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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Apr 11. 2024

파리의 비행

방에 누워 천장을 보다가

아무 생각 없이 방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보는데, 한 마리의 파리가 날고 있다. 어디서 왔을까? 눈앞에서 빙빙 날갯짓이다. 참 흔한 날벌레. 직진 밖에 모르는 똥파리의 모습과는 다르다. 요란하게 웨엥하며 시끄럽게 날다 유리창에 부딪쳐 튕겨 나와서야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똥파리의 저돌적 생김새와 달리, 이 놈은 그렇게 날아다녀도 아무 소리가 없다. 내가 누웠거나 말거나 제멋대로 날아다닌다. 바닥에 팔베개로 누운 나는 그놈을 무심히 본다.


파리는 일 범위를 두고 왔다 갔다 공중에 떠서 유영이다. 그놈의 날갯짓을 보면 실로 놀라운 비행실력이다. 예측할 수 없는 각도 방향 바꾸기가 그것이다. 날아가다 예각으로 훽 방향을 튼다. 가끔은 날아가던 방향의 거의 180도에 가까운 꺾기로 방향을 바꾼다. 곡선의 유선형이 아니다. 휙휙 꺾이는 직선 비행이다.


선을 긋든 일직선으로 날아가다가 마치 허공에 가상의 벽이 있는 듯이 갑작스레 방향을 바꾼다. 어디로 꺾을지 예측 불능이다. 예비동작 없이 살짝 움직이는 듯한데 날던 방향에서 바로 방향을 튼다. 다각형을 그리듯 직선으로 꺾는다. 가던 길을 갈 때보다 방향을 바꿀 때 오히려 속도를 더 높이고 급하다. 


파리처럼 이렇게 비행하
는 날짐승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볼수록 신기하다. 자유롭고 자연스레 아무 소음도 없이 제 멋대로 난다. 좁은 공간에서도 아주 잘 날아다닌다. 그놈을 보고 있다 잠시 졸았는지 몸을 움찔하며 눈을 떴다. 여전히 그놈은 날고 있다. 한가롭기도 하지만, 내 시선이 제 자신을 쫓는지 모르는 거 같다. 내가 누워있는 게 편하듯이 저 놈은 저렇게 날고 있는 게 편한가 보다.


만약 신이 있어 나를 본다면 이와 같을까? 돌아다니고 밥 먹고 누워있는 모습을 보며 신도 이렇게 느낄까? 내가 저 파리를 보고 느끼듯 신도 나를 저 놈처럼 느낄까? 굳이 神까지 갈 것도 없다. 나 아닌 내가 나를 보는 꼴이다. 지각되고 인식되는 나는 대상일 수밖에 없다. 상대적인 나를 내가 본다. 구별되는 나는 당연 내가 아닌 거다. 내가 사물을 인식하는 듯, 내가 나를 인식하는 건 비교하고 구분되기에 가능하다. 그런 내가 나를 본다. 


내가 나를 본다는 것은, 날아다니는 저 파리의 비행을 보는 것처럼, 살아있는 파리와 파리의 비행을 나눌 수 없다. 살아있으니 파리가 날아다닌다. 아주 잘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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