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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다 Sep 03. 2022

싸움의 기술(0)

복싱이 알려준 실생활 갈등 대처법

여는 말 - 프로이트, 가정폭력, 그리고 복싱.


# 프로이트는 인간 무의식의 내용으로 성욕과 공격성을 지목했다.  무의식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이 엄청난 에너지를 적절히 처리하거나 올라오지 못하도록 틀어막아야 하는데 이는 고단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일상의 대화에서 이 두 주제는 좀처럼 이슈가 되지 않는다. 섹스에 관해 터놓고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 공격성에 대해서는 섹스와는 또 다르게 억압하는 경향이 있다.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좋은 덕담처럼 습관적으로 일러두는 것을 보면 싸움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경청하기, 공감하기, 나-전달법’ 등등의  대화 기법을 사용해서 분쟁 대신 ‘평화롭게’ 대화하기를 권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섹스와 마찬가지로 싸움에 대해서도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섹스를 잘하는 사람에 대해 뭔가 부담스럽고 음흉한 눈길을 보내는 것처럼, 싸움을 잘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게 된다.

싸움은 정녕 피해야 하는 나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에는 섹스도 싸움도 우리 삶 너무 가까이에 빈번하게 출몰한다.  



# 인천 미추홀구에 소재한 가정폭력상담소와 인연이 닿아 3년 넘게 객원 상담가로 상담을 하고 있다. 주로 법원으로부터 상담 이수 명령을 받은 가정폭력 가해자(행위자)들을 상담한다. ‘때린 것은 잘못이지만 서로 싸우면서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다 보니 그리 되었다.’라는 내용을 하소연하는 폭력 가해자들을 자주 만난다. 자신이 저지른 폭행에 대한 반성도 있지만 어려운 관계에 대한 하소연도 많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싸움에 대해 배운 적이 없다. 앞에 언급한 것처럼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라는 말만 어려서부터 줄기차게 들어온 것 말고는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배운 적은 없다. 가해자들 말을 백번 수용해서 그들이 폭행을 한 것이 아니고 싸우다가 그렇게 되었다면 그들은 분명 싸움을 하는 데에 서툰 사람들이다.


군인이나 경찰과는 달리 대다수 일반인들은 자신들 주위 친밀한 사람들과 싸운다. 가족 연인 친구들 그리고 직장 동료가 주요한 싸움의 대상이 된다. 정작 모르는 사람들과 싸우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비극은 여기서 출발한다. 아무리 밉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 하더라도 싸우는 상대는 사랑하는 연인, 친구 혹은 가족이다. 그러니 군인이 전투를 하듯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해서 생명과 신체를 위협하는 행위는 인간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 싸움을 잘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나이 마흔을 훌쩍 넘겨 복싱을 시작했다. 소심한 평화주의자로 살아온 내가 주먹을 내지르는 복싱을 배우기로 마음먹은 것은 큰 변화였다. 복싱은 나에게 신세계였다. 복싱의 매력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지만 그중 하나만 꼽자면 스파링이다.  복싱 스파링은 상대와 약속을 하고 진행하는 싸움이다. 두툼한 헤드기어와 푹신한 글러브에 턱과 치아를 보호하는 마우스피스까지 보호장구를 다 착용하지만 무섭다. 어디로 날아올지 모르는 상대의 주먹을 마주하고 서야 하기 때문이다. 두려움, 공포, 공격성, 열등감과 우월감 등등 여러 가지 굵직한 감정이 스파링을 하는 동안 스쳐 지나간다. 몸도 몸이지만 마음을 단련하게 된다. 

대체로 스파링을 끝내고 나면 서로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표하곤 한다. 나보다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절로 90도로 허리를 숙이게 된다. 두들겨 맞아도 잘 맞았을 때는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나를 상대해 준 것이 고맙고 성장의 기회를 준 것이 감사하다. 건강한 싸움은 이처럼 개인의 내적 성장과 친밀한 관계의 형성을 돕는다. 

나는 복싱을 잘하기 위해 관장님 포함 체육관의 복싱 고수들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였다. 

여러 해 동안 들은 이야기들의 핵심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흥분하지 말 것

2. 맞더라도 상대의 주먹을 보라

3. 잽을 활용하라

4. 뒤꿈치를 들어라

5. 너의 체급을 알라

6. 하체를 단련하라



스파링을 잘하기 위한 팁이어서 곱씹고 되뇌는 동안 새로운 깨달음도 얻었다. 스파링 잘하는 법은 실생활 크고 작은 갈등을 대하는 삶의 자세를 일러주는 가르침 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복싱을 하며 배운 싸움의 기술을 이어지는 글에서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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