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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d Fashioned NuBoi Mar 23. 2022

결국 아이들은 더 멋지게 돌아왔다.

고집스런 음악 리뷰 #1. (여자)아이들 <I NEVER DIE>

¡주의!

부제에 적힌대로 매우 고집스럽게 쓰여진 글입니다. 다소 편애와 과몰입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여자)아이들이 돌아왔다. 꽤나  변화와 함께. 앞에 (여자) 떼버렸다. 어떤 그룹 아티스트든 단순한 탈퇴에영향을 받는데, 논란으로 인한 탈퇴는 역시나 타격이 너무 강했다. 특히나 메인댄서이자 보컬로 오디션에 합격할 정도로 만능이며,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멤버가 나간 상황이다. 리더는 여전히 강한 척을 해야 했고, 라디오 고정인 맏언니는 매주 아무렇지 않게 웃어야했다. 외국인 멤버들은 해외활동과 휴식을 이유로 피신 같은 휴가를 떠났다. 팬들은 아무  하지 않았지만, 다들 알고 있었다. 그룹이 통째로 흔들릴  있는  위기였다. 일어설 것이라 믿으면서도 불안과 안타까움을 감출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통쾌하게 죽지 않고 돌아왔다.


  어쩌면 가장 힘들었을 1년의 공백동안 느낀 아픔과 시련이 앨범에 전부 녹아들었다. 그리고 다섯명의 아이들 모두 한층 독해졌다. ‘Purple’로 대표되는 아이들의 색깔에서 ‘Blue’를 뺐다. 슬픔을 빼고 보니 진한 ‘Red’만이 남았다. 앨범 대부분의 곡들의 가사들이 여타 걸크러쉬 곡들보다 자극적이고 강렬하다. ‘매운 맛 아이돌’로 대표되는 EXID 이후로 보기 힘든 자극적인 가사들이 주를 이루지만, 이 가사들이 아이들의 색깔과 너무 잘 어우러진다. 전체적인 서사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기존의 노래들이 우상이나 사랑과 관련된, 그리고 그것에 매달리는 노래들이었다면, 이번 정규 앨범의 노래는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로 전환됐다. 그 증거로, 우리는 모든 트랙에서 특정 대상을 그리워하거나 의지하는 부분을 찾을 수 없다. 공적인 동료의 탈퇴를 넘어 개인적인 이별을 겪은 아이들의 태도 변화가 돋보인다. 그리고 그런 아픔과 화살을 <I NEVER DIE>라는 앨범 제목으로 정면돌파한다.

<I NEVER DIE> 트랙리스트


  ‘장르돌’은 아이들을 수식하는 대표적인 단어중 하나다. <LATATA>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더니, 에스닉한 분위기의 <한>, 라틴 느낌 가득한 <Senorita>, 걸스 힙합의 <Uh oh>, 동양풍 물씬 풍기는 <화>까지 단 한 번의 동일한 장르 없이 연타석으로 홈런을 쳐왔다. 이번에도 역시 이전과 다른 장르에 도전했다. 타이틀곡 <Tomboy>는 묵직하고 펑키한 기타리프를 기반으로, 힙합스러운 베이스까지 더해 강하고 시크한 매력을 한껏 폭발시켰다. 확실한 건 이번에도 국내 아이돌에게서 보기 힘든 장르다. 매콤한 가사는 이 노래에 매력을 더한다. 욕과 유사한 발음이 나온 적은 있지만, 그 어떤 아이돌의 노래에서 직접적인 욕이 나온 것을 들어본 적은 없을 것이다. <Tomboy>에는 ‘Fuckin’이라는 가사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며, 이 부분에 삐처리를 입혔다. 놀랍게도, 이 삐처리의 톤이 멜로디와 보컬의 톤과 너무 잘 어우러지며 통쾌한 청각적 자극을 선사한다. 멤버들의 톤과 발음을 파트 배치할 때 신경 쓰는 소연이 효과음까지 밸런스를 맞추는 프로듀싱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러한 장점을 살릴 줄 알다보니 2분 55초밖에 안 되는 짧은 노래에서 풍부한 멜로디와 모든 멤버의 매력을 다 느낄 수 있다. 멤버들의 여전한 밸런스와 소연의 프로듀싱 능력은 생소한 장르의 곡으로 대중들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


  이후로 이어지는 수록곡들의 서사도 인상적이다. <말리지마>에서는 자신이 엉망이 됐음을 인정하며, 그렇지만 바보 같은 천사로 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살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민니의 몽환적인 도입부는 엉망인 모습을 더욱 깊게 묘사하고, 시원시원한 락 사운드와 미연의 보이스는 말릴 수 없는 자신을 넘치는 쾌감으로 전달한다. 이어지는 <Villian Dies>에서 그런 자신을 빌런, 즉 악당이라 볼 수 있지만 내가 죽지 않는다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니 당당하게 히로인이 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다. 아무리 죽지 않는 상대를 원망하고, 자신을 싫어하는 타인들을 보며 좌절한다. 이 소설 속 악당이 자신임을 자각한 이후로는 죽지 않고 살아남아 자신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 되겠다고 주장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새드 엔딩이 되더라도, 우울한 마지막 장을 쓰더라도, 자신의 해피엔딩을 쓰겠다고 다짐한다. 주인공과 악당의 입장을 뒤집어서 보는 간단한 생각으로 꽤나 재밌고 소름 돋는 설정을 뽑아냈다.


  악역이 됐든, 히로인이 됐든, 그녀들은 당당하게 돌아왔다. 그리고 어김없이 자신들을 매몰차게 쳐내버렸던 사람들이 다시 찾아왔다. 하지만 이미 내 외로움은 끝났고, 이 노래로 너를 지웠으니 늦었다며 차갑게 돌아선다. 이미 우리의 영화는 끝났다며 <Already>는 막을 내린다.


  그렇다고 이별과 외로움이 쉬울 수 없다. 이어지는 <Polaroid>와 <Escape>에서는 각기 다르게 아픔을 대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Polaroid>를 듣다보면 아이들은 슬픈 마지막이 오더라도 웃는 얼굴을 폴라로이드 사진에 남기자며 좋은 기억만을 남기자는 다짐을 한다. 시간이 흐르면 다른 건 잊히고 무뎌지더라도, 웃었던 기억은 영원히 진하게 남도록. 그리고 슬픔과 눈물은 <Escape>에서 자신들이 말려주겠다고 말한다. 작곡과 작사를 맡은 민니는 언제나 힘들 때면 자신들이 옆에 있겠다며, 힘들었을 자신들과 팬들에게 위로와 힘을 전하는 듯 하는 가사를 써내려간다. 외로움과 이별, 아픔 앞에서 더 웃으려 노력하고, 결국 더 단단해진 서로를 잘 표현했다.

  달라진 아이들을 보며 우리는 변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Liar>에서 여전히 우리는 우리라고 못 박는다. 오히려 우리를 변하게 만들려고 강요한 주변 환경과 반응이 문제라며 꾸짖는다. 우리는 거짓말을 친 적도, 마음가짐과 모습이 변한 적도 없었고, 단지 바라보는 시선들에 따라 다르게 비췄다는 것이다. 우리는 유리조각이 아니라 다이아몬드고, 네가 맘대로 바라봤다고 바뀌지 않는다는 강한 메시지를 브릿지로 전달하며 자신들이 여전한 아이들임을 주장한다.


  이제는 놀랍지 않게도 전 곡이 멤버들의 작사와 작곡으로 완성됐다. (데뷔 앨범 수록곡을 제외한 전곡이 멤버들의 손을 거쳤다.) 작곡한 멤버에 따라 노래의 색깔은 다양해지지만, 전체적인 서사는 한 길로 향한다. 그들이 겪은 1년이 얼마나 끈끈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멤버들간의 많은 소통이 이뤄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블랙핑크의 <The Album>이 현 세대 나올 수 있는 아이돌 앨범의 극이라면, <I NEVER DIE>는 아이돌의 앨범을 넘어선, 아티스트로 나아가는 앨범이라 생각한다. 빅뱅이 <ALIVE> 발매 이후 아티스트 타이틀이 어울리는 가수가 됐듯, 지코가 정규앨범으로 자신이 아티스트임을 증명했듯,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계기가 되는 앨범이 될 것이다.


  꽤나 큰 파도가 덮쳤다. 잡고 있던 손을 놓아야 했던 사람도 생겼고, 놓고 떠나버린 사람들도 생겼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화살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날아온다. 하지만 누가 뭐 겁나나. 절대 죽지 않는데 말이다.


*스핀오프

  보너스 트랙인 CD only로는 <Tomboy> 무삭제 버전이 들어갔지만, My bag이 사실상 보너스 트랙에 가깝다. 전소연의 솔로 앨범 마지막 트랙인 <Is this bad b****** number>과 같은 결로 앨범의 분위기나 서사에서 벗어나 멤버들의 매력과 스토리를 극대화 시켰다. 메인래퍼인 소연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에게 랩 벌스를 준 것이 극대화를 위해 사용한 가장 눈에 띄는 도구다. 각자의 파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각자의 매력을 살린다. 민니의 가장 인상깊은 <LATATA>의 ‘Oh Oh’파트를 도입부로 이용하며 귀를 집중시킨다. 가사는 민니만이 할 수 있는 스웩으로 채웠다. 그 다음으로 나오는 우기의 파트는 저음과 박자감이라는 장점을 잘 살렸다. 슈화의 깨끗한 목소리에서 힘을 뺀 랩과 YG출신 메인보컬의 싱잉랩은 이 노래의 마무리로 더할 나위 없었다.




-사진출처 : 로고(Google), 배경, 트랙리스트(자체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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