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3월 5일
추위에 떨며 건물 바깥에서 세 시간 반 이상 기다렸다. 흐린 날에 가랑비까지 흩뿌렸다. 프랑스에 오래 살아온 사람은 다 안다. 이런 날 체감 온도는 실제 기온보다 훨씬 낮다. 게다가 움직이지 않고 제 자리에서 오래 기다리면 어떻게 되는지…
다섯 명씩 끊어 안으로 들여보내는데 다섯이 들어가고 내 앞에 세 명이 서 있었다. 그 다음이 바로 우리 차례였다. 11시 20분쯤이었다. 안내 요원은 줄 서 있는 사람들한테 비키라고 하더니 아예 육중한 철대문을 잠가버렸다. 혹시라도 다시 열리나 하고 삼십 분은 멀뚱히 기다렸다. 정말 운 좋게 약속을 잡고 볼일 보러 들어간 희귀족을 창문 너머로 흘깃해 보았다. 같이 줄 서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 일부는 쉽게 포기하고 발길을 돌렸지만 대부분은 혹시나 하고 멍하니 남았다. 오후에는 현장에서 온 사람을 안 받는다고 적혀 있다. 흑인 여자가 분에 못 이기고 목청을 돋워 불평을 내뱉었다. « 당신들이 이런 식으로 날 불법 체류자로 만들 거냐고! »
정오가 지나 터벅터벅 발길을 옮겼다.
외국 살이를 해보지 않은 이는 이런 수모와 고통을 짐작조차 못할 거다. 이스라엘 사람한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짐승이듯 프랑스 사람한테 외국인도 하나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