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낭여행기10 베로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라는 베로나에 왔다.
사실 베로나는 얼마전 '걸어서 세계속으로' 재방송을 통해 알게 된 도시이다. 출발지인 볼차노역에서 베로나역까지는 기차로 두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이다. 아담한 베로나역에 도착해 숙소를 검색해보니 도보로 16분이 걸린다고 해서 캐리어를 끌고 걷기 시작했는데, 실제 체감 거리는 그 보다 훨씬 멀었다. 한낮의 태양 아래 캐리어를 덜컹거리며 한참을 걸어간 숙소는 주변 분위기도 을씨년스러웠고 전혀 관광지스러운 분위기가 아니었다.
베로나 역시도 중앙역 근처를 검색해 걸어서 갈만한 4성급 호텔을 예약한 것이었는데 알고보니 베로나중앙역에서 구시가지 관광지까지는 꽤 먼 곳이어서 굳이 역 주변에 호텔을 잡을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베로나역 주변은 공장지대처럼 다소 외지고 가난한 동네로 보였고 무엇보다 구시가지 관광지와는 멀어서 이 곳에 숙소를 잡느니 구시가지 쪽에서 잡는게 좋을 뻔했다. 이틀 후 베네치아로 가는 날 호텔 앞에서 버스를 타고 베로나역으로 왔을 정도로 호텔이 있는 동네에서 베로나역까지는 생각보다 멀다.
베로나는 사전 정보가 많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역에서 관광지가 꽤 멀어서 이런 일이 발생한 듯했다. 그래도 다행인건 슬럼가처럼 보이는 역 주변 풍경과는 달리 근처 슈퍼에 가서 식료품을 사며 느낀 분위기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위험해 보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미국 엘에이 인근에 살아본 적이 있기에 슬럼가 특유의 분위기를 좀 아는데 여기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고 다소 소박한 동네 정도의 느낌이었다.
근처 따바끼 가게에서 버스표 두장을 사서 검색한 루트의 버스를 타고 베로나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피에뜨로 전망대 쪽으로 향했다. 베로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티켓을 끊고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거나 걸어서 올라가면 되는데 푸니쿨라를 추천한다. 걸어가기엔 언덕이 좀 가파르다. 베로나 관광지가 한눈에 조망되는 전망대에서 잠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다 다시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와 다리를 건너 베로나 구시가지로 들어왔다. 베로나의 구시가지도 이탈리아의 대부분의 구시가지들이 그렇듯 성당도 많고 작은 박물관, 미술관도 괘 많은 아기자기하고 이쁜 곳이었다.
구시가지 골목 안 핫스팟에 자리한 줄리엣의 집은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뤄서 티켓을 끊어 집안에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기다리다 들어갈 정도로 줄리엣의 집이 멋져 보이진 않았는데, 유럽 패키지 관광객들로 보이는 많은 노인관광객들은 길게 줄지어 서서 줄리엣의 집 입장을 고대하고 있는 눈치였다.
그리고 베로나에도 로마 콜로세움 보다 약간 작은 규모의 콜로세움이 있었다. 이탈리아를 구경하다 발견한 것 중에 하나가 콜로세움같은 원형극장이 도시마다 많다는 것이다. 베로나에도 꽤 큰 원형극장이 있어 놀랐다.
베로나는 도시가 워낙에 평화롭고 안전해 보여서 이곳에서 처음 은행 밖 도로 ATM에서 유로화 인출도 하고 두둑해진 지갑 덕분에 베로나 구시가지 광장 카페에 앉아 해산물 파스타와 스프리츠도 마시며 비교적 한가롭고 평화로운 오후를 즐길수 있었다. 벌써 혼자 여행한지 보름이 넘어가고 있었다. 다소 피곤하긴 해도 이렇게 시간이 쉬이 가는게 아쉽다.
장기간의 자유여행이라면 베로나에도 한번쯤 들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도시가 평화롭고 슬로우 시티 느낌이어서 넉넉하게 쉬면서 관광하기 좋은 도시였다. 내일이면 남편 오기 전 혼자서 하는 마지막 여행지인 베네치아로 간다. 베로나에서의 2박3일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