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티처』, 서수진/ 한겨레출판사/ 2020
선이는 고개를 들어 싸라기눈이 흩날리는 회색 하늘을 바라보고는, 코트를 벗어 팔에 걸칠까 잠시 고민했다.
코트가 눈에 젖을까 봐 걱정되었다.
전날 어학당 채용 합격 문자를 받고 산 8만 원짜리 카멜색 핸드메이드 코트였다. 강의실 안에서는 코트를 입을 일이 없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샀다.
지금처럼 캠퍼스를 걸을 때 자신이 학생이 아니라 강사의 신분으로 학교에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였다.
(9쪽)
‘살아남는 것’에 대해 쓰고 싶었다.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것, 벼랑 끝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것, 버텨내는 것, 끝내 살아남는 것.
소설을 쓰는 도중에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터졌다. 한국어학당의 규모가 크게 줄었고, 수많은 강사가 일자리를 잃었다.
(중략)
이 소설은 살아남았다. 이 소설이 살아남았다는 것이,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을 간신히 버텨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닿아 위로를 주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