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낭여행기7: 중부의 친퀘떼레
피렌체에 머물면서 당일로 다녀온 곳이 친퀘떼레라는 해안 도시이다. 뚜벅이라서 토스카나 지역 투어는 사실상 불가능해서 대중교통으로 다녀올 수 있는 인근 지역을 물색해 보니 이 친퀘떼레가 눈에 들어왔다. 친퀘떼레 가는 길에 피사에 들러 그 유명한 피사의 사탑을 보면 좋겠다 싶었다.
친퀘떼레는 피첸체 중앙역인 산타마리아 노벨라역에서 트랜이탈리아 고속열차를 타고 갈 수 있다. 이탈리아 대중교통 검색 및 예매앱인 트렌잇 앱을 이용해 당일 바로 예약하고 탈 수도 있고 역에 있는 발권기에서 현장 발권해도 된다. 나는 대부분 현장에 가서도 휴대폰 앱을 통해 구매했는데 안전성 면에서 좋아서다. 발권기에 정신이 팔린 사이 소매치기를 당할 수도 있으니 사람 많은 대도시역에서는 발권기 앞에서 정말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이탈리아 기차역에서 발권기 시작 버튼을 누르면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메시지부터 뜬다. 발권하는 와중에 도와준다고 다가오는 사람은 대부분 소매치기나 도와준 것을 빌미로 돈을 달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니 내 휴대폰으로 안전한 곳에 앉아서 앱으로 발권을 하고 타는 게 좋다. 기차 내에서 검표를 할 때 휴대폰에 저장된 티켓을 보여주면 된다.
친퀘떼레는 도중에 피사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가야 했다.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노벨라역에서 피사의 사탑으로 유명한 피사역으로 가고 거기서 다시 ‘라 스페찌아’라고 하는 역으로 가야 한다. 직통으로 가는 기차가 많지 않기에 이렇게 피사를 거쳐서 가도록 앱이 알려준다. 때문에 관광객들은 가는 길에 피사에 내려 피사의 탑을 보고 와서 다시 라 스페찌아로 가거나 반대로 오면서 피사에서 잠시 다녀오는 식으로 관광을 하는 경우가 많다. 피사역에서 20분여 정도를 걸어가면 피사의 탑이 나온다고 한다.
친퀘떼레는 4개의 해안 마을이 철로를 통해 쭉 연결된 해안 군락지를 일컫는 단어였다. 해서 친퀘떼레를 찾으면 안되고 '라 스페찌아'역을 찾아 거기로 가야 하며, 라 스페찌아역에서 내려 티켓 창구에서 친퀘떼레 왕복 기차표를 끊어서 그 기차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타고 가다 순차적으로 나오는 4개의 해안 마을들을 내리고 싶은 곳에 내려서 보고 다시 올라타고 다음 행선지를 가는 식으로 여행하면 된다. 나는 4개의 마을 중 3군데만 보고 돌아왔다. 사실 다 비슷하기도 했고 기대보다는 소박한 해안 마을이라서 그닥 오래 있고 싶지는 않았다.
혼자 여행하며 느낀 것 중에 하나가 혼자 여행지로는 해안가는 비추이다. 차라리 화려한 도시가 낫다. 해안가는 혼자서 여행 오는 사람도 별로 없고 대부분 수영이나 해양 엑티비티 같은 것을 하러 오는 젊은이들이나 가족 여행객들이 많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뜩이나 뜨거운 이탈리아 태양이 해안가에서는 더욱 뜨겁게 쏟아지고 그늘이 드물기에 정말이지 혼자서 낭만적으로 앉아있기 어렵다.
길거리에서 파는 10유로짜리 해산물 튀김 한 봉지를 사서 바위에 걸터앉아 정수리 뜨거움을 감내하며 점심을 때운 후 마을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돌아왔다.
친퀘떼레는 요즘 이탈리아 일주 패키지관광에서 잠시 들르는 관광지 중 한 곳이 된 듯한데 사실 내게는 별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게는 그저 소박한 작은 해안가마을 정도였다.
마을 간 기차 이동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피사의 탑은 보지 못했다. 탑 하나 달랑 보고 오는 거라서 사실 안 봐도 상관은 없었다. 피사의 탑에서 기울이진 탑을 손으로 바치거나 하는 식으로, 재미난 설정의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인증샷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을 상대로 소매치기가 극성이라고 하여 더 갈 마음이 없어지기도 했다. 나는 그랬지만 피사역에는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그들 모두 피사의 탑을 보러 온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피렌체에서의 날들이 가고 있었다. 내일은 밀라노로 간다. 밀라노에서만큼은 패션을 좀 신경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역시나 평화롭고 행복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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