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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찬 Mar 15. 2022

essential;은 누가 운영할까?

'주니어 기획자가 되고싶어요 2편'

 음악을 틀 수 있는 공간이라면 자주 보이는 영상들이 있다.

음악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essential;'의 영상 썸네일

 힙한 썸네일과 essential;이라는 간결한 단어, 그리고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오디오 스펙트럼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 영상들. ‘상큼한 하이틴 바이브', ‘엄마가 이불 밖으로 나가지 말래', ‘아침 사과처럼 달짝지근 기분 좋아지는'과 같은 제목에 이끌려 재생하다 보면, 이렇게 좋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취향을 저격하는 음악들이 끊임없이 재생된다.



essential;은 어떤 채널일까?


2019년 5월에 가입한 이 채널은 현재 91.7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essential;은 'music to make your day.'라는 컨셉을 갖고 있는 뮤직 PD 앨범 소개 채널이다. 236개의 선곡된 음악 플레이리스트 영상들이 업로드되어있으며, 상황과 취향에 맞게 골라서 들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지인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보면 와인과 케익에 essential; 영상을 곁들이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최근 들어 나도 이 채널의 플레이리스트를 많이 듣게 되었는데, 어떤 노래를 들을지 고민할 필요 없이 상황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한 편리함과 감동을 느끼며 사용하고 있다. 처음엔 단순히 플리를 골라서 자주 올리는 개인 채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많은 플리를 혼자 선곡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 essential;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다.




essential;은 누가 운영하는 채널일까?


 essential;은 개인이 운영하는 채널이 아닌, 벅스에서 운영하는 채널이었다. (음원 서비스 업체 벅스가 맞다.) 벅스는 NHN의 자회사인 NHN벅스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로, 대한민국 최초의 음원 서비스이다. 2018년 확보 곡이 4000만 곡을 넘어가는 등 음원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오랫동안 서비스 한 만큼 다른 서비스와는 특색 있는 모습이 보인다.


벅스 플레이리스트 공유 서비스인 '뮤직PD 앨범

 벅스에는 특색 있는 서비스가 있는데, 바로 ‘뮤직 PD 앨범' 기능이다. 검증된 DJ 직접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는 서비스이며 믿고 들을  있는 수많은 플리가 진열되어있다. 위에 보이는 것처럼 카테고리가 나뉘어있고, 화면을 아래로 내리면 앨범이 갤러리 형태로 배치되어있다.


essential;의 시작


  essential;은 벅스 뮤직 PD 관리 부서에서 일하던 한 직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현재는 ‘우키팝'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우키팝 님이고 음악에 정말 많은 관심과 열정이 있는 분이다.


 우키팝은 2019년 즈음 10대 ~ 20대가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채널의 플레이리스트로 노래를 듣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아이템에 사람들이 얼마나 반응할지 단번에 알게 된 우키팝은 영상 학원을 끊어서 매주 다니면서 유튜브를 시작하기 위해 준비했다. 벅스의 뮤직 PD 앨범이 있기에 선곡에는 우려가 없었고 essential;이라는 이름과 힙한 썸네일, 그리고 시선을 끄는 오디오 스펙트럼만을 추가해 하나둘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조회수가 100도 안 나와서 야근하고 숨어서 영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어느 날 벅스의 서비스 기획자분께서 ‘오늘의집’에 essential;이 보인다며 우키팝에게 확인해보라고 말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람들은 essential;을 단순히 음악을 듣는 플리 정도로 생각하는 것을 넘어 인테리어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에 자주 등장하는 essential;

 거실이나 방에 있는 큰 모니터가 essential;의 영상을 재생하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힙하고 감성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키팝은 영상의 방향을 그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대폭 수정했다. 썸네일을 친환경적이고 홈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게 조정함으로써 사람들이 더 자주 방문하도록 했고, 그렇게 변경된 첫 영상부터 많은 인기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변경 이후 첫 영상. 이때부터 essential;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essential; 존재의 이유

essential;이 존재하는 이유를 고민해보니, 결국 기업의 수익창출을 위한 일종의 수단일 거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essential;은 어떻게 벅스에게 돈을 벌어다 줄까?




영상 광고 수익으로 돈을 번다?


음악 플레이리스트 채널은 공통적으로 영상에 달리는 광고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 저작권을 이용하는 대가로서 광고 수익이 저작권자에게 넘어가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벅스는 essential;의 영상 조회수에 따른 광고 수익으로 돈을 벌 수 없다.


영상에 광고를 넣어서 돈을 번다?

essential;의 영상을 많이 찾아 듣다 보면, 유료광고 포함이라는 글자를 보기 어렵다. 아니 없는 것 같다. 오롯이 힙한 썸네일과 오디오 스펙트럼, 그리고 취향을 저격하는 음악들 뿐이다. 따라서 벅스는 직접 의뢰받는 광고 또한 받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essential;을 왜 운영하는 건데?

essential; 채널은 벅스로의 자연스러운 유입을 위해 존재한다. 각 영상의 정보에는 아래와 같은 정보들이 나와있다.

essential; 영상 하단에는 위와 같은 정보가 담겨있다.

 우선 영상의 대부분은 앞서 설명한 대로 벅스 뮤직 PD들이 선별한 플레이리스트를 그대로 담고 있다. 자칫 PD들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기에, 벅스는 해당 플리를 제작한 PD의 닉네임과 해당 프로필로의 링크를 제공한다. 이는 PD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벅스로의 유입을 유도하는 하나의 장치가 된다.

 다음으로 영상 정보에 '*벅스에서 광고 없이 감상해보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음악 플레이리스트 영상에는 음원 저작권을 사용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광고가 붙는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이 점을 인지하고 있고, 벅스 또한 이를 구독자들에게 잘 설명하고 있다. 구독자들의 이러한 불편점을, 벅스는 오히려 역이용한다. 벅스에 똑같은 뮤직 플레이리스트가 있으니, 아예 벅스로 들어와서 광고 없이 음원을 들으라는 이야기다. (나도 이 글 쓰다가 설득당해서 결제할뻔했다.)




그럼 채널 이름을 bugs_official로 하면 되는 거 아니야?

나도 처음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essential;로 하면 벅스에서 운영하는 채널인지 알기도 어렵고, 그럼 유입을 많이 이끌어낼 수 있는 건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내 착각이었다.


새벽 두 시, 잠은 안 오고 지금 기분에 잘 어울리는 노래가 듣고 싶어... (라고 말하며 유튜브를 틀어 bugs_official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한다.)

뭔가 감성 없지 않은가? 반대로 essential;이 채널 제목이면 굉장히 '힙'하다.


새벽 두 시, 잠은 안 오고 지금 기분에 잘 어울리는 노래가 듣고 싶어...(라고 말하며 유튜브를 틀어 essential;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한다.)

아, 진짜 힙하다. 이게 벅스로 이름을 정하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리하자면 벅스는 essential;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사용자 유입을 이끌어낸다.

 유튜브는 업로드가 무료다. 콘텐츠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업로드는 무료인 반면에 사람들에 도달은 가장 많이 한다. 아마 벅스 MAU보다 essential;의 월 조회수가 더 높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벅스는 essential;을 놓칠 수 없는 것이라 생각된다. 일종의 무료 마케팅 수단으로 엄청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벅스의 MAU는 2019년 기준 3만명인 반면, essential;의 영상 평균 조회수는 50만회, 총 조회수는 1억회가 넘는다.

 essential; 영상의 댓글을 보다 보면 '주접 댓글'이 많이 보인다. 당신 덕분에 유튜브 프리미엄을 끊었다느니 관리자 멜론으로 가라느니 돌고 돌아 벅스로 간다느니.. 이러한 반응들도 결국 벅스와 essential; 채널에 대한 애정이고, 그 말인 즉 뮤직 PD 플레이리스트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는 뜻이기도 하다. 벅스는 10년이 더 지난 뮤직 PD 앨범 서비스를, 새로운 방법으로 세상에 선보이고 있다. 그것도 기존의 철칙 (수익 창출)을 벗어난, 정말 수익을 창출하지 않고 순수하게 플레이리스트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개인적으로 essential;의 플리가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한 사용자로서, 벅스의 이러한 소리 없는 움직임이 언젠가 음악을 즐기는 모든 이들에게 어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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