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패러독스 - 5
어떤 사회에서든 가난한 사람이 있고 빈부 격차가 있다. 그리고 자기들의 정권 유지만을 원하는 폭정 정권이 아닌 한 어느 나라든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빈부 격차를 줄이려고 한다. 현대 세계 각국은 소수 독재 정권을 제외하고는 민주 선거로 지배 정권이 결정된다. 민주선거에서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표가 필요하다.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을 올려주겠다는 것이 주된 정책 목표가 된다. 또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 사회 안정이 해친다. 빈부 격차를 증가시키겠다는 것을 목표로 삼는 민주 정부는 없다. 어느 정부든 빈부 격차를 줄이는 것을 이상향으로 삼는다.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과 빈부격차를 줄이는 것. 이 두가지가 경제 정책의 기본적인 목표이다. 자유주의 경제든 사회주의 경제든 이건 동일하다. 그런데 이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경제 정책을 사용할 것인가에 따라 자유주의 경제 정책과 사회주의 경제 정책이 달라진다.
자유주의 경제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다 나은 일자리, 보다 나은 임금을 주는 것에 초점을 둔다. 그러려면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겨야 하고, 임금도 올라야 한다. 기업이 더 많이 생기고, 경제가 활성화되어야 일자리, 임금도 오른다. 즉 자유주의 경제에서는 경제가 더 성장하고 발전하면 가난의 문제, 빈부 격차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사회의 경제적 파이를 더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자유주의 경제에서 이상향은 부자의 소득과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이 같이 증가하기는 하는데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이 더 많이 증가해서 빈부 격차가 감소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로 이렇게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면 기업들이 크게 성장한다. 그로 인해 근로자들의 소득이 오르고 생활수준이 나아지기는 하는데, 기업가들, 자본가들의 소득은 더욱 크게 성장한다. 가난한 사람의 소득이 증가되고 잘살게 된다. 하지만 부자들, 상위 계층, 자본가들의 소득은 더욱더 증가한다. 그래서 빈부 격차는 심해진다.
보통 현대 자본주의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 빈익빈 부익부라고 말하는데, 제대로 자본주의가 움직이는 국가에서는 빈익빈 부익부는 나타나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과 생활은 분명 계속 더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부자는 더 큰 소득을 올려서 빈부격차는 증가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 증가, 빈부 격차 감소 두가지가 주요 목표인데,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은 증가하지만 빈부격차는 증가한다. 이것이 자본주의 경제의 장점이자 문제점이다.
사회주의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 증가, 빈부 격차 감소를 달성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상위계층, 자본가, 부자의 재산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도록 하는 것이다. 부자로부터 세금을 늘려서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할 수도 있고, 기업가들의 이익을 제한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전하도록 할 수도 있다. 어쨌든 많이 있는 자로부터 없는 자에게로 자원이 배분되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부자의 소득은 감소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은 증가하는 것이 사회주의 경제의 목표가 된다.
자유주의에서는 부자의 소득도 같이 증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사회주의에서는 부자들의 소득이 감소되는 것을 지향한다는 점이 차이이다. 이때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은 증가하고 사회의 빈부 격차는 감소한다. 부자의 소득이 감소하기는 하는데, 사회주의에서 부자의 초과 소득은 부당한 이익, 불로소득으로 본다. 부자의 소득이 감소하는건 문제되지 않는다. 부자의 소득은 감소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하는 것은 사회 공정이 제자리를 찾는 것이다. 또 사회주의에서는 기본적으로 제로섬 사회를 상정한다. 제로섬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부자의 소득이 감소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최대한 평등한 소득을 누리는 것이 목표이다.
그런데 부자소득 감소, 가난한 사람들 소득 증가를 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다보면, 실제 현실은 이와 다르게 나타난다. 부자들의 소득이 감소하기는 하는데,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도 감소한다. 강력한 빈부격차 해소정책을 사용하면 빈부격차는 해소된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이 감소된다. 못사는 사람이 더 못살게 된다. 부자들이 더 돈을 못벌게 되는 것은 맞는데, 그 돈이 가난한 사람에게 가지는 않는다. 그냥 사회에서 사라져버린다. 기업들이 사라지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사회적 약자들은 더욱 더 어려워진다.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도 증가하면서 빈부격차도 감소하면 좋은데, 아직 그럴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지금 우리가 실제 선택할 수 있는 경제 시스템은 다음의 두가지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을 증가시키지만 빈부격차는 증가하는 자유주의 시스템과 빈부격차는 감소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더 어려워지는 사회주의 시스템이다.
위 두 시스템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부자들은 어떻게 살든 상관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면 자유주의 시스템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느냐보다는 부자들, 자본가들이 잘사는 꼴을 보기 싫으면 사회주의 시스템을 선택해야 한다. 자유주의 경제 체제 국가의 가난한 사람들이 사회주의 경제 체제의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잘사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자유주의 경제에서는 빈부격차는 증가하지만 어쨌든 가난한 사람들이 잘살 수 있다. 둘 중 어느것을 지향할 것인가. 이건 결국 각 사회의 선택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