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성락 May 31. 2022

2022년 비트코인 폭락을 겪으며

경제 단상 - 8 


 비트코인 가격이 3만 달러 이하로 내려갔다. 2021년에 6만 7천달러까지 오른지 몇 개월만에 반토막이 나고, 그 이하로까지 떨어졌다. 한숨만 나온다. 그리고 이전의 폭락과 비교해본다. 이전에는 어땠더라. 그리고 느끼게 된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덜 힘들어졌구나. 이전의 폭락기에는 이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었는데.. 이제는 좀 더 익숙해져서 덜 힘든건가? 그렇진 않다. 폭락은 익숙해진다고 해서 괜찮아지는게 아니다. 지금 좀 덜 힘든건 떨어지는 이유가 그래도 다른때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나는 2014년에 비트코인을 샀다. 그리고 그때 비트코인 중 반 이상을 지금까지 계속 가지고 있다. 이 8년동안, 난 비트코인이 반토막나는 것을 6번 경험했다. 이번이 6번째이다. 거의 1년 4개월에 한번씩 50% 정도, 가끔은 그 이상 떨어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첫 번째 폭락은 2014년-15년 이었다. 난 50만원대에 비트코인을 샀는데, 1년이 안되서 25만 정도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때는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원래 내가 주식을 사면 그 주식은 떨어진다. 비트코인에서도 그 법칙이 작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팔고 나올려고 생각하진 않았다. 난 이때 10년을 보고 비트코인을 샀었고, 이제 1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때 비트코인 투자금은 크지 않았다. 50% 손실이라고 해도 몇백만원이었다. 감당할 수 있었다.


 사실 이때 비트코인에 대한 가장 큰 걱정은 가격 폭락이 아니라 다른데 있었다. 내가 비트코인을 맡긴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서 모두 날리지 않을까, 거래소가 어느날 갑자기 사이트를 닫아버리지 않을까가 걱정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계속해서 거래소 해킹이 발생하고 있었고, 당시 한국의 비트코인 거래소는 그냥 잡거래하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중 하나였을 뿐이다. 이런 사이트에 돈을 보내도 되나를 의심했던 때이다. 언제 거래소가 문을 닫아 모든 돈을 날리지 모르는 상태에서 50% 폭락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두 번째 폭락은 2018년의 폭락이다. 2400만원이 넘던 비트코인이 5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반토막이 아니라 반의 반토막보다도 더 떨어졌다. 국제시세 기준으로도 70% 정도는 폭락했다. 100만원하던 비트코인이 1년 사이에 2400만원이 되었다 500만원으로 떨어지는 출렁임속에서 나는 버티지 못했다. 2017년 말 하루 몇백만원씩 폭등했다 폭락했다 하는 와중에 반을 팔았다. 


 이때는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이때 가장 큰 고민은 가격의 출렁임과는 다른 이유였다.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금지할지 모른다는 걱정이었다. 거래소를 폐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고, 당시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이야기했다. 그 회견 말고도 한국에서 가상화폐 거래 금지 이야기가 계속 나오던 때였다. 나는 한국거래소가 폐쇄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비트코인에서 완전히 손을 뗄 생각은 없었다. 비트코인 개인 지갑이나 외국 거래소로 옮겨야 하는데, 이건 현금화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된다. 비트코인 거래가 인정된 국가에 은행 계좌가 있어야 했다. 외국 은행계좌를 어떻게 얻을 수 있나를 한참을 찾곤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워낙 많아 거래소 폐쇄 건은 넘어갔다. 하지만 한국에서 과연 비트코인 거래가 계속 인정될지에 대한 불안감은 계속되었던 때이다.


 세 번째 폭락은 2019년이었다. 2018년 말 이후 1000만원 정도에서 횡보하던 비트코인이 1600만원 이상으로 올랐다가 10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50% 폭락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40%는 떨어졌다. 근데 이때는 별로 기억에 없다. 반감기인 2020년은 지나야 비트코인 가격이 움직일거라고 보았고 그때까지는 계속 왔다갔다 할거라 보았다. 계속 횡보하고 있는데 크게 신경쓰기 싫어서 한 1년 넘게 계좌를 거의 열어보지도 않았다. 비트코인 가격을 아예 보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어려울 것도 없었다. 그냥 지나간 기간이다.


 네 번째 폭락은 코로나때이다. 2021년 3월, 대폭락을 했다. 비트코인만이 아니라 전세계 주식시장이 거의 파멸했던 시기이다. 비트코인도 그냥 반토막이 났다. 나도 패닉상태가 되었던 시기이다.


 그런데 이때 나의 패닉은 비트코인이 아니라 주식때문이었다. 비트코인도 반토막 나기는 했는데, 주식도 반토막 났다. 그리고 이때 내 투자자산은 비트코인보다 주식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주식에서의 손실이 비트코인 손실보다 훨씬 컸다. 


 특히 이때 나는 원유 ETF에 들어갔을 때였다. 원래 60불하던 원유 가격이 코로나 사태에 40불, 20불, 10불로 떨어졌다. 심지어 하루는 마이너스 가격이 되기도 했다. 60불하던 원유가 10불 이하로 폭락하는 사태에서 비트코인 반토막은 오히려 나은 거였다. 이때 나는 비트코인을 오히려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안전자산으로 생각했을 정도다. 


 다섯 번째 폭락은 2021년이다. 2021년 가을 이후 비트코인은 크게 올랐다. 2020년 초까지 1000만원하던 비트코인이 6만불을 넘었다. 그리고 2021년 봄, 3만불 이하로 떨어진다. 이때 내 마음은 두가지가 충돌했다. 2020년 초에 비트코인은 1000만원이었다. 폭락했다고 하지만 1년여 사이에 3배가 되었다. 충분히 많이 오른 것이다. 이정도면 된거 아닌가.


 다른 생각도 있다. 이때는 중국이 비트코인 거래, 보유를 금지한다고 했을때이다. 난 중국이 비트코인을 금지하는 것은 별 걱정안한다. 중국이야 금지하건 말건, 미국만 금지하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과연 미국은 비트코인에 대해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을것인가. 미국이 금지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정말 0이 된다고 봐야 한다. 또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대해 완전히 흥미를 잃으면, 그때도 비트코인 가격은 대폭락한다.  


 비트코인 가격이 천만원 정도일때는 이런 걱정은 안했다. 비트코인은 매니아들 게임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별 관계없다. 정부도 별 신경안쓰고 지나갈 수 있다. 정부가 어떻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매니아들 자기들끼리 거래하면서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금액이 커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회적으로 계속 이슈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계속 관심을 가지고 들어오게 되면 더 이상 매니아 게임이라 볼 수 없다. 매니아 게임으로만 있으면 정부가 대놓고 규제한다거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 일반 현상이 되면 정부가 강력히 규제할 수도 있고, 일반인들의 흥미가 확 떨어지면 대폭락한다.  


 비트코인은 더 이상 매니아들의 인식에 기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러기에는 너무 금액이 커졌다. 매니아들의 손을 떠나 사회 일반 현상이 되었을 때, 그때도 비트코인이 버틸 수 있을까. 잘못하면 비트코인은 매니아들끼리 사고팔고 할때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런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2년 현재, 또 비트코인은 대폭락을 한다. 67000불이 넘었었던게 몇 개월 전인데, 그 이후로 계속 떨어지기만 하더니 3만불 이하가 되었다. 일단 짜증이 난다. 비트코인은 평균적으로 2년에 한번씩 반토막이 난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매년 반토막이 나고 있다. 2018년, 2019년, 2020년, 2021년, 2022년, 5년 동안 계속해서 반토막이 나고 있다. 아무리 변동성이 크다고 하지만, 어떻게 1년에 한번씩 반토막이 나나.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언제까지 떨어질지, 다시 반등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나. 나는 못한다. 그걸 예측할 수 있으면 그동안 폭등했을 때 팔고, 폭락했을 때 다시 사고 그런식으로 투자했지, 그냥 8년동안 무식하게 들고만 있었겠나. 차라리 주식은 1-2년 사이에 어느 정도는 되겠다는 예측을 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그런 예측도 할 수 없다. 그냥 장기적으로는 계속 올랐다는 것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비트코인 가격을 예측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신기하다. 8년 동안 계속 지켜보고, 그 등락을 온몸으로 직접 부딪혀온 나도 모르는데, 비트코인을 한지 몇 년 안되는 사람들이 비트코인 가격을 예측하고 전망한다.


 어쨌든 아무리 그동안 반토막 나는 경험을 여러번 했어도, 여전히 이런 폭락을 맞으면 아프다. 이건 익숙해질 수 있는 감정이 아닌거 같다. 그래도 예전처럼 패닉이 온다거나, 팔아야 하나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하나로 밤낮 고민을 하지는 않게 되었다. 오는 파도는 그냥 맞는다.  그런 점에서는 좀 나아졌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작가의 이전글 상속세는 왜 문제가 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