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지관의 명당 찾기

몽글몽글 옛이야기 첫 번째

by 죽림가

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한 부부가 살고 있었어. 부부는 가난을 이겨 보려고 이런 일 저런 일을 열심히 해 보았지만, 좀처럼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았어. 결국 남편 최 씨는 큰 마을로 가서 일거리를 찾아보겠다며 집을 나서게 되었어.


큰 마을로 왔지만, 남편은 일거리를 찾을 수 없었어. 실망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큰 기와집 앞에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을 보게 되었어. 무슨 일인가 싶어 가 보았더니 사람들이 갑자기 우르르 집 안으로 들어가지 뭐야. 그런데 사람들이 있던 자리를 보니 무언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게 아니겠어.


다가가서 살펴보았더니 윤도였어. 윤도는 집터나 묏자리가 좋은지 나쁜지를 살펴 봐주는 지관들이 사용하는 일종의 나침반이야. 윤도를 집어 들고 있으니, 기와집에서 하인 한 명이 나와 “어서 집 안으로 들어오시랍니다.” 하고는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겠어.


최 씨는 얼떨떨했지만,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고, 하루 종일 굶은 터라 배도 고팠던지라 그래 밥이라도 얻어먹자 하는 마음에 집 안으로 들어갔지. 집 안에 갔더니 아까 모여 있던 사람들이 큰 방에 모여 있었지. 방 가장자리에 앉은 남편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지. 죄다 명당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아는 게 없는 남편은 잠자코 있을 수밖에.


그런데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최 씨의 모습을 본 주인집 아들은

'아 저 사람이 진짜배기구나. 다른 사람들이 이치에 맞지도 않는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대꾸도 안 하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하고 생각을 하지. 그리고는 모여있던 다른 지관들에게 돈 몇 냥씩을 쥐어주며, 죄다 돌려보냈어.


최 씨도 어허 공으로 돈 몇 냥 벌어서 집으로 갈 수 있겠구나 싶어 좋아하고 있었는데, 최 씨에게는 가라는 말을 안 하고 저녁을 차려 오는 게 아니겠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배가 고프니 우선 밥을 먹었지. 그런데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부잣집에서 최 씨를 보내줄 생각은 않고, 계속 대접을 해 주는 게 아니겠어.


최 씨는 슬슬 불안해졌어. 혼자 두고 온 아내가 걱정되기도 했고. 그런데 그동안 얻어먹은 게 있으니 그냥 가겠소 할 수도 없고 말이야. 그렇게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부잣집 아들이 나타나서는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겠어.


"이제 날씨도 충분히 풀린 것 같으니, 묏자리 한 번 보러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최 씨는 지금까지의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었어. 아마도 지관 무리에 같이 있던 자신을 주인집 아들이 지관으로 단단히 오해를 했고, 묏자리를 잡으려고 자신을 붙잡아 둔 것이라는 걸 말이야. 큰일이 낫구나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싶다가 최 씨는 자신의 무릎을 탁 치며 생각했어.


'자리를 잡으러 가는 척하면서 도망가면 되겠구나.' 하고 말이지.


묏자리를 보러 가기로 한 날 최 씨는 여러 켤레의 짚신을 챙겨서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어. 그러다가 산 중턱쯤 이르렀을 때 부잣집 아들에게


"예서 잠시 기다리시오."


산으로 혼자 올라서 산세를 보는 척했지. 그러다가는 냅다 달려서 도망치기 시작했어.


아래에서 최 씨를 기다리던 부잣집 아들은 최 씨가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최 씨가 돌아오지 않자 최 씨가 올라갔던 길을 따라서 올라갔어. 한참을 올라도 최 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 한참을 찾고 있으니 같이 왔던 하인이 저 멀리서 달리고 있는 최 씨를 발견해서 부잣집 아들에게 일러 주었어.


그 모습을 보고 주인집 아들은 기분이 좋아졌어. 얼마나 좋은 자리를 발견하셨길래 저리도 바삐 가시는 건가 하고 말이지. 그리고는 일행에게 일러 최 씨를 따라가기 시작했어.


한참을 달아나던 최 씨는 근처에서 사냥을 하던 포수의 총소리가 자신을 쫓는 소리인 줄 알고 깜짝 놀라 버둥거리다 그만 산짐승의 똥을 밟고 미끄러져서 데굴데굴 구르고 말았지 뭐야. 냄새는 나고 온 몸은 아파서 끙끙거리고 있는데 어느새 부잣집 아들이 나타나서

"이 자리가 명당입니까?" 하고 물었어.


최 씨는 달아나기도 글렀고 뭐라도 한 마디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날 들었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 그리고는

"맞소 여기가 장수가 전장에 나선다는 그 장군출전형이요."라고 해 버렸어 그리고는 다시 입을 닫았어. 더 이상 아는 게 없어서 더 말할 것도 없어서 말이야.


부잣집 아들은 연신 감사 인사를 하며 최 씨를 다시 집으로 모시고는 좋은 음식과 잠자리를 대접했어.


다시 며칠이 지나자 부잣집 아들은 묘를 옮기는 날짜와 시간을 정하자며 다시 최 씨를 찾아왔어. 역시 아는 게 없던 최 씨가 무언가 생각하는 척 가만히 있었어. 사실은 마음만 답답해서 '그놈의 총소리만 아니었으면 여기서 이렇게 곤혹을 치르지 않았을 텐데 그놈의 총소리.' 하며 생각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놈의 총소리라고 말을 해 버렸어.


그 말을 들은 부잣집 아들은


"아 그믐날 총소리가 나면 관을 내리라는 말씀이군요. 그믐이면 사흘 남았으면 급히 준비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일이 잘 끝나면 처음에 약조한 대로 천 냥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천 냥."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지만 최 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을 휘휘 저으며 "내가 준비할 것이 있어 이만 잠시 외출했다 오겠소." 하며 집 밖을 나섰어. 그 길로 동네 포수를 찾아간 최 씨는 모월 모시 모산에 와서 총 한 번만 싸 주면 나중에 돈 백 냥을 주리다 하고 이야기했어. 포수는 이게 웬 횡재인가 싶어 냉큼 그리하겠다고 약속을 했어. 당연히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겠다고 하고 말이야


그렇게 묘를 옮기는 날, 정해진 시간에 포수는 약속한 대로 총을 쏘아 주었고, 일을 잘 마친 부잣집 아들은 최 씨에게 약속한 천냥의 돈을 주었어. 그 돈을 받은 최 씨는 포수에게는 약속한 백 냥은 주지 않고 그냥 그 마을을 떠나 버렸어.


그 사실을 알게 된 포수는 부잣집 아들에게 달려가서 자신과 가짜 지관 사이에 있었던 일을 말해. 아들은 깜짝 놀라서 아버지 묘로 가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어. 가족들이 말려도 자신이 가짜 지관에게 속아서 아버지 묘를 잘못 썼다면 날마다 아버지 묘에 가서 울음을 울고 있는데, 하루는 서럽고 억울한 마음에 울다 지쳐 깜빡 잠이 들었어.


선잠을 자는데 근처에서 묏자리에 관한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거야. 그래서 귀를 기울여 이야기를 들어 보니, 장군출전형이니 뭐니 하는 게 아니겠어. 그 소리에 눈을 번쩍 떠서 살펴보니, 노스님과 동자승 하나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 그래서 부잣집 아들은 재빨리 두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어

"스님 이 자리가 장군출전형이 맞는지요?"


그러자 스님이 대답했어.

"맞기는 맞지만 지금은 쓸모가 없는 자리가 되었소."


그 말에 부잣집 아들이 놀라서 물었어.

"아니 그것은 무슨 이유에서 그런 것인지요?"


그러자 스님은

"장군이 전장이 출전하려면 방포 소리(총이나 대포소리)가 나야 하는데, 누가 묘를 쓰면서 그런 소리를 내었겠소. 그러니 쓸모없는 자리가 된 거라 한 것이지요. 방포 소리만 났으면 정말 좋은 자리인데 말이요."


그 말을 들은 부잣집 아들은 그 길로 포수를 찾아가 지관에게 받기로 한 돈의 2배를 대신 주었어. 지관에 대한 나쁜 말을 하고 다니거나 혹시 만나면 해코지 하지 마라면서 말이야. 혹시나 지관을 만나게 되면 다시 잘 모셔와 달라고 부탁도 하고 말이야.


집으로 돌아와 부잣집 아들은 지관 어르신을 찾아 모셔오는 사람에게는 큰 상금을 주겠다는 소문을 냈어. 부잣집 아들은 훌륭한 지관님을 모신 김에 좋은 자리 몇 곳을 더 찾아서 집안 대대로 묘를 쓰게 되면 가문이 더 발전하게 될 것 같은 기대에 부풀었어.


하지만, 부잣집 아들은 가짜 지관 최 씨를 다시는 만날 수 없었대. 최 씨를 찾아오는 사람에게 큰 상금을 준다는 소문을 들은 최 씨는 거짓말한 게 들켜서 잡으러 오는 줄 알고, 아내와 함께 달아나 버렸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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