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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정 Jul 18. 2022

[책 한 소절] - 가족은 손님처럼 손님은 가족처럼

 『불편한 편의점』

따지고 보면 가족도 인생이란 여정에서 만난 서로의 손님 아닌가? 
귀빈이건 불청객이건 손님으로만 대해도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없을 터였다.     
     

나는 사남매 중 맏이다. 많은 것도 적은 것도 아닌 이러한 6인 가족은, 나 때에는 꽤 보편적인 가족 구성이었다. 이후 범국가적 가족계획 정책이 있었고, 따라서 나의 2세가 태어날 무렵에는 둘 또는 하나의 자녀를 둔 3,4인 가족 구성이 대세가 되었다. 집구조도 그러했고 자동차 구조도 그러했다. 즉 모든 구조가 3,4인용 가족일 때 가장 안락하고 편리했다.   

     

그러하지 못했던 시절, 각자 서로 다른 성향과 취미와 사고를 가졌던 우리 사남매는 거의 매일 싸우고, 삐지고, 그러다가도 금세 풀려서 같이 놀았다. 한 방에서 살 부딪혀가며 서로 자리를 많이 차지하겠다고 싸우고, 콩 한 쪽도 서로 먹겠다고 다투던 그 가난했던 유년은 오히려 사남매의 우애를 더욱 돈독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사남매는 각자의 가족을 형성하고 각자의 생활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다. 각자의 방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각자의 콩도 생긴 것이다. 각자의 가족이 생기니 가족과 가족 간의 관계가 애매해졌다. 사남매의 관계처럼 허물없기도 힘들어졌고, 각자의 가족 관계인 손님으로 대하기에도 불편해졌다. 나의 가족이었지만 이젠 남의 가족이 되었으니, 내 가족도 남의 가족도 아닌 관계가 된 것이다. 가족으로 대해도, 그렇다고 손님으로 대해도 문제가 생긴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삶은 관계”이고, “관계는 소통”이라는 말은 분명히 옳은 말이다. 그래서 가족도 손님처럼 대한다면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 또한 옳다. 하지만 한 집에서 먹고 싸고 지지고 볶는 가족 간의 소통과, 이해타산이 개입된 손님과의 소통은 엄밀히 다르다. 가족은 ‘손님’이 아니다. 또 그래서도 안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처가 되는 모든 언행들을 용서하라는 것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듣고 말하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전제된 그 사랑은 손님을 대하는 사랑과 확연히 다른 사랑이라는 것이 느껴져야 한다. 그렇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면, 자, 그 순간부터, ‘가족은 손님처럼, 손님은 가족처럼’ 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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