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 하나.
가수가 되기 위해, 가수가 된 이후에도 여러 기획사를 거치며 마음고생을 많이 했었다. 끝없는 기다림. 지금 생각해 보면,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 속에서 내 생각만 반영될 수는 없다는 걸 알지만… 그때는 하루라도 빨리 무언가 되어야 할 것 같았고, 우선 나부터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자연스럽게 기획사를 떠나, ‘내가 만들고 내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독립적인 음악 활동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설립한 인디 레이블이 바로 ‘초콜릿뮤직’이다.
작사, 작곡이 가능하니까 일단 음악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고 직접 발로 뛰며 홍보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초콜릿뮤직에 대한 추억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늘 다 풀어내기는 어렵지만,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름’이라는 것이 갖는 힘 때문이다. 최근, 새로운 공간을 준비하면서 나는 다시 한번 이름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초콜릿뮤직이라는 이름이 어감이 익숙하기도 했고, “초콜릿처럼 달콤한 음악“ 이런 단순한 의미를 담아 결정했다.
그 안에 담고자 하는 메시지나 브랜드의 방향성은 솔직히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아쉬움이 크다. 브랜딩의 시작은 결국 ‘내가 담고 싶은 신념‘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데, 그땐 단지 어감과 느낌만으로 선택한 이름이었다. 그래도 ‘초콜릿뮤직’은 여전히 내 삶과 음악의 중요한 일부로 남아 있다.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공간’이라는 물리적 장소에 어떤 의미를 담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했다. 무언가를 배우고 만들어가는 곳, 연습하고, 녹음하며 음악이 완성되는 곳, 때로는 회의, 때로는 미팅, 창의적인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곳, 무엇보다 ‘창작’과 ‘감성’이 있는 공간
처음에는 공간의 이름을 ‘하늘해’ 혹은 과거의 나와 연결된 ‘초콜릿뮤직’ 같은 키워드에서 끌어오려고 했다. 그런데 이건 그저 익숙해서 붙잡은 느낌이었다. 예전처럼 끼워 맞추는 식의 네이밍은 오히려 새 공간의 가능성을 제한할 것 같았다.
처음부터 다시, 새롭게 브랜딩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일상 속의 비일상’적인 경험을 느낄 수 있고, ‘지속가능한 창작 생활’이 이뤄지는 곳
처음 생각해 본 이름은 ‘틈’이었다.
바쁜 하루 속 짧은 틈, 음악이 흘러드는 쉼표. 하루의 흐름 속에서 잠깐의 여유, 감성적인 순간을 표현하는 이름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느낌은 덜했다.
조금 더 ‘관계’와 ‘연결’에 초점을 맞춰봤다.
그다음으로 떠오른 이름은 ‘이음’.
창작자와 사람, 사람과 공간, 감정과 음악이 연결되는 곳. ‘이음’이라는 말은 의미가 좋았지만, 너무 많이 쓰인 단어이기도 했다. 음악 공간에서도 유사한 이름들이 여럿 있었고, 무엇보다 ‘나만의 고유한 메시지’를 담기에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이름이 ‘해봄’이었다.
처음엔 그저 말맛이 좋았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해보다.
‘아직 잘은 몰라도, 일단 한번 해보자’는 그 말속의 결심.
봄.
잠시 멈춰 있던 것들이 다시 살아나는 계절.
다시 노래하고 싶어지는 시간.
그리고 ‘해봄’이라는 단어가 주는 경쾌한 리듬감이 좋았다.
“창작은 완벽해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시작했기 때문에 완성되는 것이다.” 이제 해봄에서 함께하고 싶은 메시지,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만들어졌다.
다음은 해봄의 브랜딩 메시지를 좀 더 구체화해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