



나도 놀랐지만 본인은 더 놀란 우리 남편.

그리고 우리는 이제 완전히 새끼강아지 아빠의 정체를

드디어 알 수 있게 되었다. 검은 털이 삐죽삐죽 섞여있던 갈색의 수컷개. 그 개가 아빠 개였던 것이다.

어쩜 이렇게 엄마 아빠를 섞어 닮아 골고루 태어난 걸까 무척 신기했다.

바둑이라니.. 진짜 바둑이까지 태어나다니..





내가 아끼는 화분을 저렇게 해맑게 다 물어뜯어놓던 장꾸 강아지였는데.. 아무것도 할 줄 몰라서 새끼들을 그대로 방치해 결국 모두 얼어 죽으면 어떡하나 너무나 걱정했는데 이토록 첫 출산을 대견하게 혼자서 해낸 우리 복실이가 너무너무 기특하고 사랑스러웠다.



아가들 보러왔나요?



어느새 이만큼이나 자라 다섯 마리 새끼를 혼자 낳아 이 엄동설한에 한 마리도 낙오시키지 않고 저렇게 토실토실 건강하게 키우고 있는 훌륭한 어미개가 되다니.

우리가 한 것이라곤 믿어준 것 그거 하나뿐이었는데.

강아지의 임신과 출산의 모든 과정을 어미개의 모성    한 가지만 믿고  어떠한 것도 도와주지 못하였는데 말이다.



산후우울증 예방하자



평소엔 산책할  의리가 없어 불러도 오지 않고  멀리 도망가던 복실이였는데 이제는 밖에 나가도 스스로 멀리 가지도 않고 부르면 달려오기도 해 준다. 당연히 젖먹이 새끼들 곁으로 빨리 돌아가야 하는 어미로서의 책임감이 생겼기 때문이리라.



도깨비풀 떼어주는 중



여전히 꾸러기처럼 온 풀밭을 정신없이 헤집고 다녀와서 온몸에 도깨비풀을 붙이고 집에 돌아오는 철부지 어린 강아지인데 그런 복실이가 다섯 마리 새끼의 어미가 되었다는 것이 내내 실감 나지가 않았다.





 집에 이사 오고 난 뒤부터 우리 가족들과 동고동락하며  함께 해온 박복실.





난생처음으로 강아지의 임신과 출산이라는 신비하고 경이로운 과정을  눈으로 직접 경험하게 해 주고,  경험을 통해 순리대로 흘러가게 두는 것이 때로는 복잡하고 렵게 느껴지는 상황을 가장 쉽고 지혜롭게 풀어내는 최선의 이치라는 깨달음을 주었다. 순리대로 흘러가게 두었을 때 어쩌면 그것이 더욱더 소중한 영광을 안겨다 주기도 한다는 . 항상 삶에 대한 불만과 걱정, 계산과 득실을 따져대느라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살아가는 나에게 우리 집 박복실의 임신과 출산은 순리라는 단순하고도 자연스럽지만 때로는 영광스럽기도 한 의미를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더욱더 특별하도록 만든 예지몽으로 복실이의 출산과정 초울트라급 스펙터클 다이내믹  글로리급 넷플릭스 드라마로 만들어준 나의 남편!



혹시 이번  로또 1등의 주인공이 되어줄  있겠나요?  어떻게.. 예지몽 한번  안될까요?



#진심이다 #부탁한다 #노력좀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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