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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인 Nov 03. 2024

연애의 슬픔과 기쁨

내향인의 어플 탐방기

연애가 하고 싶다. 새로운 인간과의 만남을 극도로 꺼리는 내게 종종 연애세포가 활성화 되는 시즌이 있는데, 이번 활성화는 몇 개월째 지속 중이다. 물론 적극적인 액션은 취한 적 없다. 의 액션은......이달의 애정운 챙겨보기?


평소에는 압도적으로 내향성이 메인 컨트롤러를 점하고 있으나, 이렇게 도파민이 내향성을 이길 때가 있다. 사랑은 모르겠고 연애를 해서 새로운 자극을 얻고 싶다고 외치는 것이다. 몇 주 전에는 도파민의 질주로 소개팅 어플을 깔았다. 극한의 남초 이성애 어플에, 숏컷 논알콜 채식 페미니스트 여성의 등장이라니. 생태교란을 시도한 셈이다.


결론은 나름 재미있었고, 성과는 없었다. 그리고 성과가 없었다는 사실을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다! 배달 어플을 한참 뒤적거리며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려다,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꺼버리는 원리와 같달까. 남자는 얼굴! 을 외치는 내게 흐뭇함을 안겨주는 인물도 종종 있었으나 그들과 대화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지금 뭐하세요?ㅎㅎ 와 같은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눌 생각에 한 번, 실제로 만났을 때의 어색함의 두 번, 만남이 지속될수록 실망과 기대를 반복할 생각에  번 눈 앞이 깜깜해졌다. 고로 혹시나 누군가와 매치되기 전에 이 어플을 빠져나가야 했다.


럼에도 정신 못 차리고 엊그제 새로운 어플을 2시간쯤 넘기다-(외모가) 반듯한 한 청년과 대화를  나누었으나 상대의 잠수 및 대화방 나가기로 끝났다. 이 판은 원래 이런 거니까. 상식과 예의를 중시하는 나에게 안 맞을 뿐인 거다. 아디오스! 이제 진짜 보지 말자! 그리고 다시 한 번 느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란, 그 중에서 나의 연애상대를 찾기란, 정말 귀찮다.


솔직히, 성격이 조금 직선적인 것이지 외모나 스에 큰 하자는 없다. 그럼 왜 어플까지 깔았냐? 4인 이상 집합을 싫어하고 자리는 더욱 싫기 때문에, 동호회 가입은 패스. 만추를 할 거면 진작 했기에 패스. 소개... 나름 어필을 하고 다니지만 원하는 인물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해한다.  이렇다 보니 연애상대의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넘어 '자연발생 추구'를 하고 있다. '피그말리온은 조각이라도 했는데 그마저도 안하냐'는 친구의 신랄한 반응은 덤이다.


사람 만나기가 그렇게 싫으면서 연애는 왜 원하냐는 아주 당연한 질문이 떠오를 수 있다. 스스로도 참 의문이다. 열심히 고민해봐도 (1) 심심해서 (다수 모임은 싫어함) (2) 남들은 다들 하니까 (3) 이러다 괜찮은 연애상대는 다 없어질까봐 정도의 하찮은 답이 나왔다. (4) 조건 없는 (사실은 있을지라도) 애정을 받는 안전지대가 필요해서, 이것이 가장 그럴듯하다. 런데 반대쪽에서 연애가 두려운 이유도 꽤나 팽팽히 줄을 당기고 있음을, 이번 기회에 선명하게 느꼈다.


상대를 알아가는 것도, 상대가 나를 알아가는 것도 예측불허의 변수 투성이다. 재미있을 만큼, 딱 그 만큼의 변수만 필요한데, 과도한 변수는 재미를 넘어 불안이 된다. 실망, 걱정, 불안, 기대... 감정의 축을 뒤흔드는 요소들. 나는 그런 요소를 아주 싫어한다. 과거의 연애에서 너무 많이 축이 흔들렸고, 너무 오래 후회했기 때문이다. 즉 연애가 생활의 발목을 잡았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가 조별과제로 떨어지니, 수강신청부터 도망가는 셈이다.


나의 속터지는 연애 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곧 비연애로 맞는 세 번째 해가 돌아온다. 이쯤 되니 대체 언제 연애를 할지 궁금해 미칠 것 같다! (별자리와 사주 운세는 빗나갔다) 적어도 올해는 안전지대가 되어주는 친구들과 연말을 맞이하며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어야지. 새로움을 찾는다고 소중한 친구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분간 연애에 대한 노력은 하느님 부처님 천지신명에 올리는 기도로 대체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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