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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화 Mar 03. 2022

 01 감정카드 만들고 싶다.

왜 나는 감정카드를 만들게 됐을까.



시작은 이모티콘 만들기 강연이었다. 아니 그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책 출간이 있다.
2019년, 나는 이모티콘 만들기 책 <뚝딱뚝딱 나만의 감정 이모티콘 만들기>를 출간했다. 단순히 이모티콘을 만들고 출시하는 방법이 아닌, 어린이들이 나를 닮은 캐릭터를 만들며 자아에 대해 고민을 해보고 난 뒤, 나의 감정을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 기본 감정을 배우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자아에 대해 고민을 시작할 시기이자 아 '나'의 감정을 언어화하기 어려운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을 위한 책이다.


사실 어린이나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감정 표현은 쉽지 않긴 하지만...

책을 쓰면서도 그랬지만, 지금까지도 보라 편집자 님에게 큰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정말 큰 역할을 해주셨다.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들에 대해 많은 도움을 주셨고 출간 이후에도 종종 수업을 같이 해주시면서 초보 강연가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셨다.

무엇보다 이모티콘 제작팁, 승인되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 본질적인 부분인 '소통'과 '올바른 감정표현'에 초점을 맞춰 학생들을 위한 책을 쓰게 된 기회가 생긴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많은 이모티콘 출시 작가들이 이모티콘 제작과 관련된 책을 냈지만, '돈을 버는 방법'을 알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책들이 많다. 이모티콘 제작 지침 도서 제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돈 되는-, 돈 버는'이라는 걸 출판사 측에서 권유하기도 하고(실제 내용은 포토샵 따라가기 같은 기술책보단 작가들이 개인적인 노하우와 솔직한 경험담들이 많은 편인데도...).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나쁜 것도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방향과는 달랐다. 지금도 이모티콘을 제작해서 출시하고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강연 제안이 들어오면 조심스레 거절하곤 한다.

예스24 초청 강연-나만의 감정 이모티콘 만들기


어쨌든, 나는 책을 출간하면서 강연을 다니는 작가가 되었다.
서점뿐만 아니라 도서관, 초등학교, 복지관, 중학교, 평생교육원, 문화센터 등 다양한 곳에 수업을 다녔다.


수업 내용은 책 내용을 요약해서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나와 닮은 캐릭터 만들기 > 내 감정 알아보기 > 내 캐릭터에 나의 감정을 담아 표현하기 순서로 진행된다. 연필만 사용할 줄 알면 아이나 어른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업이지만, 하루 1-2시간 이내에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캐릭터 이모티콘을 만드는 건 쉽지 않았다. 특히 오늘 기분이 어때요?라고 물었을 때 단순히 '좋다, 싫다, 피곤하다.'라고 말하거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하는 등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일부 수업에서 감정카드를 사용했다.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 아이들의 컨디션을 확인하거나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한 용도로도 활용했고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콘인 이모티콘을 그리기 위해 참고할 만한 감정리스트로도 참고를 했다.


감정카드를 구매하려고 찾아봤을 때, 적당한 감정 개수나 맘에 드는 디자인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기준을 세워두고 카드를 찾아보았다.


1. 그림들이 감정들을 해치지 않을 것 2. 강연할 때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휴대성이 좋아야 함 3. 감정을 직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카드, 쉽게 고를 수 있는


많은 고민 끝에 50개의 감정이 틴케이스에 담겨 있는 카드를 구매했는데, 그려져 있는 캐릭터와 표정이 그 감정을 대표하기에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음, 사실 적절하지 않았다. 어떤 특정한 분위기를 하고 있는 캐릭터가 표현하는 감정은 그 캐릭터의 분위기를 이미 내포하고 있어서, 감정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자면, 아기 사슴 밤비가 '슬픔'을 표현한다면 나는 슬픔에 공감하기 전에 '귀여워..!!' 하면서 엄마 미소를 지을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감정카드를 만들게 된다면, 캐릭터의 개성이 강한 일러스트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감정카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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