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작은 통증이 주는 깨달음
요 며칠 두 번째 걸린 코로나로 인해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서 거의 잠만 자며 닷새를 보냈다. 엿새째가 된 오늘도 아직 잔기침에 머리가 멍하고 둔탁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이전에 비해 꽤나 좋아진 덕에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작년 4월 코로나에 처음 감염된 이후 여러 번 코로나인지 감기인지를 앓았다. 작년 가을 이탈리아여행 중간에도 코로나인지 감기인지에 걸려 며칠 힘들게 여행을 하기도 했고, 지난겨울에도 며칠 비슷한 증세로 앓았었다. 이번에 1년 2개월 만에 4번째 걸리는 감기 혹은 코로나! 이번 코로나는 특히 30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코로나 걸린 학생과 상담실에서 상담하다 전염된 것이다.
내가 이렇게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은 아닌데? 이상하다! 분명 너무 자주 감기에 걸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이래 저래 몸이 주는 불편감, 통증이 잦아졌다. 몇 년 전 본격적으로 시작한 갱년기 증상으로 너무 많은 땀과 훅훅 올라오는 열감에 시달리느라 매일밤 잠을 설치기 일쑤인 상태가 된 지가 꽤 여러 해 되었는데, 그래도 이런 갱년기 증상은 불편할 뿐 고통스러운 통증의 형태는 아니어서 그래도 견딜만했던 것이었다, 지나고 보니..!
그런데 지난겨울부터 갑자기 시작된 오십견으로 인해 왼팔에 시시때때로 가해지는 통증 때문에 일상이 불편한 것은 물론 아파서 참기 힘들어졌다. 정형외과에 가서 비싼 연골 주사를 3회 맞고 통증은 사라졌다. 그러나 그 효과는 3개월 시한부였다. 계속 팔 운동을 하지 않으면 3개월 후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사의 말은 알고 보니 3개월 후 재발한다는 통보에 다름 아니었다. 정확히 3개월 후 재발했고 통증의 부위는 같은 왼팔이지만 통증 지점이 다소 이동했고 통증의 수준이나 움직임 반경의 축소는 이전보다 더 훨씬 심하다.
유튜브를 뒤져 나름 신뢰가 가는 의학채널과 오십견 탈출 경험자들의 블로그 등을 면밀히 공부한 결과, 오십견은 병원 치료 자체는 일시적 완화만 해줄 뿐 근본적 치료책이 될 수 없다는 것과 결국 스스로 운동을 열심히 해서 완화시키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기에 이르렀다.
순간 이런 생각이 불쑥 떠올랐다.
“이제 더 이상 게으르게 살 수는 없게 됐구나!”
게으르게 살아온 게 자랑도 아니지만, 더 이상 매일같이 운동을 안 하고는 지탱할 수 없는 몸뚱이가 되었다는 사실은 묵직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몸을 게으르게 굴리고도 별 탈 없이 잘 살아왔다. 특별히 수술하거나 큰 병이 있었던 적도 없었고 다친 적도 없었다.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고 사는 남편이 어려서부터 여기저기 여러 번의 수술 이력을 가졌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는데 나 포함해 우리 식구들은 병원과는 거리가 멀게 살아온 덕에 이 말이 꽤나 신기하게 들렸었다.
한마디로 50 넘어서까지 내 삶은 감사하게도 병원과는 거리가 멀었던 건강한 삶이었던 것이다. 어찌 보면 축복받은 몸을 가지고 태어난 건데 이제는 급속한 노화와 함께 그 축복의 기운은 사라졌나 보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축복을 관리하지 못한 탓에 축복의 수명이 줄어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운동하는 것을 너무 싫어한다. 평소 별로 식욕이 없어 음식도 그다지 신경 쓰고 살지도 않았다. 지금은 모닝커피를 중단한 지 몇 달 됐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수십년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드립커피를 내려 마시기를 시작에 하루 종일 여러 잔의 커피를 마시고 살아왔고, 시원한 맥주를 좋아해서 야밤에 자주 마시고 살아왔으니... 노화를 가속화시킬 짓만 해온 셈이다. 요즘 아픈 탓에 뒹굴거리며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게 되었는데, 티브이나 유튜브 인기채널에 최근 많이 등장하는 노년내과 정희원교수님의 너무도 모범적인 생활습관에 대해 듣다가, 문득 거부하고 싶지만 더이상 거부할 수 없는 심각한 질문에 봉착하게 되었다.
"저 사람과 나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삶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사람인가?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인가?”
무엇이 나를 이렇게 안일한 게으름에 방치하게 한 것인가?
평생을 모범생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지만, 몇 달째 고생하는 오십견의 통증과 여러 날의 코로나 통증이 내게 가져온 질문은 실로 묵직하다. 그리고 너무 자명한 결론은 이젠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고통스러워서 이렇게 살 수도 없으니 이제부터라도 나는 운동과 섭식에 신경을 쓰고 살아야 한다. 거의 전혀 다른 인간으로 개조시켜야 한다!
이제 더 이상은 내 몸을 게으르게 나둘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는 현실에 씁쓸하면서도 50년 넘게 건강하게 버텨준 몸에 감사하고 미안하다. 이제 정말 변해야겠다. 변하고 싶다!
인생에 쉬운 것, 거저 얻어지는 것은 정말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며... 운동하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