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특별전
1273년부터 1918년까지 유럽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소장품을 만날 수 있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특별전이 2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했습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
인상파 등장 이전 유럽 회화를 이끈 화가들의 명작과 공예품, 갑옷 등 96점을 전시합니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빈미술사박물관, 한국경제신문사가 한국과 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공동 기획했는데요, 15세기 막시밀리안 1세를 시작으로 20세기 초까지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예술품을 서울로 옮겼습니다.
오스트리아 빈은 수세기에 걸쳐 오페라, 미술, 문학, 디자인 등 예술의 모든 분야에서 최고 수준 걸작들을 집약하며 유럽 문화의 뿌리가 된 곳이죠. 이렇게 빈이 예술의 도시가 된 배경에는 합스부르크 왕가가 있습니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가톨릭 신앙과 수도원을 토대로 부를 축적하며 신성 로마 제국 황제 지위를 얻었고,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인 654년 유럽을 지배했습니다.
빈 미술사 박물관 내부 전경
합스부르크 왕가는 빈을 중심으로 수백 년간 '지식의 수호자' 역할을 했습니다. 이들은 전쟁과 정복보다 조화와 질서, 학문과 예술의 후원자가 되길 원했고 예술적인 지원에 아낌이 없었죠. 이 때문에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말러 등 세기의 음악가들이 빈에 모여 현대 클래식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박물관 역시 합스부르크 왕가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나라를 강하게 만들고,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중심에는 예술이 있다는 신념을 실행으로 옮겼죠. 그 끝엔 빈 미술사 박물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빈 미술사 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던 예술 작품을 서울로 옮겨온 것이 이번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대표적인 작품을 하나 살펴보실까요? 바로 루벤스의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입니다. 이 작품은 바로크 미술의 특징을 제대로 담고 있습니다. 루벤스 특유의 인물 표현도 인상 깊죠.
주피터와 머큐리가 신분을 숨기고 마을을 방문했지만 집집마다 문전박대를 당합니다. 노부부인 필레몬과 바우키스만이 그들을 대접하죠. 그들은 소박하지만 포도와 견과류, 무화과 등을 내놓고 포도주를 따릅니다.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화면 가장 왼쪽에는 주피터가 앉아있고, 붉은 옷과 모자를 쓴 머큐리가 반대편의 필레몬을 바라봅니다. 와인을 담았던 잔이 비워지자마자 저절로 채워집니다. 필레몬은 신성한 손님들의 정체를 깨달으며 놀란 가슴에 손을 댑니다. 오른쪽의 바우키스는 신들이 자신의 집을 찾은 사실에 영광스러워하며 거위를 잡으려고 하자, 주피터가 이를 말립니다.
양승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는 "관람객들이 서양사와 바로크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미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예로 전시실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이 있는데요, 비즈멜론 등 여러 기업의 협찬을 받아 14곡을 선정했습니다.
르브륑의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또한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 앞에는 긴 소파를 배치했습니다. 해외 유명 박물관처럼 작품을 앉아서 관람할 수 있는 장치이죠. 전시실 곳곳에는 앞뒤로 뚫린 창이 배치됐습니다. 페르디난트 2세 대공이 수집한 갑옷 사이에도 이런 창이 있는데요, 창 너머로는 건너편 벽에 걸린 갑옷 주인인 페르디난트 2세의 초상화가 보입니다.
본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 열립니다. 관람 시간은 적어도 3시간 이상 잡을수록 좋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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