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 Jun 30. 2023

무슨 일 하냐고요?

영화 마케팅이요.

머리를 자르러 갔을 때, 택시에서, 혹은 소개팅 자리에서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한 의례적인 질문을 받습니다.


“어떤 일 하세요?”

“영화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라고 말을 하면 뒤이어 질문이 따라옵니다.


“영화 마케팅? 그게 무슨 일이에요?”


음… 어렵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설명해야 할 문장을 위해

머릿속으로 단어들을 고르자니 쉽지 않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일이 아니긴 하거든요.  

하지만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설명해 봅니다.

너무 구구절절하면 지루하잖아요?

그래도 마케팅을 한다고 말한 사람이니까요(?!)


“아… 극장 가셨을 때 보는

포스터, 전단지, 예고편 뭐 그런 것들의

콘셉트를 잡기도 하고요,

TV 보실 때 배우들이 뭐 홍보하러 나왔다고 하잖아요.

프로그램 출연이나 인터뷰도 잡고 그런 일들을 해요…”


전단지:
작품 포스터 이미지, 스틸과 함께 영화에 대한
설명을 넣어 만든
 A4사이즈의 팸플릿을 말함


그래도 구구절절해지는 설명.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렇게 설명을 하면 뒤이어지는 질문은.

그럼 배우 많이 만나시겠네요!"

“배우랑 직접 대화도 하세요? 

라는 대화의 흐름이 정말 100이면 100입니다.


“(한국영화 할 때면) 그렇죠… 아무래도

같이 일을 해야 하니까 현장에서 보면..”


현장:
영화 홍보를 위해 진행되는
각종 행사를 포함한 홍보 활동이
이뤄지는 장소를 일컬음


이 질문에 대답할 때는 목소리가 살짝 기어들어갑니다.

에피소드를 궁금해하거든요.

어떤 배우가 제일 예쁜지, 잘생겼는지, 성격은 좋은지,

진상인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지만

딴에 또 이게 뭐라고 대답하기가 조심스러워집니다.


사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저런 질문이 뿌듯하긴 했어요. 

너무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고

 왠지 ‘프로’가 된 것도 같았고

더 솔직히 다른 사람들보다는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 어떤 일을 하고 있다

는 이상한 소속감….???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흐름의 대화가

점차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동종 업계가 아닌 사람들과 대화할 때

저러한 질문을 받으면 대충 얼버무리거나

“프리렌서 예요”, “뭐 그냥 밥 벌어먹고살아요”라고

대답하게 되었습니다.


왜냐고요?


왠지 일을 하면 할수록 짧게 말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한 두 마디로 일을 정의할 수도 없을뿐더러,

이 세계는 정말…

혼돈의 카오스라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새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