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빠리, Paris,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이름만 들어도 Edith Piaf의 노랫소리가 들릴 것 같이 아름다워서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도시이지만, 우리의파리체재 호텔은CDG공항옆이라 시내 나다니기가 아주 불편하다. 공항까지 셔틀버스도 제공하지 않고 버스나 전철을 이용하려고 해도 시내 중심부까지 가려면 두세 번 갈아타고 가야 한다. 그래서 삼삼오오 모여서 택시를 타고 가야 하는데 비용도 만만찮고 돌아올 때 다시 모여서 와야 하니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호텔 주변 산책을 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우리가 묶고 있는 호텔은 Roissy-en-France라는 지역으로 공항(CDG)에서는 가까우나 시내에서는 거리가 제법 된다. 조그마한 시골 마을로 공항 배후 단지 같은 지역으로 호텔들과 레스토랑 몇 개 정도,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사는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주변 산책은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호텔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100여 미터 걸어가다 보면 오래되어 보이는 성당이 나타난다. 마을 초입의 성당 내부는 돌아오는 길에 가 보기로 했다.
성당을 뒤로하고 길을 건너 마을 길로 들어서면 골프장(Golf Internation de Roissy) 가는 표지판이 조그마게 보인다. 마을 길을 따라 조금 가다 보면 고속도로 밑을 지나는 터널길을 따라가면 된다.
터널을 빠져나가면 바로 골프장이 시작된다. 좌측으로 11번 홀 그린이 보이고 간간히 골프를 치고 있는 사람도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토끼가족들도 만날 수 있다. 길가를 자세히 보면 토끼굴이 군데군데 보이는데 어미를 따라가다 지나가는 사람에 놀라 갈 길을 놓친 새끼 토끼는 이리저리 바쁘게 도망가다 겨우 어미를 찾아 길옆 풀숲으로 사라진다.
골프장을 따라 이어진 산책길은 벤치도 군데군데 있어서 잠시 골프장을 바라보며 멋진 뷰를 만끽할 수도 있다. 산책길은 골프장 외각만이 아니라 골프장을 가로지르는 산책길도 있고 그 길을 따라 조깅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대부분의 골프장은 폐쇄적이어서 골프 라운드를 하지 않는 사람은 골프장에 들어갈 수 없지만 이곳은 공원과 어우러져 조성된 골프장이라 그런지 골프를 하지 않더라도 지나다닐 수 있다. 산책길 한 켠으로는 벤치도 마련되어 있어 골프장을 바라보면 잠시 쉬어 갈 수도 있다. 다만 지나다가 "Fore!!"라는 소리를 들으면 골프공이 날아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산책길의 끝에는 골프장의 클럽 하우스가 예쁘게 만들어져 있다. 파리스럽게 역시 야외테라스에서 커피나 음료도 마실 수 있으며 점심시간에는 지역 사람들이 꽤나 식사를 하러 오곤 한다. 클럽하우스에서 더운 날에는 맥주 한 잔도 괜찮아 보인다. 한국 골프장과 다르게 가격도 적당하다.
느긋하게 산책을 한 후 왔던 길로 되돌아 가 성당을 구경하자. 마을 성당 같지만 내부도 제법 크고 외부도 잘 꾸며져 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100년 이상은 되어 보이는 성당이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성당 내부에는 아무도 없다. 성당에 들어서면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괜히 경건해진다.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왠지 멋스럽다.
여유가 된다면 성당을 끼고 뒤편 마을도 걸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동네 사람들이 모일 것 같은 카페와 레스토랑 들도 있고 동네 꼬마들도 볼 수 있는 학교도 있다. 마을 사람을 만나면 "Bon Jour"인사하면 웃으면서 반갑게 인사도 받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