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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립 May 23. 2022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먹고사니즘>

삽질하며 나만의 오솔길을 찾아갈 용기


독립서점에 가면 에세이 다음으로 가장 많이 보이는 게 아마 인터뷰집이지 않을까 싶다. 뚜렷한 주관이나 독특한 삶의 방식을 당차게 소개하는 그런 인터뷰집을 사실은 조금 멀리했던 것 같다. 차곡차곡 정해진 길을 따라 가며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나에게 이렇게 멋지게, 당당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게, 어쩌면 스스로를 원망하거나 비난하는 이유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퇴사 후에 오히려 인터뷰집을 찾아보았다. 앞으로의 계획 따위를 전혀 세우지 않고 어찌 보면 탄탄한 길을 걷어차 버렸으니, 이전과 똑같이 살든 다르게 살든, 어떤 식으로 살 수 있을지 가이드를 주는 사람들이 필요했나 보다. 그렇게 산 첫 인터뷰집이 900KM의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먹고사니즘>이었다.




이 책에는 보통의 사람들, 특히 기성세대가 보았을 때 “쟤 어쩌려고 저러니…” 싶은 삶을 살아가는 밀레니얼 세대 10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착착 준비해 취업한 회사를 그만 두고 온갖 일을 하며 직업 실험을 해 보는 사람, 오타쿠라고 눈을 흘기는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파고들어 크라우드 펀딩 1억을 달성한 사람, 몇 달은 해외에서 또 몇 달은 국내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 새로운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 회사에서 혹은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꿈을 펼치는 사람 등. 주위의 걱정과 스스로의 불안을 극복해 가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의 방식을 찾은, 혹은 찾아가는 사람들이다.


인터뷰이 각각의 삶의 형태는 전혀 다르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사회의 시선에 얽매이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는 것이다. 당장 수입이 줄어들고 눈앞이 캄캄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지만 우선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다 보면 어떻게든 먹고 살 길이 생긴다는 것이 그들의 경험담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정리해 놓은 글들을 보며 ‘난 별로 안 그런데, 난 나이만 밀레니얼인 건가?’ 하던 나도 결국 밀레니얼 세대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었다.




취준 시절, HR부서에 지원하며 빠지지 않고 썼던 지원 동기는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신입사원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냐마는, 그래서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상투적인 말이냐마는, 저 문구는 나의 진심이었다. 어차피 다녀야 하는 회사라면,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만드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그렇게 들어간 회사에서는 직원 설문조사 결과와는 상관없이 윗분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야 했다. 채용 담당인 덕에 친해진 신규입사자들의 하소연을 들을 때면, 입사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소프트랜딩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 벌써 저렇게 불만을 쏟아낼 수밖에 없는 회사에서 나는 행복이라는 뜬구름을 잡고 있었던 건가 싶은 절망감이 들기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할 것은 알았지만, 매일같이 귀에 들려오는 구성원의 목소리에 반하는 일을 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나는 회사에서 행복하지 않았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행복한 순간을 찾아 퇴사했다. 그리고 부모님한테는 혼날까봐 아직 얘기도 꺼내지 않은 장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 쪽으로는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둘이서 문구 브랜드라니, 이게 어떻게 되려나 막막하면서도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버티는 하루하루다. 


그런 하루 중에 이 책을 읽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감사했다. 삶에는 정답이 없고 우거진 수풀이라고 생각했던 곳에도 오솔길이 있다는 생각에 한 번 더 확신을 줬달까. 인터뷰이들처럼 생각지도 못한 도전을 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삶을 선구적으로 시도해보거나,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시선의 지평을 넓히는 것에는 여전히 자신이 없다. 다만 삽을 들고 다니며 여기저기를 파헤쳐 보고 (삽질을 말하는 게 맞다) 몰랐던 길을 찾으면 한 번 가보기도 하고, 그러다 이 길이 아닌 것 같다 싶으면 그 옆에 나무 밑동도 한 번 다시 파보고 (또 삽질을 하겠다는 게 맞다) 그렇게 살아볼 용기는 키워가고 있다.  





[1년 간의 직업 실험 : 김가현]

항상 정해진 다음 것들을 생각하면서 인생을 살아왔는데, 이번에는 내 가능성이나 한계 같은 것을 최대한 다 열어놓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기로 했죠. 단 1년 만이라도. (p.31)


내 무대가 너무 좁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까지 내가 누린 것들은 누군가가 답이라고 내밀었던 것들이고, 내가 내 힘으로 생각했던 적이 없었던 거죠. (p.38)


지속 가능한 수익을 만들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나, 어떤 변화에도 적응하는 나, 어떤 일 앞에서도 맥락을 갖추는 나,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할 수 있고, 왜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나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고 그게 지금 내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p.40)


[돈 버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 : 청소 일 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김예지]

먹고사는 문제와 좋아하는 일 사이, 혹은 현실과 꿈 사이. 절대 메울 수 없는 틈이 있을 것만 같은 두 갈래의 길도 사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을 것만 같은 두 갈래의 길도 사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을지 모른다. 나를 꿈꾸는 방향으로 데려다 주는 건 누군가의 시선이나, 현실에 대한 원망이 아니다. 내가 내 인생을 온전히 살아낼 수 있다는 믿음. 어쩌면 이것이 인생 최대의 난제를 풀 열쇠일지도 모르겠다. (p.49)


저는 먹고사는 일이 더 중요하긴 해요. 왜냐하면 저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나를 혼자서 책임질 줄 아는 것이 인간으로서 첫 번째로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p.67)


[덕업일치, 쓸모없다던 일로 먹고삽니다 : 독립매거진 <더쿠> 편집자 고성배]

그러니까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뭐든 만들어야 되겠구나 싶어요. ‘뭐든 만들다 보면 반응이 없는 것도 있겠지만, 반응이 있는 것도 있을 거다’ 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p.88)


저처럼 ‘지금 내가 쓸모없는 걸 계속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한테도 얘기를 해주고 싶더라고요. 누군가가 이것에 관심을 가질 때까지 하다 보면 그 일도 쓸모 있는 일이 될 수 있다고. (p.90)


‘저 사람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네?’라는 생각보다는 ‘나도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래’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고 싶은 거 하면서도 잘 살 수 있구나.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번 해봐도 나쁘지 않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p.313)


[인생이 노잼이라 잼을 팔아봤는데요 : 다능인 이예지]

꼭 ‘무엇’을 위한 일이어야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 일의 과정 속에 즐거움이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흩뿌려진 파편들처럼 보이던 일들도 결국 서로 이어지며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낼 것이므로. (p.101)
 

[N잡러의 시대, 우리는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 N잡러 홍진아]

우리는 앞으로 변화하는 일의 세상에서 일의 기준을 어떤 회사나 전통적인 가치관이 세워주는 게 아니고 우리가 스스로 일의 기준을 세울 수 있고, 그걸 해석하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다. (p.180)


[존재감 있는 회사인간 되는 법 : 마케터 이승희]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다음, 어딘가에 소속되는 나 말고 ‘이게 이승희가 하는 일이구나, 그래서 재밌어 보인다’가 될 수 있도록 저라는 사람이 더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p.227)


[직장인보다 자유롭고, 프리랜서보다 안정적인 : 경제상담가 미스페니]

제가 이렇게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잘 버틸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 나를 너무 희생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p.243)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기 좋은 시대 : 퍼스널 브랜딩 전문가 드로우앤드류]

내가 이미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에 맞게 행동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거죠.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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