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하는 삶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이라는 영화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의 대사는 우리로 하여금 ‘실천하는 삶’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죽음을 앞둔 두 노인이 살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소소한 것들을 마침내 실행하고 죽음을 맞는 모습을 보여준 이 영화는 실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과 함께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주었다.
‘그때 내가 그걸 했어야 하는데...'
실제 우리는 종종 뒤늦은 후회들을 하며 산다. 직업적 성취에서도 그렇고, 취미에서도 그렇고, 인간관계에서도 그렇다. 특히 늦게까지 혼자 살다보면 그때 그 남자하고 좀 잘해볼걸 하는 후회도 밀려오기도 한다. 중년이 되면 이제 하지 않은 일로 후회하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이제 미루다가는 실행할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들 수 있는 나이이니까...
예전에 김어준씨가 청년들에게 강연을 하며 '그렇게 너무 고민만 하지 말고 그냥 해보라'고, '그냥 한번 저질러보라'고 호쾌하게 말하는 것을 주의 깊게 본 적이 있다. 김어준씨는 이런 저런 고민이 많아 자신에게 상담을 해오는 청춘들을 보며 '저럴 시간에 그냥 한번 해보지 왜 저러나' 싶었다고 한다. 참 쉬운 말 같지만 정말로 중요한 삶의 기술이 녹아있는 말인 듯하다. 우리는 얼마나 생각한 것들을 실행하고 살아왔을까?
대부분의 우리는 너무 생각만 많고 그 중 극히 일부분만을 실행에 옮기고 산다. 그리고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고 어렵게 실행한 일은 때로 현명하지 못한 선택으로 귀결되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했어야 할 일을 생각만 하고 실행 못하고 살면서 시시때때로 밀려오는 후회로 가슴을 치기도 한다.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정확히 아는 것이 나이가 들어서도 쉽진 않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젊을수록 더욱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해서 그저 이거다 싶은 일은 해보는게 답일 듯하다. 하고 나서 실패해도 그것이 영원한 실패는 아니며, 실패한 그 순간의 감정적 고통만 잘 넘기면 훗날 값진 교훈과 산지식으로 남는다. 아무것도 안하면 드러나는 손해나 아픔은 없을지 몰라도 얻는 것도 없다. 뭐든 시도해봐야 실패도 있고 얻는 것도 있으니까...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도 그렇다. 이 사람이다 해서 선택해도 그 사람이 연애에만 최적화된 사람일지, 지금은 여유롭게 살지만 나중에 기대했던 인생 경로를 벗어나 내게 힘든 삶을 가져다줄지 어떻게 알겠는가. 반대로 너무 많이 계산하지 않고 그저 잘 되려니 하는 생각으로 선택한 사람이 훗날 기대 이상으로 윤택한 삶과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줄지 정말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해서 손해볼까 너무 계산하지 말고 삶에 대한 긍정성, 낙천성을 가지고 한번 자신의 운명을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행복을 갈구하면서 행동하지 않고 맨날 신께 기도만 한다면, 공상 속에서만 다짐한다면, 현실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부부관계도 그렇다. 아무리 배우자를 잘 안다고 자부하고 속으로 사랑하고 있어도 그것을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배우자는 알 길이 없다. 말로, 행동으로 표현해줘야 안다, 내가 아닌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족치료학자인 가트만박사는 행복한 부부의 비결을 찾기 위해 오랜동안 연구한 결과 행복한 부부의 비결은 재력이나 외모, 나이 등 외적 조건이 아니라 서로의 사소한 부탁들을 잘 들어주고 서로의 말에 반응을 잘 해주거나 잘 바라봐 주는 커플이었다고 했다. 이런 사소한 배려의 습관들이 행복한 부부관계를 이루는 유일한 요인이었다고 하니 어찌보면 참 쉽고도 돈 안드는 것들을 나두고 거창한 조건들을 갈구하며 살아온 건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한마디로 경청과 공감어린 리엑션이 중요하며 소소하나마 실제로 '행복한 짓'을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리엑션으로 화답해주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데 실제로 우리는 이런 소소한 것들에도 사실 인색하다. 중년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이 많아지는 반면 남의 말을 들어주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보이는데 부부 사이에는 그나마의 대화도 인색한 경우가 많다. 일상적으로 좋은 대화를 이어가고 같이 행복한 활동을 공유해야 행복해지는 것이지 오래 같이 살아왔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여행이건 운동이건 취미활동이건, 집안일이건... 뭔가를 직접 같이 행해야 하는 것이다.
유난히 상대말에 경청을 잘하고 성의있는 관심을 표현하는 것에 능숙한 남편을 만나서인지 결혼 후 6년째가 되는 지금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 부부는 닮는다고 나 역시 결혼 후 애정 표현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우리 부부는 가트만박사의 실험결과처럼 늘 눈을 지그시 바라봐주면서 상대의 사소해 보이는 말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해주려고 노력하는 커플이라서 이렇게 행복한가 보다. 아마도 우리 부부 말고도 중년에 결혼한 부부들은 우리와 유사한 경우가 많을 거라고 짐작한다.
해보기 전에는 몰랐는데 자주 사랑을 표현하고 상대의 말에 잘 반응을 해주니 재미도 있고 사랑도 더 커지는게 느껴진다. 좋은 관계, 나아가 행복은 알고 보면 이렇게 참 쉽고도 간단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