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컬러에 대해 공부를 하며 감정카드를 만들다 보니 '감정카드 제작'에서 끝내기는 아쉬웠다. 기획자인 우희가 감정카드 상품으로만 끝나지 않고 브랜딩을 구축해서 더 크게 확장시키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함께 얘기하다 보니 감정카드 외에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들이 많기도 했고, 늘 친구들과의 단톡방에서 찡찡- 떼잉 - 거리느라 바빴던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찡찡거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튜디오를 만들기로 했다. 이름은 '잉 iiing'! 이름의 탄생은 우희와 나, 디자이너 친구 정서가 얘기하다가 나왔다(내 기억엔 정서가 처음 제안한 이름이었던 것 같다). 조금 더 징징 거리는 이미지를 주고 싶어서 소문자 알파벳 i가 세 개다.
아래는 지금의 스튜디오 잉 소개글.
스튜디오 잉은 감정에 대해서 말하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입니다. 낯설거나 불편한 감정들도 우리에게 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을 이야기하려고 해요.
칭얼대고 울먹거리는 모습과 소리가 모여 저희의 이름이자 브랜드, '잉'이 되었습니다. 어른들도 마음 편히 잉잉잉 울 수 있는 세상을 꿈꿔요.
<감정 카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가 자신의 감정을 편안하게 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과 도구를 개발하고 제작하려고 합니다.
이름이 나왔으니 로고가 필요했다.
W: 물방울 느낌의 3D 로고 어때?
S: 대충 그려볼 수는 있는데, 내가 3D가 버린 수업이라.. 진짜 하게 되면 외주 줘야 함
W: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지말자 ㅋㅋ 빠른 포기 ㅋㅋㅋㅋㅋ
S:오키. 느낌 정도는 내볼게...
세 명의 떼잉 거리는 대화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세 명의 눈물방울인 원 세 개를 바탕으로 형상화하고 싶었다. 지금의 스튜디오 잉의 로고가 나오기 전까지, 요즈음 유행하는 레트로 감성을 넣어보기도 하고 말랑말랑해 보이는 귀여운 디자인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감정의 바탕인 노란색과 대비되는 파랑을 메인 컬러로 가져가면 좋을 것 같아서 두 컬러를 기준으로 다양한 색을 입혀보기도 했다. 감정과 감성적인 것들 다루는 스튜디오여서 너무 세련된 디자인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고민이 많았다.
두 사람의 취향 문제이기도 했던 로고 디자인 과정은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둘의 디자인 취향은 생각보다 달랐고, 색 취향도 달랐다. 나는 원색과 채도가 낮은 컬러를 좋아했고, 우희는 채도와 명도가 높은 파스텔톤 컬러를 좋아했다. 가을 웜톤과 여름 쿨톤의 의견을 좁히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일러스트로 초안을 잡아서 보내면, 내 의도에서 벗어난 형태나 스트로크 굵기, 색이 바뀐 시안이 돌아오기도 했다. 디자인도 할 줄 아는 기획자는 함께 일하기 좋을 때도 있지만, 할 줄 알기 때문에 일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그래도 둘 중에 전자인 경우가 훨씬 많다. 아무런 의견 차이가 없었다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데 더 큰 힘듦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많은 고민 끝에 원과 직선을 활용한 스튜디오 잉의 로고 시안이 나왔다.
동그라미는 물(눈물) 방울, 직선은 빗줄기라고 생각하니 로고에 사용된 요소들을 재구성하여 다양한 아트웍도 제작할 수 있었다. 흑백, 회색 톤으로 표현할 로고와 아트워크는 명도차를 주거나 면이나 선을 겹쳐서 연출하면 쉽게 통일감을 줄 수 있을뿐더러 단조로움을 줄일 수도 있다. 게다가 원을 겹쳐서 먹구름을 만드는 것도 찡찡 거리는 로고와 어울렸다. 위의 시안 오른쪽에 아래에 있는 빛의 삼원색은, '모든 색은 빛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고 사람 또한 햇빛(또는 빛)에 의해 감정이 많이 변하니까, 감정카드에도 기본 색을 최대한 살리려는 것처럼 로고에도 빛의 삼원색을 사용하자'라는 의미가 있다.
S: 로고 수정안입니다 ~ 로고에 사용된 기본 도형과 직선 활용해서 디자인하면 좋을 것 같고 … …. (이하 생략). 삼원색 아이콘은 가끔 포인트로 활용하면 어떨까? 그... 삼산텍 같고 좋잖아.
당시 스타트업이 한창 흥행할 때였다. 어쨌든 이런저런 설명을 정리해서 우희에게 전달했는데, 다양한 의미를 담아 제작한 심플한 로고는 취향 차이가 있던 우리를 만족시켰다.
W: 와 이런 의미부여 진짜 좋은 아이디어 같아. 네 의견들 좋아, 설득력 있고.
S: 컬러리스트 공부하길 잘한 것 같음, 네가 준 책도 도움 넘 많이 됐고.
.
..
W: 잘 만들면 헬스케어 쪽이나 교육 쪽으로도 진출할 수 있을 것 같아.
S: 그렇네,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아.
사실 저 삼원색은 나의 원색(빨, 노, 초, 파)을 쓰고 싶은 취향을 담은 부분인데, 지금까지 저 색 조합은 로고에 쓰이지 않았다...
그리고 헬스케어 쪽 얘기를 하던 우희는 지난해 말, 건기식 회사에 들어갔다. 마케터이자 기획자인 우희는 작년에 약국마케팅 강연을 했었는데, 우희의 강연에 대한 정보를 헬스케어 관련 회사에서 보고 우희에게 스카웃 제의를 하게 됐고, 마침 그쪽 분야에 관심이 있던 차! 다니게 됐다고. 제작일지를 정리하며 지난 대화를 훑어보다가 이런 대화를 했던 게 있어서 '어머 뭐야, 설계한 거야 뭐야...' 싶어 우희에게 공유했더니, 이런 대화를 했는 줄도 몰랐어서 너무 놀라 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도사님이라고 불리는 데는 역시 이유가 있다.
로고가 완성이 되었다. 이제 감정카드 보다 스튜디오 잉으로서 먼저 사람들과 만날 준비를 해야 했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표현하고 나아갔으면- 함께 공유했으면 - 이런 이야기들을 너무 무겁지 않게 또 재미없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우리는 만화 동아리 출신이었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하고 꽤나 잘?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만화를 연재하기로 했다. 만화로 그리기 위해서는 캐릭터가 필요했는데, 나는 캐릭터 디자이너로서 이 순간을 너무나도 기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