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행 - 정의와 딜레마, 관련 프로젝트를 정리했어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정부미술은행 프로젝트 <공공x정종미>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정부미술은행 프로젝트 3탄 <공공x정종미>가 지난 8일 공개되었습니다. 강남대로 G-LIGHT에서 전시되는 이 프로젝트는 12월 20일까지 강남역과 신논현역 사이 23개 옥외 전광판에서 매일 밤 8시 30분, 9시 30분, 10시 30분 3회 3분 간 상영됩니다.
'공공x정종미' 프로젝트에서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면 '미술은행'이 아닐까 싶네요. 오늘은 미술은행에 대해 다뤄볼까 하니, 두 눈 크게 뜨고 빠르게 살펴보도록 해요!
미술은행이란 정부의 예산으로 미술품을 구입하고 이를 전시하며, 미술 작가를 지원하는 일종의 '미술품 렌탈 서비스'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2월에 설립되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집행관리하여 운영되고 있습니다. 미술은행은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도 시행되고 있으며 미술문화 활성화 및 대중화를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미술은행의 핵심은 '구입'과 '대여'라고 할 수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의 미술은행은 매년 추천제, 공모제, 현장구입제 등을 통해 350~500여 점의 작품을 구입합니다. 정부가 주도하여 미술품을 구입하고, 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적인 공간에 작품을 전시하거나 예술기관 등에 대여하여 작품이 널리 감상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제외하고 국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미술은행을 운영하고 있어요. 인천미술은행, 남도 미술은행(전남), 바람난 미술은행(서울), 경기도 미술품 거래소, 성남미술은행 등이 있습니다. 미술은행의 성격에 따라 작품 수집 방식, 대여 방식이 상이합니다. 작품을 구입하는 미술은행이 있는가 하면 작품 리스트를 뽑아 이를 1년간 대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여 방식에 있어서도 공공기관 위주인지 일반인에게도 대여가 열려있는지에 따라 특징이 다양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설립 목적
앞서 말했듯 미술은행의 핵심은 '구입'과 '대여'입니다. 이로부터 미술은행의 설립 목적이나 비전을 파악해볼 수도 있겠는데요. 예시로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을 살펴 볼까요? 미술은행은 미술 작품의 구입과 대여, 전시 활동을 통해 국내 미술시장 활성화와 미술문화 대중화, 문화향유권 신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어 '미술문화 발전, 미술시장 활성화, 한국 미술 신장, 문화향유권 신장'이라는 4가지 비전이 형성되었습니다.
넓게 보면 미술은행의 '구입'은 미술인을, '대여'는 대중을 위한 것이라 이해할 수 있죠. 그런데 여기로부터 상충되는 지점, 즉 미술은행이 가지게 되는 딜레마가 파생됩니다. 창작∙유통∙향유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 미술시장에서 활성화되지 못한 장르나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한다면 창작 환경 개선의 측면에서는 분명 효과가 있겠지만, 대중의 기호를 고려하지 못해 향유 확대라는 목적이 달성되기 어려울 수 있는 것이죠. 반면 대중의 취향을 중심으로 작품을 구매한다면 미술은행의 작품 다양성이 감소될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미술은행은 언제나 어떤 작품을 구매할지, 어떤 방식으로 구매할지를 두고 큰 고민에 빠져 있어요. 더 나아가 이는 현재 미술은행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나 개선점과도 크게 관련이 되기도 하고요. 관련하여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시다면 논문 '미술은행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방향'을 참고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제 다시 돌아와 처음에 언급했던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정부미술은행 프로젝트 <공공>을 떠올려 볼까요? 어떤 맥락에서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는지 따로 설명을 읽지 않아도 이제는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질 거예요. <공공> 프로젝트는 대중의 문화향유권 증진 및 일상 속 미술 경험을 늘리기 위해 마련되었어요.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디지털 매체 친화적으로 변해가는 도시환경 속 공공예술의 또 다른 확장을 모색하며 기획되었어요.
미술은행이 소장 중인 작품을 토대로 한국화 여성 미술가 4인이 협업하여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요. 지난 4월부터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김보희, 홍푸르메 작가를 시작으로 세 번째 정종미 작가의 작품이 공개되고 있는데요. 미술은행이 소장 중인 작품과 작가의 작품을 재구성하여 디지털 스크린 상에 구현했다고 합니다. 강남을 지나다가 <공공> 프로젝트를 본다면 작품을 즐겁게 감상하며, 미술은행에 대해 한 번씩 더 떠올려 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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