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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May 25. 2024

물성 그대로

속성이 드러나게

불국사의 유명한 두 탑, 다보탑과 석가탑. 그중 다보탑보다 석가탑이 조형미에서 더 뛰어나다는 예전의 수업을 들었을 때 쉽게 수긍을 못했다. 화려하고 아름답고 정교한 다보탑보다 장식도 없이 단순하고 담백한 석가탑에 왜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걸까? 부족한 안목으로 그 평가를 평할 수는 없었지만 의문이 가시질 않았다. 


관련 수업을 듣던 중 불국사의 두 탑에 대한 설명을 듣고서야 이해가 갔다. 다보탑은 목탑양식의 석조탑이라고. 물론 탑(스투파 형식)은 돌로 지어진 것도 있고, 지역에 따라서는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선택하면서 정교함을 추구하여 목재를 사용한 탑을 세우는 곳도 있었으리라. 그러다 목탑에 익숙한 이들에게 탑은 당연 저렇게 꾸며야 탑이라고 생각하고 관념처럼 굳어졌으리라.


그런 목탑을 돌로 재현하여 영원불멸을 꿈꾸는 이도 있었겠다. 형식은 그대로 가져오고 재료를 돌로 만들려는 시도가 다보탑이 되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옆에 석가탑을 같이 세워둠으로 돌의 물성에 대한 통찰을 함께 보여 준다. 목탑처럼 정교한 돌탑을 세울 수도 있지만, 무겁고 거친 돌의 물성을 제대로 살린 석가탑을 한 마당 안에 동시에 세워둠으로써 석공은 그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그래도 돌은 돌이고 돌일 수밖에 없지. 돌답게 돌처럼 세운 탑이 제대로 된 석탑이라고.


가볍고, 쉽게 다룰 수 있게 무르고, 매끈하게 사포질 하여 채색할 수 있는 나무의 속성을 충분히 살려 목탑을 만들었듯이, 단단하고 무겁고 거친 돌을 돌로 받아들여 석탑을 만든다. 그렇게 석가탑을 다시 보니 너무 잘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파악한 물성처럼 속성으로 인성까지 제 본성을 잘 드러내는 게 가장 자기답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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