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노천카페를 지날 때면, 자주 보이는 빨간색 음료가 있다. 바로 맥주 칵테일 즈음으로 볼 수 있는 음료, '모나코'이다.
대부분의 칵테일은 럼, 진과 같은 독주를 기본으로 하지만 모나코는 맥주를 베이스로 레모네이드와 그르나딘*을 섞는 것을 기본으로 하다 보니 술임에도 가볍고 달달하게 즐길 수 있다.
첫 잔에 술기운이 제일 잘 올라오는 나는, 취하기 부담스럽지만 술 마시는 느낌을 굳이 내고 싶을 때면 작은 모나코 한 잔을 자주 시킨다. 파리의 상징과 같은 노천카페의 테라스에서, 콜라나 커피를 시키기에는 왠지 심심할 때에 언제고 마음 편히 시킬 수 있는 단골 메뉴인 셈이다.
모나코가 얼마나 프랑스에서 사랑받는 음료인가 하면, 간혹 메뉴판에 이름이 적혀있지 않더라도 당연스레 만들어주곤 한다. (적어도 지금까지 나는 한 번도 거절당하지 않았다.) 메뉴판을 펼치지도 않은 채, 자리에 앉는 동시 드미* 모나코를 주문하는 순간은, 모르는 사람이 불어로 길을 물어 올 때, 후줄근한 차림으로 바게트를 사 오며 홀린 듯 꼬다리를 뜯어먹을 때를 비롯하여, 외국인으로서 이따금씩 마주하는 현지인이 된 듯한 감정에 빠져드는 한 때이다.
파리에 살게 된 초창기에, 나보다 파리에 살고 있는 연차가 더 길었던 동기 언니로부터, 시럽을 사서 모나코를 집에서 만들어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재료를 구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음을 알게 된 후, 집에 그르나딘 시럽을 사두고는 이따금씩 모나코를 만들어 먹게 되었다. 테라스에서 마시는 분위기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지만, 새빨간 매혹적인 모나코는 간단한 재료로 분위기와 기분을 좋게 해 준다.
프랑스에서 뿐 아니라 전 유럽에서 즐겨마시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맥주 베이스 칵테일인 모나코의 역사는, 산업 혁명으로 인해 대량으로 빠르게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한, 20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George Booth라는 사람이, 맥주와 사이다를 기본으로 한 미국 칵테일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 음료를 개발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 모나코라고 불렀을까? 바로 칵테일의 색이 모나코의 국가를 연상시키게 해서라고 하는데, 정말 반반을 빨강과 흰색으로 채운 모나코의 국기가 하얀 거품이 올라간 빨간색 모나코 맥주와 꼭 닮았다.
무더운 여름의 갈증을 달래고 싶을 때, 시원한 음료가 필요할 때, 가볍게 음주의 기분을 내고 싶을 때 등 모나코를 마시기 적합한 순간은 너무나도 많다. 비자 연장을 위해 몇 달에 걸쳐 힘들게 예약을 잡고 경시청에 갔다가 보기 좋게 퇴짜를 맞은 날에도 억울함이 울컥울컥 올라오는 나를 달래준 것 또한 바로 대낮의 모나코 한 잔이었다. 그래서 나는 프랑스 여행을 오는 친구를 만나면, 짬을 내서라도 테라스로 이끌어 모나코 한 잔을 마시는 프랑스의 일상을 권유한다. 모나코를 고르는 순간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으니 !
모나코 즐기는 법
재료 : 맥주 15 ml, 그르나딘 시럽 1 ml (딸기 시럽으로 대체 가능),
레모네이드 5 ml (스프라이트, 사이다 등으로 대체 가능)
1. 분량의 재료를 준비한 후, 시럽, 맥주, 레모네이드 순으로 컵에 따르며 자연스럽게 섞는다.
2. 시원하게 마신다 !
tip. 가장 기본적인 맥주를 선택하는게 좋다.
*그르나딘 (Grenadine) : 석류 시럽 / 프랑스에는 레몬, 민트, 복숭아 등 음료에 추가할 수 있는 시럽들을 마트에서 다양하게 판매하고 때문에 카페에도 가정집에서도 흔히 애용한다. 이를 탄산수 또는 물에 입맛대로 타서 음료처럼 즐긴다. 제로 콜라처럼 슈가프리 시럽도 있다 !
*드미 (Demi) : 절반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작은 맥주잔인 250ml 을 의미한다. "Un demi monaco s'il vous plaît (엉 드미 모나코 실부쁠레)"라고 주문해보며 프랑스에 온 기분을 만끽해보자.
출처 : L’histoire de la bière et du Monaco (모나코와 맥주의 역사) https://www.destinationcocktails.fr/culture/histoire-de-la-biere-et-du-mona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