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만들고, 광고 제안서를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A부터 Z까지 혼자 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작사, 작곡, 편곡, 그리고 레코딩과 에디팅, 믹싱, 마스터링까지 퀄리티의 높고 낮음을 떠나, 혼자서 모든 과정을 끝까지 해낼 수 있는가는 내게 중요한 기준이었다.
광고 제안서도 마찬가지다. 기획과 제작, 미디어에 대한 전략은 물론, PPT 디자인과 아이디어 시뮬레이션까지 혼자서 전체를 구성할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
음악은 처음부터 작사와 작곡은 익숙했지만, 데뷔 이후 기획사 소속이 되면서 나머지 과정은 주로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내가 직접 모든 과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오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맡긴다는 건 비용이 든다는 것이고, 특히 직장인이 된 이후에는 “내가 직접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음악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마주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하나씩 해내야만 했다. 다행히 음악의 전 과정을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건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방식이었고, 그 안에서 나는 창작자의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
광고 제안서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게 가장 어려웠던 건 콘텐츠와 디자인, 즉 아이디어를 ‘보여줄 수 있는 형태’로 설득력 있게 구성하는 것이었다.
회사에서는 늘 전문가들과 함께 협업했기 때문에 결과물은 좋았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만 완성할 수 있는 작업이라는 부담은 늘 존재했다.
그게 열정이든, 의지든, 불가피한 선택이든 결국 모든 걸 직접 해낼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평화로움을 느꼈다. 이제는 누군가의 요청을 받을 수 있는 상태, “나에게 맡겨달라”라고 말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니까.
물론 그 후엔 평가가 따르겠지. 그 일은 내게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을 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한 나 자신이 있다는 건 큰 안도감이 된다.
혼자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 때 그다음 고민은 ‘어떻게 차별화를 가져갈 것인가’로 넘어간다. 그걸 이루게 되면 또 한 번의 전환점이 찾아오겠지.
난 아직 혼자 만들어낸 결과물의 완성도를 더 높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