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아가기
본격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며 감정과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하고 감정카드를 제작에 착수하면서, 카드 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감정 기록장이나 메모지, 나아가 그런 기능을 앱으로 서비스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우희는 앱 외에 다양한 수익 모델을 제안했고, 덕분에 나도 조금 더 넓은 시장(+가능성)을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W: 우리가 생각해놓은 모델 1. 감정 기록장은 기장에 이미 풀린 모델이어서 혁신성과 수익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 같고, 내가 따로 생각해 본 아이디어는 2. 감정을 풀어놓을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앱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건데...
S: 그럼 너무 감정 쓰레기통이 되지 않을까?
W: 맞아. 2 같은 경우는 마인드 카페라는 전문화된 심리상담 커뮤니티 앱이 있기도 해. 네가 말한 감정 쓰레기통 앱도 있는데, 관리도 안되고 신고 기능이 없어서.. 문제가 많긴 해.
우리가 생각했던 기능의 앱은 이미 시중에 마인드 카페라는 훌륭한? 모델의 앱이 있었다. 그래서 조금 다른 방향의, 스튜디오 잉 만의 차별성이 있는 앱이 필요했다. 이것도 오랜 고민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앱 제작은 감정카드 펀딩 이후에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기로 하고, 기획이 어느정도 마무리 된 실물 감정카드 제작에 집중하기로 했다.
카드 샘플은 제작됐으니 패키지 제작을 해야했다. 레퍼런스를 정말 많이 찾아보았는데, 제작 초기엔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박스를 고집했었지만 기성 제품이 아닌 케이스는 제작비가 만만치 않았다. 저렴한 플라스틱은 내구성이 생각보다 좋지 않은데다가 환경 문제로 제일 피하고 싶은 재질이라서 틴케이스로 알아보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사이즈가 딱 맞는 틴 케이스 기성품을 찾았다. 틴케이스 업체를 공유하고 우희가 초안을 간단하게 잡아주었고, 내가 디자인 디벨롭을 한 다음 틴케이스에 시안을 입혀보았다.
윗면엔 우리 카드의 이름 [컬러 유어 이모션]이 들어가고, 아랫면에는 귀여움이 숨겨져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캐릭터를 넣었다. 샘플 발주를 하고 받아본 케이스는 정말이지 너무 예뻤다..! 틴케이스 위에 인쇄가 이렇게 예쁘게 나올 줄이야.. 이제 텀블벅 상세페이지를 쓰고 적당한 가격을 정한 뒤 펀딩 심사를 넣으면 끝날 것 같았다.
텀블벅 스토리는 우희가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썼다. 글 쓰는 재주가 좋은 친구들은 정말 신기하다.
중간중간 내가 추가할 내용들과 일러스트 작업을 하며 상세 페이지를 채워나갔다.
상세 페이지가 어느정도 완성이 되었는데, 쉽게 심사 버튼이 눌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 스스로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펀딩 일정을 조금 늦추더라도 꼼꼼히 준비하자며 일정을 늦추기로 했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텀블벅 스토리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우리 프로젝트를 관심 있게 봐주시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셨다. 리워드 구성은 적절한지, 감정 목록을 모두 공개하는 게 좋을지, 설명이 부족하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없는지, 가격은 적절한지 등에 대한 도움을 받고 나니 우리 상품의 완성도를 높일 방법들이 그려졌다.
여름 안에 심사를 넣기로 했지만 보완할 부분을 정리해보니, 펀딩 오픈은 여름 중엔 무리였다. 그 해 7-8월엔 내가 부산과 서울 일러스트 페어 참여를 해야 했는데, 스튜디오 잉은 사이드 프로젝트이니만큼 본업을 뒤로할 순 없었다. 그래서 하반기로 일정을 미뤘다. 지금 돌이켜보면 5월부터 9월까지 나도 우희도 너무 바빴어서, 이때 일정을 미루지 않았으면 텀블벅도 상품도 엉망으로 마무리 됐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