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다.
아무리 효율적인 삶을 계획하고 산다고 해도, 결국 ‘우선순위’라는 게 생기면 ‘우선순위가 아닌 일‘들은 자연스럽게 밀려나기 마련이다.
여러 일에 대한 생각을 동시에 하다 보면 계속 빠뜨리고 소홀해지는 것들이 많다. 정말 많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비가 와서 더 분주했던 아침, 카드지갑이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 거다. 지갑에 그저 카드 몇 장과 신분증 정도. 당황스럽고 짜증이 났다. 이미 운동 시간은 사라져 버리고 “그래, 내가 또 이렇지…” 자책하며 나가려는 순간, 지갑은 입고 있던 바지 안에서 그대로 발견됐다.
이렇게 잃어버린 줄 알았던 경험은 몇 번 있지만 진짜로 모든 걸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까지 간 적은 없다.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지난달 이사하면서 잃어버린 에어팟은 못 찾았고, 작업실에 두고 왔는지, 차에 있는 건지, ‘어디선가 나올 거야’라는 희망만 품고 있다.
내가 가장 꾸준히 하고 싶은 건 ‘악기 연습’이다.
재작년 연말 콘서트를 마치고 하늘해밴드의 신곡을 준비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이번에는 악기에서 영감을 얻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낯선 경험에서 출발하는 방식 말고 이번엔 진짜 악기 소리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그런데 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약속된 작업들부터 처리하다 보니, 악기 연습은 매번 뒤로 밀려서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드라마 OST나 참여 작업들은 정해진 콘셉트를 구현하면 되니까 비교적 수월한데, 내 앨범은 그렇지가 않다. 억지로 일처럼 해야 한다면 의미가 없으니까. 그래서 결국, 악기 연습이 꼭 필요하다.
음악 외에 운동이나 취미도 그렇다. 수영, 권투, 필라테스, 배드민턴… 정말 많이 도전해 봤다. 그나마 작년 1월부터 시작한 헬스만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유일한 취미 같다. 음악 외의 삶에서도 나를 유지하게 해주는 소중한 루틴이다.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아이들 공부를 봐주겠다고 마음먹고 스케줄을 빼곡히 적어놔도 며칠 하다 보면 다른 일에 치이고 결국 흐지부지된다. 아이들에게 악기라도 내가 가르쳐줄 수 있을까 싶다가도 언제나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버린다.
구글 시트에 스케줄을 빽빽하게 적어놓고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으려 애써보지만 체력이 떨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한순간 멍 때리는 사이 시간은 저만치 흘러가 있다.
어쩌다 보니 ‘우선순위’가 아닌 일들이 되었지만 무엇보다 꼭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악기 연습도, 아이들과의 공부도, 음악 외의 취미 활동도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지갑도 잘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