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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파랑 Jul 27. 2023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A Small, Good Thing》 레이먼드 카버 문학동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가장 큰 위로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1983년에 출간된 소설집 《대성당》에 수록된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차 사고로 아이를 잃은 앤과 하워드 부부의 이야기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앤과 하워드 부부에게 불행은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하나뿐인 8살 아들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의식을 잃은 아이의 입원과 죽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러나 누구도 겪고 싶지 않은 일이 두 부부에게 찾아왔다.           


『그녀는 아이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 데는

막연하나마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느꼈다.』  P.113     


불행을 겪는 대부분의 인간이 그러하듯 앤은 아이의 사고 탓을 자신에게서 찾으려 한다. 아이의 사고가 어쩌면 자기가 알지 못했던 자신의 과오로부터 기인한 것은 아닌지 막연한 죄책감을 갖게 된다. 느닷없이 벌어진 뺑소니 사고. 앤은 무엇 때문에 이런 고통스러운 일이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다.      


『“아이를 갖지 마.”

병원 현관으로 들어서면서 그녀는 머릿속에 떠오른 그 여자애에게 말했다.

“정말이야, 갖지 마라.”』  P.113     


차라리 아이를 갖지 말았더라면. 자식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슬픈 예감에 앤은 어쩌면 아이를 갖지 말았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한다. 단장(斷腸).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 자식을 잃는 슬픔을 겪는 것보다 차라리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앤.     


앤과 하워드는 아이가 입원해 있는 동안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초조하고 불안하지만 아이가 곧 깨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아이는 허무하게 죽고 만다.


아이의 죽음을 마주한 순간 앤은 “안 돼”라는 말밖에 하지 못하는 상황이 억울하다. 앤은 자기 자신만의 언어로 아이의 죽음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아들 ‘스코티’의 죽음만을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을 찾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안 돼”라는 말 이외에 그 어떤 말도 떠올리지 못하는 앤. 자기 자식의 죽음만을 표현할 수 있는 말. 그런 말을 미리 배우는 부모는 없다. 이 세상 그 어떤 부모도 그 말을 하고 싶지 않기에. 아무도 배우지 않고. 누구도 배울 수 없다.      


자식을 잃은 상실감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아이를 잃은 부모는 살아갈 희망이 없다. 누가 그들의 슬픔을 위로할 수 있을까? 무엇으로 그들은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까?      


『“이 냄새를 맡아보시오.”

검은 빵 덩어리를 잘라내면서 빵집 주인이 말했다.

“퍽퍽한 빵이지만, 맛깔난다오.”

그들은 빵냄새를 맡았고, 그는 맛보라고 권했다.

당밀과 거칠게 빻은 곡식 맛이 났다. 그들은 그에게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었다. 그들은 검은 빵을 삼켰다.

형광등 불빛 아래에 있는데, 그 빛이 마치 햇빛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이른 아침이 될 때까지, 창으로 희미한 햇살이 높게 비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이를 잃은 두 부부는 오래도록 슬픔을 통과해야 하지만 검은 빵을 나눠 먹은 기억으로 고달픈 시간을 이겨낼 것이다. 빵집 주인이 앤과 하워드에게 건넨 검은 빵. 그 빵은 위안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격려다. 다시 살아갈 힘이다. 검은 빵은 두 부부의 배를 채우고 상실감으로 허기진 마음을 채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밝고 따뜻한 곳으로 걸어 나올 것이다.


우리는 타인에게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타인을 통해 슬픔을 이겨낼 힘을 얻기도 한다. 인간은 너무나 보잘것없는 존재이기에 비극적인 운명 앞에서 순식간에 무너지고 좌절한다. 절망감에 빠진 인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경청과 관심 그리고 공감이다. 공감은 곁에 있어 준다는 것이다. 곁에 있어 준다는 것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가장 큰 위로다. 유일한 해결책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인간이 겪는 슬픔과 시련은 공감과 연대로 이겨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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