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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성 May 16. 2023

버겁지만 그래도 따라가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중년에 더욱 비장해지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는 자세 

코로나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이 몇년 앞당겨졌다고 한다. 여기 저기 기술의 진보에 대한 이야기가 넘친다. 요즘은 챗GPT 이야기로 세상이 떠들썩한 것을 보니 '아이 로봇' 같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보았던, 로봇에 지배당하는 암울한 미래의 모습이 현실화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위기감마저 든다. 

 

88학번인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는 일명 '레포트 용지'라는 가로줄쳐진 30여 페이지 분량의 노트에 볼펜으로 한자 한자 써내려간 졸업논문을 제출하고 졸업했었다. 아날로그 시대에 대학을 졸업한 것이다. 첫직장인 건강보험공단에서도 컴퓨터를 활용해보지 못하다가 90년대 중반 컴퓨터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여기 저기에서 이제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고 떠드는 소리에 자극되어 근처 컴퓨터학원에 등록하면서 부터였다. 


까만 화면위에 명령어 텍스트를 입력하고 접속하는 도스방식의 컴퓨터 활용은 당시 특별한 신기함을 주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고 재미도 없어서 좀 배우다 말았었다. 그러다 일상에서 만난 것이 26살에 들어간 신생 신문사시절이었다. 당시 컴퓨터 편집 시스템이 막 도입되어 모두가 컴퓨터로 기사를 쓰고 편집도 해야 하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입사한 우리는 창간을 앞두고 매일같이 뚱뚱한 컴퓨터 모니터앞에 앉아 한매타자연습을 하며 빨리 기사를 치는 연습을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렇게 한매타자연습을 하던 기억이 최초의 컴퓨터에 대한 기억이다. 


휴대폰이 곧이어 도입되어 모토로라같은 검정색의 큰 휴대폰을 쓰기 시작했다. 그후 휴대폰의 크기는 점점 줄어들었고 점점 일상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컴퓨터 활용을 하다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유용하게 활용한 것은 30이 넘어 들어간 대학의 연구소에서부터였다. 대학 연구소에서 모든 것을 컴퓨터로 처리하는 업무를 했는데 아마도 그 시기에 집에도 컴퓨터가 보급되고 인터넷망을 까는 시대가 도래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히 대학원에 진학해 수업을 위해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국내외 논문을 검색하고 읽으면서 컴퓨터의 엄청난 유용성을 실감했는데 사실 당시에 아직도 컴퓨터를 못다루는 사람들이 내 또래에도 꽤나 있던 시기였다. 


내가 결정적으로 인터넷 문명의 혜택을 톡톡히 보게 된 것은 30대 중반 박사진학을 고민하면서 부터였다.  

퍼스널 컴퓨터와 인터넷의 도입으로 정보화시대가 문을 열면서 나 역시 큰 수혜를 입게 됐는데 바로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미국 대학원의 정보들이 유학을 결심하게 하는데 결정적이었다. 


정말로 인터넷이 아니었으면 나는 유학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수많은 고급 정보 덕분에 지방에서만 살아온, 우물안 개구리였던 내가 정보력의 한계를 뛰어넘을수 있었다. 알수도 없었고 누구도 얘기해주지 않았던 미국대학 유학정보들이 인터넷에 가득 있었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혼자서 유학 준비를 할수 있었다. 그러고보면 인터넷의 보급은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게 '기회'와 '평등'을 가져다준 것이다.     


그렇게 인터넷으로 논문을 찾고 이러저러한 정보들을 찾아서 활용하며 그렇게 오늘날까지 인터넷의 고마움을 몸소 실감하며 살고 있다. 돌이켜보니 디지털 혁명이 내 삶을 직접적으로도 바꾸어놓았다. 이런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다면 난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요즘은 챗지피티로 세상이 뜨겁다. 이 인공지능이 예전의 인터넷 혁명 수준의 혁명이 되어 우리 삶을 완전히 바꿀거라는 둥, 단지 사무업무가 대폭 줄 정도의 변화일 것이라는 둥 이 신 기술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20대 중반 처음 접하게 된 컴퓨터를 시작으로 3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어떻게 따라왔고 중년이 된 지금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의 시대가 도래한 4차 혁명시대를 또 살아야 한다. 이미 시작되었고 뒤처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자꾸 게을러지려는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챗지피티에서 이것 저것 검색을 해보며 유튜브로 검색도 해보며 산다.      


피디 출신의 한 인사는 새 시대 가장 중요한 인간의 덕목은 '좋은 태도를 키우는 것'이라면서 세상을 보는 태도를 키우라고 한다. 기존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것에 열려있고 그것을 따라가는 능력이 중요하다면서 좋은 습관이 좋은 태도를 만든다고 강조하며 이 물결에 나이 든 사람들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말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인듯 하다. 


지금도 노인복지관에 가보면 음식점에 놓여있는 키오스크 단말기가 한두대씩 놓여있다. 노인들에게 키오스크 사용교육을 하느라 도입한 것인데 지금도 이 키오스크 교육이 많은 노인들에게 필요하다고 한다. 저렇게 간단한 키오스크도 다룰 줄 모르는 노인들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향후 10년 20년 후엔 우리가 챗지피티도 못다뤄 젊은이들에게 갑갑한 노인네로 비춰질 수 있다. 기기는 계속 진화하고 있고 그 기기는 단순히 활용 차원이 아니고 우리 생활양식을 완전히 바꾸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기에 열심히 배우고 동참해야 하는데 이게 점점 어렵게 느껴진다. 


중년이 되니 벌써부터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익히는 것이 주저된다. 자꾸 잊어버리고 집중력도 적어져서 더 그렇게 되는 듯하고, 더 중요한 것은 이제 먹고 살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절실함이 적어져서 더 그렇다. 그렇게 젊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용어에서 뒤쳐지고 기술 활용에 뒤쳐져가는 삶으로 악화될 수 있는 것이다.      


실로 노인이 되어 세상 변화를 쫓아가지 못해 소외되고 허둥댈까봐 두렵다. 자식이 같이 살면서 일일이 도와줄 것도 아닌데 이건 우리 중년 세대가 봉착한 굉장히 심각한 현실이다. 힘들고 귀찮더라도 열심히 따라가야 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이고 익숙해지기가 청춘시절 보다 몇배 힘들지만 안따라갈수도 없다. 미래의 키오스크를 못해서 대형마트에도, 음식점에도 잘 못가는 노인이 되고 싶진 않기에 오늘도 시사 뉴스를 접하며 직접 신문물을 접하고 적응하려 노력한다. 


중년, 지금까지 따라잡는 것도 힘들었는데 앞으론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한숨도 나오지만... 그래도 따라가야 한다. 문맹인처럼 갑갑하고 의존적인 삶을 살고 싶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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